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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Nov 23. 2020

변경된 일정을 알려주지 않는 이유

타인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은 아니길 바란다.

 번째 에피소드


어느 기관에서 주관하는 세미나에 지정 토론자로 초청을 받았다. 러시아워에 서울을 벗어나는 시간을 고려해서 한 시간 반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일찍 집을 나섰다. 내비게이션이 새로운 길로 안내했다. 한 번도 다녀보지 않았던 고속도로였다. 그 길 덕분에 한 시간 반 가량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다. 세미나장 주변이 조용했다. 이른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주관 부서 사무실을 방문했다. 아무도 없었다. 세미나 준비로 바쁜가 보다고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발표자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일찍 오셨네요라고 말했다. 러시아워를 피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고 나서는데 행사 주관 부서장이 들어왔다. 그도 마찬가지로 왜 이렇게 일찍 왔느냐고 물었다. 코로나 대응 단계가 격상되면서 세미나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형식으로 전환되었고 시간도 오전에서 오후로 변경되었다는 것이었다. 황당한 순간이었다. 주최 측에서 행사 일정이 변경되었다는 것을 내게 알려 주지도 않았으면서 왜 이렇게 일찍 왔냐고? 세미나까지 4시간 30분가량 시간이 남아 있었다. 일정이 오후로 변경된 것을 미리 알려 줬다면 러시아워에 상관없이 여유롭게 운전해서 올 수 있었을 텐데. 제주도에서 오기로 한 지정토론자는 어떤지 물어보았더니 다행히 그에겐 사전에 연락을 했다고 하였다. 그 기관의 주변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고 있는데 담당 부서장에게서 여러 차례의 부재중 전화가 걸려와 있었다. 문자 메시지와 함께. "죄송합니다. 갑자기 계획이 변경되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런 해프닝이 담당 부서장과 실무자의 업무 미숙이었길 바랄 뿐이다. 그들이 다른 사람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른다고 생각하면 너무 서글퍼지기 때문이다.



 번째 에피소드


교회 창고 정리 일손이 필요하니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아내가 여행 준비를 위해 필요한 물품을 사러 가자고 했지만, 교회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에 아침 일찍 교회로 갔다. 도움을 요청한 부서장이 없었다. 창고 정리를 돕겠다고 자원한 남자 넷과 여자 둘이 모였다. 그런데 교회 사무장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창고 정리를 주중에 마쳤다고 했다. 사무장님과 청소하시는 분이 트럭 서너 대 분량의 물품을 치우고 정리를 다 끝냈다는 것이다. 그러니 교회 창틀 먼지 제거와 유리창 청소 정도만 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여자 둘은 돌아가고 남자 넷이서 유리창 턱 청소를 했다. 그날 하지 않았어도 될 일을 사람이 왔으니 만들어서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토요일 오전에 창고 정리를 위한 일손은 필요 없었다. 그러면 미리 연락을 해주던가! 아직 해당 부서장에게 왜 연락을 안 했는지 물어보진 않았다. 황금 같은 토요일 오전에 본인은 나오지도 않으면서, 창고 정리가 끝났다고 알려주지도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가 만일 다른 사람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른다면 그런 일을 그런 식으로 주도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일을 겪으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요즘 내가 너무 착하게 살고 있나? 황당한 일을 겪으면 화도 내고 성질도 부리고 해야 하는 데 너무 인격적으로 대처하고 있나? 다른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너 참 많이 변했다. 참을 줄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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