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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Jun 15. 2020

북한의 김여정 때문에 예쁜 새아기가 뿔났다.

"어머니! 김정은의 목을 따버렸으면 좋겠어요."

주말에 백령도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 주 나오기로 했던 휴가가 연기되었다고 했다. 최근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관련 북한의 대남 강경 담화가 잇달아 발표되더니 김여정 담화문이 군대에 있는 아들의 '휴가 연기'에 쐐기를 박았다.


이미 서울에 와서 아들이 나오면 휴가 때 뭔가 하려고 계획했던 며느리가 잔뜩 화가 난 모양이다. 며느리가 아내에게 말했다. "어머니, 00씨(아들)가 김정은의 목을 따버렸으면 좋겠어요." 성악을 전공한 예쁜 새애기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상상도 못 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김여정 담화문을 본 후 며느리의 어투를 이해할 수 있었다. 2년 전 6.15 공동선언 전후 보인 김여정의 언행에 비추어 볼 때, 상상할 수 없는 거친 발언을 그녀가 마구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김여정 담화문의 전문을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나는 어제 우리 통일전선부장이 낸 담화에 전적인 공감을 표한다.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에 해낼 능력과 배짱이 있는 것들이라면 북남관계가 여적 이 모양이겠는가.

언제 봐야 늘 뒤늦게 설레발을 치는 그것들의 상습적인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형식에 불과한 상투적인 언동을 결코 믿어서는 안 되며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의 죄행을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우리 조국의 상징이시고 위대한 존엄의 대표자이신 위원장 동지의 절대적 권위를 감히 건드리고 신성한 우리 측 지역에 오물들을 들이민 쓰레기들과 그런 망동 짓을 묵인한 자들에 대해서는 세상이 깨여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장을 보자고 들고 일어난 전체 인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지금 날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깨깨 받아내야 한다는 판단과 그에 따라 세운 보복계획들은 대적 부문 사업의 일환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

그것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절대로 다쳐서는 안 될 무엇을 잘못 다쳐놓았는지를 뼈아프게 알게 만들어야 한다.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혹여 ‘협박용’이라고 오산하거나 나름대로 우리의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해댈 수 있는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다.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 사업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남조선당국이 궁금해할 그 다음의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

쓰레기는 오물통에 가져다 버려야 한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Z40TZ89QL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김여정의 담화문 내용에 따라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는 머지않아 파괴될 것으로 보인다. 그 후엔 북한군 총참모부에 의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연평도 포격도발이 떠오른다.


며느리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당분간 백령도에 들어가지 말고 서울에 남아 있거라." 며느리가 말했다. "아버님! oo씨(아들)가 힘들 텐데, 따뜻한 밥이라도 해줘죠." 다시 예쁜 새애기의 말투로 돌아왔다.


코로나-19가 물리적 거리를 계속 유지하라고 강요하지만, 지금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 시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올린 Tweet이 우리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김여정이 북한 대중매체를 통해 발표한 담화문이 아들 며느리의 휴가 계획에 영향을 준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시대를 연결과 고립으로 구분는 이들도 있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상호 연결은 지구의 종말이 오기까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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