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내일 아침이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된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대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뢰와 지지를 받은 대통령은 없었다.
함석헌 선생의 그 사람을 가진 대통령, 대통령에게 그 사람이 되어 준 정치지도자가 대한민국에 부재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 사람을 가진 대통령, 대통령에게 그 사람이 되어 줄 정치지도자들이 나타나길 기대하며 내일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