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역사와 추억
여의도는 원래 강에 넓게 퍼져있는 모양새로 ‘너벌섬’으로 불리다가 한자로 汝矣島로 표기했다. 세종 3년인 1421년 [조선왕조실록]에는 이 섬에서 목축을 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여의도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영조 27년인 1751년 [도성3군문분계총록]이다.
1916년 여의도에 비행장이 생기면서 하늘길이 열렸다. 1922년 12월 10일 한국인 최초로 하늘을 난 비행기 조종사 안창남이 여의도에서 고국 방문 기념 비행을 했다. 1945년 8월 18일에는 이범석, 김준엽 등 임시정부의 광복군이 미군 수송기 C-47을 타고 여의도에 내려 해방된 조국 땅을 밟기도 했다. 1954년 2월 16일 미국 영화배우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가 종전 후 전선에 배치된 미군 장병들을 위문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것도 여의도 비행장을 통해서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여의도를 개발하기 시작해서 고층빌딩 숲을 이루게 되었다. 마포대교, 서강대교, 원효대교 등 3개의 한강 다리로 연결되고, 지하철 5호선과 9호선이 지나는 2.9평방 킬로미터의 여의도는 대한민국의 정치, 금융, 언론의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초중고 시절을 보낸 내겐 여의도의 추억이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의 청소년 시절엔 여의도에서 주로 자전거를 탔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친구들과 여의도에 가서 한 시간짜리 대여 자전거를 빌려 타고 놀던 기억이 난다. 드넓은 여의도 광장은 자전거를 타는 청춘남녀들로 늘 붐볐고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여의도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엔 국군의 날 행사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1984년과 1994년 2회에 걸쳐 국군의 날 행사요원으로 참가했다. 대통령과 내외 귀빈이 참가한 여의도 본 행사와 시가지 행진을 위해 1~2개월 동안 반복 예행연습을 해서 행사 당일 즈음이면 얼굴은 햇볕에 새까맣게 그을리고 땀을 많이 흘린 몸은 홀쭉해졌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행사장과 길거리에 나온 수많은 국민들의 열렬한 박수와 환호 속에서 대한민국 국군의 일원이라는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다.
2010년경엔 국방부에 근무하면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출장을 자주 다녔다. 4년여간 임시국회와 정기국회 시즌이면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실과 회의실에 수시로 드나들었다. 의원회관 식당에서 즐겨 먹던 깔끔하고 맛있는 식단이 가끔 생각난다.
요즘엔 샛강 건너편 동네에 살다 보니 아내와 주말 산책 삼아 여의도에 자주 간다. 여의도 공원의 산책로나 샛강 길을 걷는 것도 좋고, 더현대에 가서 국내에선 보기 어려운 것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작년과 올해는 없었지만 여의도 벚꽃축제와 한화 불꽃놀이도 좋은 볼거리다. 여의도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산책길에 보게 된 한국교직원공제회 조형물 때문이다. 특이한 조형물을 보고 설명문을 찾다가 거기에 쓰인 글을 읽게 된 것이다.
여의도 산책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도 챙기면서, 주변의 역사도 알게 되고 추억도 소환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