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네트워크 마케팅이야"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한다는 듯이 미래는 강조하며 말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지한 미래의 톤에 미영도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일단 여기에 상담과 가입을 담당하는 분들이 따로 있기는 한데 미영이 너는 특별히 내가 직접 해줄게"
상담과 가입이라는 단어에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들었지만 미래의 상냥함과 진지함에 미영은 일단 경계를 풀고 자세히 듣기로 했다.
"먼저 우리는 각자가 사업을 영위한다고 보면 되고, 실적에 따라 실적만큼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야. 일종의 보험이나 핸드폰 판매를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우리는 좀 특별한 게 있어. 바로 내가 영업한 회원 수익을 지속적으로 받는 구조이고, 뿐만 아니라 그 회원이 다른 회원을 영업해 온다면 그 수익도 가져갈 수 있지."
미래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 미영이 되물었다.
"그럼 정확히 영업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좋은 질문이야. 바로 이거야"
미래는 자신이 들고 있던 태블릿을 미영에게 보여줬다.
"우리는 뭘 팔지 않고, 이 사이트에 가입을 시키는 구조지. 그래서 회원이 이 사이트에서 무언가를 구매하면 수익의 일정 부분이 그 상위의 사람들에게 할당되는 구조야. 그리고 이 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즉, 여기서 말하는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가입비가 필요해. 그리고 그 가입비는 바로 포인트로 지급이 되는 구조이고, 그 포인트로 이 폐쇄몰에서 구입을 할 수 있고."
"아, 그렇게 구매를 할 수익의 일부분을 셰어 하는 구조인 거군. "
미영은 알아 들었다는 듯이 미래의 말에서 요점을 집어냈다.
" 정확해. 오 미영쓰~ 제법인데"
미래의 칭찬에 미영은 기분이 좋아졌고, 더 집중하기 위해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런 미영을 본 미래는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다시 설명에 들어갔다.
" 일단 멤버구성이 있는데 일반 멤버를 시작으로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블루 다이아몬드, 크라운 다이아몬드, 로열크라운, 임페리얼, 프레지던트 이렇게 10개의 단계로 구분이 되고, 각각의 실적에 의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수익구조가 달라져. 참고로 난 다이아에서 블루다이아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어. 자세한 수익배분은 나중에 말해줄게. 오늘 다 말해줘도 잘 모를 거야. 오늘은 일단 네가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좋아. 오늘 네가 가입을 하면 멤버등급인데, 네가 함께할 운명이었던 게 이번 달까지 우리 회사에서 프로모션 진행 중이었거든 그래서 원래는 80만 원에 멤버등급부터 시작이지만, 너는 가입비 300만 원에 실버등급부터 시작을 할 수 있어!"
"300만 원?"
예상치 못한 금액에 미영이 당황해하며 되물었다. 미영도 가입비 부분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300만 원은 너무 큰 금액이었다. 그런 미영의 되물음에 전혀 당황한 내색 없이 미영이 대답했다.
"응, 300만 원 좀 부담스러울 수는 있는데, 너무 좋은 기회야. 보통 멤버에서 실버가 되려면 평균적으로 하위 레벨에서 8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줘야 하고, 너도 4~5명 정도는 회원 유치를 해야 돼. 그게 평균이긴 하지만 절대 처음 할 땐 쉬운 수치는 아니지."
"그럼 일반 멤버 등급이랑 실버 등급은 차이가 뭐야?"
"수익배분률이 달라. 일반 멤버의 경우 하위 레벨에서 0.5 정도의 수익을 상위레벨이 받아, 거의 못 받는다고 봐야 되는 건지. 근데 실버 등급이 되면 3%의 수익률을 받으면서 에서 시작을 할 수 있지. 회원 유치만 잘 된다면 적어도 6배는 이득을 보는 상황에서 시작을 하는 거라고, 그것도 단 돈 300만 원에"
미영은 고민에 빠졌다. 사실 미영이 수중에 가진 돈은 300만 원이 되지 않았다. 퇴직금은 며칠 뒤에 들어올 예정이었고, 지금은 50만 원 정도의 현금만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 300만 원은 너무 큰돈이었지만 미영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게... 지금 수중에 300만 원이 없어서 일단 일반 멤버로 등록을 하는 게 어떨까?"
"그렇구나... 근데 미영아 너무 좋은 기회야. 다시 생각해 봐 아 맞다, 너 퇴직금이 그 정도 되지 않아?"
미영은 미래가 자신도 제대로 계산해보지 않은 퇴직금의 금액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랬지만 회사생활을 오래 하면 대충 그 정도는 예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게 아직 정리가 안된 상황이라 언제 지급될지 몰라."
"그럼, 미영아 내가 진짜 너니까 말해주는 건데."
미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털어놓는 사람처럼 미팅룸 문을 열어보고 주변을 살피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조금 전보다 확연히 줄어들 목소리로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다.
"우리 회사 파트너들한테만 나오는 대출이 있어. 그렇게 큰 금액이 나오지는 않고, 이자도 좀 센 편이기는 하지만 딱 너 같은 상황에 적합한 대출이지."
"아, 그래...?"
미영은 대출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본능적으로 경계를 했다. 미영이 자주 보지는 않았지만 다큐멘터리 같은 곳에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보통 대출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미영은 대출만 안 받으면 그래도 피해가 크진 않았을 거라며 혀를 차곤 했기에 미영이 '대출'이라는 미영의 말에 경계심을 갖춘 것은 당연했다. 그때 미래가 뭐가 생각났다는 듯이 외쳤다.
"아 맞다. 그 파트너 대출, 실적이 있어야 나오지."
미래는 아쉽다는 듯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미영은 대출이 안된다는 소리에 어느 정도 안심이 되면서도 300만 원이 없어 좋은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정말 좋은 기회라면서 자신보다 더 안타까워해주는 미래로 인해 미영은 마음은 더 복잡해져 갔다. 그런 미영의 눈치를 보며 미래는 멤버도 괜찮다며 열심히 해서 금방 실버 다는 사람들도 많다며 위로를 던짐과 동시에 가입화면을 띄어놓은 태블릿을 미영에 내밀었다. 회원 가입은 사실상 별거 없었다. 신상정보와 아이디, 비밀번호 등 쇼핑몰에 가입할 때와 비슷해 보였다. 미영은 아쉬움 마음을 뒤로하고, 회원 가입을 마쳤다.
"됐다. 이제 가입비만 보내면 돼. 80만 원은 있어?"
"사실 50만 원 있는데... 80까지는 어떻게든 맞춰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어차피 대출을 받았어야 하는 거네. 파트너 대출이 됐으면 딱 좋았을 텐데."
미영의 머리가 다시 복잡해졌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모자란 부분을 어떻게든 대출을 받아야 했다. 그게 30만 원이던, 250만 원이든 금액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곧 퇴직금이 정산될 예정이었고, 무언가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약간의 대출은 좀 더 이 일을 진지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미영의 생각이 복잡해졌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눈치챈 미래는 자신이 도울 방법을 생각해 보다 팀장님께 물어보고 오겠다며 미팅룸을 나섰다. 한참을 이것저것 따져보던 미영은 한참이 지나서도 미래가 돌아오지 않았음을 알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