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때 시골 외갓집에 가면 참새가 많았다. 형들은 참새를 잡겠다며 소쿠리를 거꾸로 해서 끈을 묶은 막대기로 받쳐 놓곤 했다. 소쿠리 밑에 쌀알을 뿌려놓고 참새가 모여들면 끈을 당겨 막대가 넘어지면서 소쿠리 속에 참새가 갇히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아주 가끔 참새가 갇혔지만, 형들이 참새를 잡으려고 소쿠리를 살짝 들추면 바로 날아가 버리곤 했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허수아비 옷을 입히고 밀짚모자를 씌우곤 했다. 알곡이 익을 무렵 찾아오는 참새떼를 쫓기 위해 허수아비를 여기저기 세웠던 기억이 난다.
조금 커서는 동네 형들을 따라가서 포장마차에서 술안주로 파는 참새구이를 얻어먹었던 것 같다. 고소한 그 맛은 당시 서울에서 유행하던 전기구이 통닭 못지않았다.
지금은 서울에서 참새 보기가 쉽지 않다. 참새보단 비둘기가 더 많다. 사람들이 주는 먹잇감에 익숙해지고 살이 쪄서 닭둘기라고 불리는 비둘기는 시내 공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짹짹대는 참새 소릴 듣긴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 서울 한복판의 카페에서 참새를 봤다. 참새가 카페 주변을 이리저리 오가며 비둘기처럼 먹잇감을 찾는 듯했다. 그러더니 발밑으로 몇 마리가 내려앉았다. 떨어진 빵부스러기를 찾아 먹는 것 같았다. 야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의자 밑에서 요리조리 다녔다. 시골집 마당에서 모이 찾아다니는 병아리처럼. 참새도 길들이면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본 참새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주었다.
참새야! 안녕!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