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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Nov 07. 2020

입동도 아이들을 막을 수 없다

영상 17도의 따뜻한 날씨에 아이들이 공원으로 뛰쳐나왔다

오늘은 입동,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이다.

아침식사를 든든히 하고 산책 겸 운동 겸해서 밖으로 나왔다.


동네에 새로 조성 중인 아파트 단지의 큼지막한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발걸음을 옮겨 그 옆의 아파트 단지 옆길을 거쳐 보라매 공원에 도착했다. 운동삼아 공원 옆의 와우산 2km 둘레길을 돌아서 다시 공원에 들어섰다. 편의점에서 산 마테차를 마시면서 잠시 쉬는 중이다.



공원의 커다란 잔디밭에는 어린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따라다니다 지친 부모들은 뒤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온도계를 보니 영상 17도다. 서늘한 바람이 약간 불지만 두꺼운 겉옷을 벗어던지고 뛰노는 아이들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어느덧 성년이 된 아들과 딸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삼십 대에 낳은 딸과 달리 이십 대 중반에 낳은 아들과는 야외에서 놀아 준 기억이 별로 없다. 바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육아 경험이 없는 어린 아빠였기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 그 녀석이 이젠 아빠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보단 훨씬 좋은 아빠가 되길 기대한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부르며 재촉한다. 빨리빨리 따라오라고. 사람의 기운은 어려서는 발에 있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 위로 움직이다가 명이 다하면 머리 위로 떠난다는 말이 있다. 기운이 발에 있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느라 힘들어하는 젊은 부모들의 모습이 지난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입동이란 말이 무색한 봄날 같은 날씨에 공원 벤치에 앉아 글을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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