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진 의자가 늘 비어있다.
아파트 통로의 출입문 옆에 긴 의자가 있다.
철 따라 색이 바랜 의자는 새 옷을 갈아입는다.
의자 주위를 둘러싼 사철나무도 철 따라 머리를 단장한다.
의자와 사철나무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빈자리를 채워 앉아 나무 그늘 아래 쉬어가길 바라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났다.
다시 봄이 가고 여름이 온다.
의자도 새 옷을 입었고, 사철나무도 헤어스타일을 매만졌다.
의자와 사철나무는 오늘도 누군가를 기다렸다.
사계절이 지나 또 봄은 가고 여름은 오는데 아직도 앉지 않는 그 누군가를.
글감이 와서 빈 의자를 촬영했다.
아내가 말했다. 예쁘지도 않은 곳을 왜 찍냐고.
아내가 보기에도 의자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듯했나 보다.
하지만 오늘 빈 의자는 행복했을 것 같다.
누군가 와서 사진도 찍어 주고 오늘의 프로타고니스트가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