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나 사물을 사진으로 촬영할 때와 그림으로 그릴 때의 차이가 무엇일까?
지인에게 들은 얘기다. 그에겐 유명한 사진작가 친구와 화가인 친구가 있다.
어느 날 그림과 사진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 사진작가와 화가인 두 친구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서로에겐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고유 영역이 있기에 논쟁은 평행선을 달렸다.
그러던 그들이 상호 의견의 합일점을 찾았다.
"그림이 더하기의 미학(美學)이라면 사진은 빼기의 미학"이란 것이다.
어떤 풍경을 그릴 때 화가는 여백에 무엇인가를 더할 수 있다.
화가가 여백에 더해서 그린 것에 따라 그림의 주제가 달라진다.
외롭게 날아가는 철새 한 마리를 그릴 때와 다정한 암수컷의 모습을 여백에 더했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반면, 사진작가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서 초점 이외의 부분을 뺄 수 있다.
작가가 어떤 의도로 앵글을 잡느냐에 따라 사진의 내용이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사진은 작가가 관심을 갖지 않는 부분을 빼는 것이다.
두 친구의 견해는 나름대로 논리적이다.
하지만 풍경을 그리는 화가가 의도적으로 특정 부분을 빼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여백의 미를 중시하는 동양화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포토샵 기법을 이용하면 사진에 작가가 원하는 것을 더할 수 있다.
그림도 빼기의 미학이고 사진도 더하기의 미학일 수 있다.
"그림이 더하기의 미학이고 사진이 빼기의 미학"이란 두 친구의 주장은 가설(假說)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