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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Nov 10. 2020

내가 떠난 후엔 명복을 빌지 마라

명복(冥福)과 소천(召天)의 괴리(乖離)

얼마 전 교회 중직자 카톡방에 어느 분의 별세 소식이 떴다. 코로나-19로 조문 없이 가족장으로 치를 예정이라고 했다. 잠시 후 많은 이들이 조의 문자를 보냈다. 그중 몇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함께 하길 기도한다라고 썼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는 말은 일반적 조의 문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에게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명복(冥福)은 불교 내세관에서 유래된 용어다. 그 의미는 "죽은 뒤에 저승에서 받는 복, 죽은 사람의 행복을 위하여 불사(佛事)를 행하는 일"이다. 명복을 빈다는 의미는 불자가 죽은 후 심판을 받는 명부(冥府, 저승)에서 복된 심판을 받고 극락에 가게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잘 모르고 기독교인도 문상할 때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난 크리스천이라 저승에서 복된 심판을 받고 극락 가기 싫다. 천국에 가고 싶다.


내가 세상을 떠났을 ,
명복을 빌지 않길 바란다.


기독교인이 죽으면 소천(召天)이란 용어를 쓴다. 소천은 국어사전엔 없고, 한국 선교 초창기에 생긴 용어다.


이 표현은 "하나님께서 부르신다"는 기독교 용어다. 성경에 데려가신다(창세기 5:24), 도로 찾는다(누가복음 12:20),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다(전도서 12:5), 아버지 집으로 돌아간다(창세기 28:21)는 기록이 있다. 모두 하나님께서 부르신다는 의미다. - 교회용어사전: 교회 일상(네이버 지식사전)


종교와 무관하게 부고를 알릴 때, 소천이라고 쓰기도 한다. 얼마 전 불교 신자인 지인에게 부친이 소천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독교인은 불교 용어인 "명복을 빈다"라고 조의를 표하고 불교인은 기독교 용어인 "소천했다"라고 하니 요지경인 세상이다. 종교 용어로 어려운 한자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천을 직역하면 "하늘로 부르다"가 아니라 "하늘을 부르다"라고 한다. 교회에서 사용하듯 누가 소천하셨다는 건 어휘적으로 잘못된 표현이다. 소천되었다 또는 소천받았다는 표현이 무난하다.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사전에 없는 소천이라는 단어와 함께 소천하셨다는 말을 즐겨 쓴다. 기독교용어연구위원회는 맞춤법에 맞지 않는 소천하셨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보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별세하셨다, 숨을 거두셨다"로 쉽고 정확한 말을 사용하길 권장했다.


내가 세상을 떠났을 ,
소천했다 하지 말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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