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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May 05. 2020

[Memento] 어머니의 도자기 인형

어머니는 예쁜 도자기 인형을 좋아하셨나?

가정의 달을 맞아 장인 장모님의 묘소에 다녀왔다. 작고 예쁜 야생화를 몇 송이 가지고 가서 심었다. 아내와 처형들 모두 좋아하는 걸 보니 기뻤다. 모처럼 사위 노릇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장인어른 생전에 잘 쓰시던 말투를 흉내 내 보기도 하였다. “의의의!” 기분이 좋아도 뭔가 맘에 안 들어도 장인어른의 기분을 나타내는 의성어는 “의의의!” ‘이그 이그 이그’를 줄인 말 같기도 하고, ‘어이어이 어이’ 같기도 하다. 장인어른이 떠나신 지 십 년도 넘었는 데, 지금도 누군가 “의의의”하면 그분이 생각난다. 나도 아내도, 처가 식구들 모두 그분을 떠올린다. 오늘 꽃 심는 모습을 보셨으면 분명히 그러셨을 거다. “의의의!”



작은 처형 댁은 처가나 마찬가지다. 아내는 오 남매지만 세 자매가 유독 잘 어울린다. 세 자매의 모임은 거의 작은 처형 댁에서 한다. 그러니 장인 장모님이 모두 떠나신 지금은 작은 처형 댁이 처가 같을 수밖에. 오늘도 여느 때처럼 세 자매가 모여 선산에 다녀온 것이다. 작은 처형 댁에는 어머니의 유품이 있다. 예쁜 도자기 인형들이다. 미국으로 이민 가실 때, 내게 주셨던 것들이다. 이사를 자주 하는 처지라 언젠가 처형 댁에 가져다 놓았다. 아마 해외 근무차 일 년간 온 가족이 파키스탄으로 출국할 때였던 것 같다. 오늘은 그 도자기 인형들이 자꾸 눈에 띄었다.


작은 처형 댁에 일 년에 수차례씩 방문했지만 오늘 같은 날은 없었다. 예쁜 도자기 인형들이 자꾸만 보였다.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나도 모르게 그 인형들이 있는 쪽으로 눈길이 갔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어린 시절, 우리 집엔 도자기 인형이 제법 많았다. 어머니의 지인 한 분이 도자기 인형 제조 공장에 다니셨는데, 집에 놀러 오실 때마다 한두 개씩 가져오셨다. 어머니는 그 인형을 마다하지 않고 모으셨다. 별다른 장식품은 없었지만, 그 예쁜 인형들이 집안 분위기를 나름대로 분위기 있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오늘따라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도자기 인형들에 눈길이 자주 가는 걸 보면 이십 년 전에 떠나신 어머니가 생각났던 것 같다. 사실 어머니가 예쁜 도자기 인형을 좋아하셨는지 잘 모른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집을 떠나 살았기 때문이다. 그냥 어머니께서 그토록 많은 도자기 인형을 버리지 않으셨기에 예쁜 인형들을 애지중지 아끼고 좋아하셨다고 생각할 뿐이다.


어머니는 L.A. 에서 돌아가셨다. 나와 아내의  첫 번째 미국 여행 계획은 어머니의 장례식 참가로 대신하게 되었다. 그 이후 이십 년이 지나도록 L.A.의 어머니 묘소에 한 번도 찾아가 보지 않았다. 형이 한동안 미국에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난 묘지에 잘 가지 않는다. 장인 장모님 묘소에 가끔 가는 것은 아내를 위해서 처가댁 분위기를 따를 뿐이다. 장인 장모님 기일에 처가에 가서 추도예배는 함께 드리지만, 어머니의 장례식 이후 한 번도 어머니 기일에 추도예배를 드린 적이 없다. 형이 따로 드리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난 산 사람과 돌아가신 분을 확실하게 구분한다. 살아생전에 잘해드리지도 못하면서 돌아가신 후에 추모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인생관으로 산다.


그런데 오늘은 예쁜 도자기 인형이 자꾸자꾸 보인다. 결국 사진을 한 장 찍게 되었다. 어머니의 유품, 예쁜 도자기 인형의 사진을. 어머니는 예쁜 도자기 인형을 좋아하셨나? 어머니는 왜 그렇게 도자기 인형에 애착을 가지셨을까? 어머니는 왜 그 많은 인형들을 버리지 않으셨을까? 어머니는 왜 그 예쁜 인형들을 내게 주셨을까? 왜 오늘따라 자꾸만 아이처럼 엄마가 생각날까? 떠나신 지 이십 년 만에! 이런 걸 그리움이라고 하는 건가?




어버이 살아신제 섬길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 정철


https://youtu.be/kX-7LMsW-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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