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nny Jun 22. 2022

갈등(葛藤)

제주 곶자왈 여행기

갈등(葛藤)이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함, 또는 그런 상태다. 갈등의 사전적 정의다. 그 의미는 알고 있었지만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처럼” 이란 표현은 오늘 처음 들었다. 제주 곶자왈 해설사로부터다. 실제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힌 모습도 곶자왈에서 처음 봤다. 해설사의 설명처럼 등나무와 칡넝쿨이 꽈배기같이 서로 엇갈려서 얽혀 있었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처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함,
또는 그런 상태다


칡과 등나무 넝쿨이 꽈배기처럼 서로 얽혀 있다

해설사가 몇몇 방문객에게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하기 위해 먼저 다가서시나요? 아니면 상대방이 말을 걸어올 때까지 기다리시나요?”


갈등이 생기면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나요?
상대방이 다가오길 기다리나요?


먼저 다가간다는 이도 있고, 반대로 기다린다는 이도 있었다. 해설사는 먼저 다가서면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 기다린다고 했다.


난 어떤 경우인가? 자존심이 강한 편이라 대체로 먼저 다가서지 않는 것 같다. 어떤 경우엔 상대방이 갈등이 느끼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오래전 군대에서 있었던 일화가 생각났다. 부부동반 만찬 행사가 있었다. 가깝게 지내던 선배가 맞은편에 앉아서 행사 내내 한마디 말도 건네질 않았다. 눈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옆자리의 선배 부인과  마디 대화를 나누고 행사가 끝났다.


며칠 , 선배로부터 잠깐 만나자는 전화가 욌다. 선배 사무실에 갔더니 나와의 좋은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보자고 했단다. 얘기를 들어보니, 비서실장인 선배가 만찬장에 들어서는 나를 보고 반갑게 맞으려고 다가갔는데, 내가 모른 척하고 지나쳤다고 했다. 후배에게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졌고, 행사 내내 맞은편에 앉은  얼굴을 마주할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선배가 내게 다가오는  몰랐다. 지휘관을 보좌하면서 내빈을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찬 대상자  내가 가장 계급이 낮았기에 비서실장이 나를 맞으러 오리라곤 전혀 생각지 않았다.  얘기를 들은 선배는 자신이 워낙 예민한 성격이라서 과민한 반응을   같다고 했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이후로  선배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갈등은 누군가 먼저 다가서면
해결할 수 있다


내가 의도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 당시 선배와 난 칡과 등나무처럼 어긋나게 얽혔다. 선배는 날 향해 왔지만, 난 그걸 모르고 다른 방향으로 갔다. 나중에 선배가 날 찾지 않았다면 서로 당시 상대방의 입장을 알지 못한 채 갈등 관계가 지속될 수 있었다. 선배가 먼저 다가왔기에 우리의 갈등이 해소되었다. 갈등은 쌍방 중에 누군가가 먼저 다가서면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제주 곶자왈 환상숲에서 가시덩굴과 나무와 화산석의 조화를 보면서 몸과 마음을 정화했다. 해설사 덕에,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으로 이루어졌다는, 갈등의 어원도 알게 되면서 인문학적 소양도 키웠다. 여행과 인문학이 만난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 나들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