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nny May 03. 2020

[카슈미르] 인도-파키스탄 분쟁지역의 자연과 사람들

국가는 다투지만 사람들은 어울리고 자연은 아름답다

20년 전, 인도-파키스탄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에서 유엔군 옵서버로 1년간 활동한 경험이 있다. 총격전 또는 포격전이 있었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 조사를 나가 보면 건물이 파괴되어 있거나 사람들이 피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나누는 보이지 않는 선 [Line of Control]만 있을 뿐, 담장이나 철조망이 없었다. 심지어 선을 표시하는 말뚝 조차 박혀 있지 않았다. 어떤 곳은 그 선이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이웃과 친지를 둘로 가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와 파키스탄령 아자드 카슈미르 양측의 군인들과 준군사조직인 밀리턴트들만 서로 투쟁할 뿐, 그곳에 살고 있는 민간인들 사이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적대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들은 그저 이웃이고 친족이고, 그 이전에 다 같은 사람이었다.


카슈미르 지역은 힌두쿠시 산맥과 카라코람 산맥이 연결되어 있다. 파키스탄령 아자드 카슈미르의 북부 지역인 길깃은 히말라야를 정복하거나 탐방하려는 관광객들이 거쳐가는 곳이다. 파키스탄의 행정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출발해서 스카루드까지 이르는 길에는 대형 SUV를 타고 12시간 정도 소요되는 힘들고 고달픈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험준한 산을 넘고, 구불구불한 길을 통과하고, 때론 길이 무너져 내리거나 낙석 위험이 있는 비포장 산악도로를 경유해야 하지만, 그 길에서 만나는 자연과 사람들은 아름다웠다. 그 길은 옛날의 실크로드가 지나는 길이다. 작가는 파키스탄령 아자드 카슈미르 지역에서 10개월,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 지역에서 2개월 정도 머물렀다. 그곳의 자연과 사람들을 만나보자!


https://ko.m.wikipedia.org/wiki/%EC%B9%B4%EC%8A%88%EB%AF%B8%EB%A5%B4

자료 사진은 FACEBOOK 비공개 그룹 [UNMOGIP] 회원들과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작가가 유엔군 옵서버로 근무했던 카슈미르 지역의 지도와 해당 지역에서의 활동 사진이다.




데오세이(Deosai Plato) 국립공원 인근의 해발 4,500m 정도 되는 곳이다. 눈발이 흩날리다가 맑았다가 다시 세찬 바람이 부는 등 기상이 분 단위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공기 중의 산소 부족으로 몇 발자국 걷다가 쉬었다가 다시 걷기를 수차례 반복해야만 했다. 안전 문제로 오래 머무를 수 없어서 곧바로 하산했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스카루드로 가는 길에 본 라카포쉬(Rakaposh Peak)의 웅장한 모습이다. 해발 7788m 높이의 만년설이 쌓여있는 설산이다. 지역 주민의 말에 의하면 만년설의 두께가 100~300m 정도 된다고 했다. 가까운 듯해서 가보자고 했더니, 차를 타고 한 시간 이상 소요된다고 했다. 산이 너무 크고 웅장하다 보니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보였다. 스케줄로 인해서 만년설을 보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




라왈라 코트(Rawalakot)라는 지역을 통과할 때 동료가 촬영한 사진이다. 멀리까지 펼쳐진 산악 지대와 저 아래로 구름이 보인다. 우리는 구름보다 높은 곳에 있는 비포장 도로에서 대형 SUV를 타고 다녔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한다는 훈자 밸리가 있는 장수의 마을 길기트(Gilgit)로 가는 길이다. 도로변엔 벚꽃처럼 생긴 꽃나무들이 보였다. 눈이 쌓여 있는 곳은 대체로 해발 3000m 이상된다고 한다. 같은 도로상에서 꽃도 보고 만년설도 보는 색다른 경험을 하였다. 흐르는 시냇물은 만년설이 녹아서 흘러내리는 것이라고 한다.




파소(Passo) 또는 파수(Pasu)라는 곳이다. 당시에는 이 지역까지는 통행이 제한되어 있었다. 동료가 그 이후에 촬영한 사진이다.




스카루드(Skardu)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다리를 건너진 않았다.




함께 일했던 동료가 휴가 때 데오세이(Deosai Plato) 국립공원을 다녀왔다고 한다. 이런 다리를 건너갔다고.




스카루드 지역에 있는 샹그릴라 리조트다. 멋진 자연경관과 새빨간 지붕의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신혼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도로를 지나다 보면 목동과 양(염소?) 떼를 만날 때가 간혹 있다. 어린 목동들이 능숙한 솜씨로 동물을 아주 잘 다룬다. 어린 나이에 도대체 몇 년째 목동을 하길래 그리 능숙한지!




어린 소녀의 눈망울이 예쁘면서 슬프다. 옆에 있는 동생도 돌보면서 집안일을 돕고 있다.




화물트럭 운전수가 차를 세워 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승용차를 제외하고 버스, 트럭은 멋있게 치장한다. 왜?




멋지게 치장한 버스 지붕에도 승객이 가득 탑승했다. 이런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70~'80년대 우리나라의 만원 버스가 생각난다.




물동이를 지고 가는 여인들, 외간 남자와 눈이 마주치면 안 된다. 큰일 난다. 당시에 집안의 어떤 여성이 무슬림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생각될 경우 그 친족이 그 여성을 죽일 수 있는 '명예살인' 제도가 암암리에 묵인되고 있어서 많은 여성들이 죽거나 고통받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




돔멜(Domel)이라는 지역이다. 돔멜은 두 개의 강이 만난다는 뜻인데, 이곳이 바로 그곳이다. 돔멜을 무자파라바드(Muzaffarabad)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자파라바드는 파키스탄령 아자드 카슈미르의 수도다.


돔멜에서 함께 근무했던 이태리에서 온 알도라는 친구다. 이 친구가 직접 도면을 그려서 동네 철물점에서 BBQ용 그릴을 주문했다. 바로 이 그릴이다. 알도가 그릴을 테스트한다고 BBQ를 만들고 있다. 알도가 구워준 양고기와 버거가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약간 그슬린 불 맛과 그 특유한 향내... 얼마 전 20년 만에 Facebook으로 이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함께 일하던 한 친구는 얼마 전 뇌경색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Rest in Peace! 나보다 두 살 위인데 Facebook 사진을 보니 알도가 큰 형님처럼 보였다. 지금 COVID-19로 이탈리아가 난린데, 로마에 사는 알도가 건강하길 기도한다.


무자파라바드(돔멜)에 있는 옛 성 또는 왕궁의 일부분이다. 건축 양식을 보면 제법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카슈미르에서는 버펄로 똥을 벽에 붙여서 말린다. 이 지역에서 최고의 땔감이다. 사진을 촬영한 이는 최근에 UNMOGIP에 근무한 크로아티아군의 유엔군 옵서버다.




카슈미르인들, 아니 파키스탄과 인도인들까지 주식으로 먹는 '짜파티'다. 기름 없이 구운 빵 맛이다. 고소하다. 짜파티에 고기 또는 채소로 만든 음식을 싸서 먹거나 찍어서 먹는다. 이태원에 가면 짜파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카슈미르 지역의 과일 채소 가게, 우리나라 가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길에서 이발을 해주는 이발사가 간혹 눈에 띈다. 고객이 부르는 곳으로 가서 이발을 해주기도 한다.


땔감으로 사용할 나무를 저울로 재서 판매하고 있다. 땔감처럼 보였는데, 버펄로 똥 말린 것이 있어서 혹시 집을 짓거나 다리를 놓는다거나 하는 다른 용도로 나무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자드 카슈미르의 어느 크리스천 빌리지를 방문했다. 재미 교포 후원자가 있어서 이 마을에 학교를 건축할 수 있도록 미화 450달러를 현지인 목사님에게 전달했다. 당시 자택에서 24시간 상주하는 전용 운전사를 고용하려면 월 30~40달러 정도의 급여를 주었다. 450달러면 자가용 운전수 1년 봉급 정도의 큰돈이었다. 사진의 제일 오른쪽 가방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계신 분이 현지인 목사님이다. 목사님의 포즈는 우리나라나 카슈미르나 비슷한 것 같았다. 파키스탄은 법적 정치적으로는 종교적 탄압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크리스천이 좋은 직장에 취직하거나 성공적으로 자영업을 하기 어려운 사회적 풍토가 만연해 있었다. 예를 들면, 크리스천이 가게를 개업하면 무슬림들은 그 가게를 절대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그 가게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게 되는 식의 구조였다. 현지인 목사님은 교회에서의 수입이 별도로 없었기 때문에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병원에서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집은 크리스천 빌리지 옆에 있는 무슬림의 집을 잠시 빌린 곳이다. 전체적으로는 크리스천과 무슬림이 대립하고 있지만, 이웃 동네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산지대에도 마을이 보인다. 해발 3,000~4,000m 지역에도 마을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다. 해발 2,500m인 지역에서 1개월간 근무했는 데, 공기가 맑지만 무척 건조하고 햇볕은 따가웠다. 아무리 공기가 맑고 경치가 좋더라도 고산지대에 살고 싶진 않다.



길깃과 스카루드 지역에는 국내선 공항이 있다. 북부 지역이라서 기상 변화가 심하다. 결항하기 일쑤다. 비행기가 작고 활주로가 짧아서 이착륙할 때 무척 불안하다. 하지만 급할 땐 어쩔 수 없다. 목숨 걸고 타는 수밖에! 공항이나 비행기 내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이 대부분 부유층에 속한 사람들이다. 젊은 여성들은 대체로 늘씬하고 아름다워 보였는 데, 가정주부들은 대체로 덩치가 컸다. 결혼하면 여자들은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관습 때문이라나! 하지만 자주 들렀던 현지 은행에 근무하는 한 여성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유럽이나 미국에 가서 즐긴다고 들었다. 이슬람교의 종교적 관행과 전통적인 관습은 중산층 이하의 계층만 잘 지키는 것 같았다.



위험하지만 길깃이나 스카르두에서 비행기를 타면 이런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다.




여기서부터는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 지역의 사진이다.




잠무 카슈미르 지역에서는 원숭이가 집단 서식하는 지역을 지날 때도 있다. 야생 원숭이는 조심해야 한다. 한 번만 원숭이가 할퀴거나 물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99%다.




잠무 카슈미르의 푼치(Poonch)라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한 달 정도 지냈는데, 여기서 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었다. 삼겹살은 아니었지만 몇 달 만에 먹어 보는 돼지고기 맛에 향수병이 생길 뻔했다. 한 달간 냉동실에 잘 보관했다가 휴가 때 가족들과 함께 구워 먹기도 했다. 정상적인 루트로는 구할 수 없는 돼지고기를 이곳에서 구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잠무 카슈미르의 어느 지역이다. 도로 공사 중이다. 카슈미르인들은 모두 기다리는 것에 익숙한 것 같았다. 교통이 혼잡할 때 누군가가 나서서 정리해 주면 좋을 것 같은 상황에도 경찰이 없으면 아무도 나서질 않았다. 그러면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다. 아니면 그 누군가가 나서던지!

잠무 카슈미르의 어느 지역 채석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힌두교도들은 아무리 더워도 머리에 둘러쓴 터번(?)을 풀지 않는다.




카슈미르는 파키스탄령 아자드 카슈미르와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로 나뉘어 있다. 인도군과 파키스탄군, 무슬림과 힌두 교도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양측의 통제선인 Line of Control을 넘나들면서 한가족, 이웃처럼 잘 지내고 있었다. 또 그들은 서로를 존중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의 자연은 눈이 부시도록 너무 아름다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