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는 내가 잡아 온 망둥어를 반쯤 말려서 찜을 쪄 주시곤 하셨다
내가 태어난 곳은 강화도의 어느 산허리쯤이다.
하지만 유아 시절에 부모님께서 서울로 이사해서 고향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런 내게 고향의 추억을 만들어 준 곳은 외조부모님이 사시던 초지진 근처 외갓집이다.
유년 시절 여름이면 그곳에서 말똥구리를 잡고, 개구리와 메뚜기도 잡고,
망둥어 낚시를 하면서 지냈기에 시골 고향의 추억이 생겼다.
덕분에 임성훈 씨가 부른 대중가요 '시골길'이 내겐 그리 낯설지 않다.
내가 놀던 정든 시골길
소달구지 덜컹대던 길
시냇물이 흘러내리던
시골길은 마음의 고향
개구리와 메뚜기를 잡아가면 외할머니는 그중에서 큰 놈을 골라서 굽거나 튀겨 주셨다.
통통한 개구리 뒷다리와 메뚜기 구이나 튀김은
눈깔사탕이 최고였던 시절에 외손주를 위한 특별 간식이랄까 뭐 그런 것이었다.
외할머니는 망둥어를 잡아가면 가장 좋아하셨다.
망둥어 코를 꿰서 햇볕이 그리 강하지 않은 곳에 잘 말린다.
망둥어가 반쯤 마르면 외할머니는 그걸로 찜을 쪄서 점심 반찬으로 내 주시곤 하셨다.
외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셨던 소울 푸드, 반건조 망둥어 찜은 생각만 해도 입가에 군침이 돈다.
흰쌀밥을 한 숟가락 크게 뜨면 외할머니가 망둥어를 찢어서 숟가락 위에 올려 주신다.
입을 크게 벌려서 밥 한술과 망둥어 찜을 볼이 터질 정도로 입안에 미어지게 넣은 다음,
우걱우걱 대며 먹던 그 맛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다른 반찬은 필요 없다. 짭조름한 망둥어 한 마리와 흰쌀밥 한 그릇이면 충분한 한 끼였다.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도 그 고소한 뒷맛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께서 사고로 세상을 떠나시자 정신줄을 놓으시더니 한 달 후 소천하셨다.
오전엔 멀쩡하시다가 오후가 되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어디 가셨는지 묻곤 하셨다.
그렇게 한 달가량 아들네, 딸네, 손주네, 외손주네 집을 한차례씩 방문하시더니 먼길을 떠나셨다.
팔십 평생 잉꼬부부였는데, 짝을 잃은 외할머니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신 것이다.
올여름엔 강화 풍물시장이라도 가봐야 할까 보다.
외할머니가 만드셨던 반건조 망둥어를 사야 할까 보다.
뜨거운 흰쌀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잘게 찢은 망둥어 찜을 살짝 얹은 다음,
입을 크게 벌려서 볼이 터지도록 우걱우걱 짭조름한 소울 푸드의 추억을 되살려야 할까 보다.
그리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묘소라도 들러야 할까 보다.
외갓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양지바른 터에 가서
두 분 묘소의 잡초라도 뽑아야 할까 보다.
외할머니와 망둥어 찜과 내가 놀던 외갓집을 추억하면서.
눈이 오나 바람 불어도
포근하게 나를 감싸는
나 어릴 때 친구 손잡고
노래하며 걷던 시골길
아 지금도~
아 생각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