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경쾌한 소리에 땅 속에서 뭔가 튀어나올 듯
경. 칩.
경쾌한 소리에 파릇파릇 싹이 돋는 땅 속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놀랠 경(驚), 겨울잠 잘 칩(蟄).
겨울잠 자던 벌레들이 놀래서 뛰쳐나온다는 경칩(驚蟄)의 훈(訓)에 걸맞게 음(音)도 경쾌하다.
경칩을 맞아 경쾌한 소식이 정치, 경제, 사회면의 달갑지 않은 뉴스를 잠재웠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일로 한껏 움츠렸던 우리 몸과 마음에 경칩과 더불어 새 생명이 솟구치면 좋겠다.
웹서핑으로 찾은 경칩의 의미와 풍습을 살펴보며 힘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경칩의 의미와 풍습(風習)
경칩(驚蟄)은 24절기 중 세 번째로 우수(雨水), 춘분(春分) 사이다. 이 무렵 땅속 벌레들이, 얼음이 풀리고 우레가 울며 비가 오는 데 놀라 겨울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린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도에 이르는 때로 동지(冬至) 후 74일째 되는 날이다. 양력으론 3월 5일 무렵이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이 시기엔 겨울철 대륙성 고기압이 약해지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해서 한난(寒暖)이 반복된다. 기온이 날마다 상승해서 봄으로 향한다.『한서(漢書)』에 열 계(啓) 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 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고 기록했다. 후에 한(漢) 경제(景帝)의 이름인 계(啓)를 피휘(避諱) 하려고 놀랠 경(驚) 자를 써서 경칩(驚蟄)이됐다. 옛사람들은 이 무렵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논일원십이회삼십운(論一元十二會三十運)에는 “동면하던 동물은 음력 정월[寅月]에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경칩에 해당하며, 음력 9월[戌月]에는 동면을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입동(立冬)에 해당한다”라고 했다. 『예기(禮記)』「월령(月令)」에는 “이월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라고 쓰여 있다. 경칩은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라서 보호하고 관리하는 시기다.
조선시대 왕실응 왕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경칩이 지난 해일(亥日)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행하도록 정했고,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나 갓 자란 풀이 상하지 않게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리기도 했다.『성종실록(成宗實錄)』에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하였다. 우수와 경칩은 새싹이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다.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이 풀려서 완연한 봄을 느끼게 된다. 초목의 싹이 돋아나고 동면하던 벌레들도 땅속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농촌에서는 산과 논에 물이 괸 곳을 찾아다니면서 건강을 기원하며 개구리나 도롱뇽 알을 건져다 먹기도 했다.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며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했다. 빈대가 없어진다며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했다. 빈대가 심한 집은 재를 탄 물그릇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었다. 경칩에 보리 싹의 성장을 보고 그 해의 농사를 예측하기도 했다.
경칩에 고로쇠나무, 단풍나무, 어름 넝쿨 등을 베서 그 수액(水液)을 마시는데,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 전남 순천 송광사나 선암사 일대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이 유명하다. 일반적인 나무는 2월의 중기인 춘분(春分)이 되어야 물이 오르지만, 남부지방의 나무는 일찍 물이 오르므로, 첫 수액을 통해 한 해의 새 기운을 받으려는 것이다. 고로쇠 수액은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어 일기(日氣)가 불순할 땐 좋은 수액이 나오지 않고, 날이 맑을 때 나온 수액이 약효가 있다. 경칩이 지나면 수액이 잘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그 수액은 약효가 적다. 경칩은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로,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다.
* 자료 출처: 한국 세시풍속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