너무도 치사한 밥벌이 - 2

by 노용호

사무실로 돌아온 미영은 넉이 나간 상태로 오늘 처리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를 훑었다. 손에 바로 일이 잡히지 않은 줄 알았지만 벌써 한 시간 가까이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한 번씩 한숨을 몰아쉬고, 다시 리스트를 훑었다. 주변 사람들은 미영의 한숨을 내쉴 때마다 눈치를 봤지만 정작 미영은 다른 사람들의 그런 기분까지 헤아릴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멍 때 리던 미영은 폰을 열어 SNS를 훑었다. 지금처럼 머리가 복잡할 때는 숏폼의 강한 중독성이 머리를 비우는데 효과적이었다. 몇몇 학식이 높으신 분들이 숏폼은 뇌를 녹이는 행위라고 숏폼을 통해 말해주는 것을 들었지만 쉴 새 없이 머릿속을 생각으로 가득 채워 넣는 세상에서는 좋은 점이지 않을까.


한참 자극적인 콘텐츠들의 향연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던 미영의 눈에 미래의 SNS계정이 눈에 띄었다. 생각해 보니 뭐가 좋다고 깔깔대며 밤새워 술을 들이 붇던 그날에 팔로우를 했던 기억이 났다. 그날은 정신이 없어 나중에 확인해 봐야지 했는데 지금에서야 미영의 눈에 들어왔다.


미래의 계정은 인플루언서가 따로 없었다. 인플루언서라면 빠질 수 없는 휴양지에서의 사진들과, 이름만 대면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찍은 음식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예약도 쉽지 않았을 텐데 참 부지런하네라고 부럽다는 소리를 하며 미영은 모든 사진에 좋아요를 하나하나 찍으며 내려갔다. 미영의 피드는 미영의 좋아요 알람 때문이었는지 미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회사 아니야?ㅎㅎ 일 안 하고 이러고 있어? ]


[언니~~!! ㅠㅠ 회사! 아침부터 징글징글한 일이 있어서...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대놓고 딴짓 중ㅎㅎ]


[머야? 언니 출동해? ]


[어휴 됐어 언니. 언니가 올 곳이 못된다...ㅎㅎ]


[무슨 일인데? 누구 욕해줘?]


[아니 메신저로 할 얘긴 아니고 언니 저녁에 시간 되면 맥주 한 잔 할래?]


미영은 미래에게 오늘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을 대상이 필요했다.


[아, 오늘 저녁은 회사에서 세미나가 있는데... ]


[아 그래? 그럼 다음에 보지 뭐..ㅠ]


[아니면 너도 올래? 별거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외부 사람들한테 우리 회사에서 어떤 일 하는지 알려주는 세미나라 어렵지 않을 거야]


미래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궁금했던 미영은 관심이 생겼다.


[그래? 나 가도 돼? 괜히 언니한테 민폐 끼치는 게 아닐까?]


[괜찮아ㅎㅎ 나도 그냥 형식상 앉아 있어야 되는 자리였는데 잘됐다]


[알겠어 그럼 나도 갈게. 언니 무슨 일 하는지 너무 궁금했어]


[그럼 7시 역삼역 저번에 만난 거기서 보자. 내가 마중 나갈게!]


[언니, 그냥 주소 보내줘 내가 찾아갈게]


[놉! 마침 가볍게 요기도 좀 해야 돼서 나갈 참이었어. 떡볶이 먹고 오자 ]


[오, 떡볶이 너무 좋은 생각이다! 알겠어 이따 봐 언니 뿅!]


[뿅!]


미영은 미래와의 잠깐의 대화에 기분이 좋아졌다. 누가 SNS를 백해무익하다고 했는지. 이렇게 사람의 기분을 한 순간에 바뀌게 만들 수 있는 문물이 어디 있단 말인가. 미영은 손이 안 보일 정도의 속도로 오늘의 할 일 리스트롤 해치워 나갔다. 제시간에 퇴근을 하기 위해서는 오전에 버린 시간들을 메꿔야 했기에 미영의 손은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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