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이 살 순 없을까?

후배와의 약속장소에 가면서 스마트폰을 들고 나오지 않은 걸 뒤늦게 알았다

by Kenny

오랜만에 후배와 오찬 약속을 했다. 각자의 근무지에서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중간지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후배가 장소를 정해서 카카오톡으로 위치를 보내주었다. 약속시간보다 5분 정도 일찍 도착하려고 서둘러 나섰다. 지하철을 타기 직전 위치를 확인하려 했더니 충전 중이던 스마트폰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되돌아가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기억나는 대로 찾아가려고 했다. 신당역에서 3분 정도 거리에 있는 유명한 칼국수집이라고 했다. 사진에서 본 식당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두 글자였다.


신당역에 내리면 바로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뿔싸! 3~4개일 줄 알았던 출구가 12개나 있었다. "주여! 어디로 가오리까?" 지하철역무원에게 휴대전화를 들고 나오지 않았는데 전화 한 통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공중전화 위치를 안내해 주었다. 공중전화로 가서 카드를 꽂았다. "사용할 수 없는 카드입니다. 카드를 뽑아주세요." 다른 카드를 꽂았다. 역시 사용할 수 없었다. 동전도 없고 카드는 사용할 수 없고, 가장 가까운 출구를 통해서 지하철 역사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돌아보니 칼국수집은 보이질 않았다. 인근 편의점에 들어가서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냐고 했더니 공중전화를 사용하라고 했다. 그러면 동전을 교환해 달라고 천 원짜리를 내밀었더니 요즘 공중전화는 모두 카드로 사용한다고 했다. 카드가 안되더라고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곤 전화기는 빌려줄 수 없다며 가까운 경찰초소 위치를 알려주었다. 초소에 가보니 문이 잠겨 있었다.


점심시간에 잠깐 만나서 간단한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이 10여분 지났다. 주위를 돌아보니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있었다. 왠지 거긴 친절할 것 같았다. 무작정 들어가서 직원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냐고 했더니 쿨하게 허락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아내도 나도, 요즘 사람들 대부분이 모르는 전화번호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공인중개사도 그럴 거라면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주었다. 다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동안 받지 않다가 계속 신호를 보냈더니 아내가 받았다.


아내에게 말했다. L후배와 만나기로 했는데 스마트폰을 들고 나오지 않아서 약속장소를 찾을 수 없으니, L의 전화번호를 아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이쪽으로 전화해 달라고 했다. 내가 외우는 전화번호는 아내의 번호뿐이다. 휴대전화에 모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아들, 딸, 며느리의 번호를 비롯해서 굳이 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여하튼 전화를 기다리면서 공인중개사에게 이 근처에 유명한 칼국수집이 있냐고 물었다. 신당역에서 3분 거리에 있고 이름은 두 글자라고 했다. 그가 말했다. "아! 00 칼국수일 거예요. 거기가 무척 유명하거든요!" 근데 장소를 정한 후배도 한 번도 가보지 않고 인터넷 서핑을 해서 찾았다고 했다는 얘길 했더니, 친절한 그가 스마트폰으로 '신당역 칼국수 맛집'을 검색했다. 그가 얘기한 '00 칼국수'가 나왔다. 그 집이 고니 넣은 칼국수로 유명한 집이라며 바로 옆이라고 했다.


아내의 전화를 기다려야 하지 않냐는 그에게 00 칼국수에 가보고 후배가 없으면 다시 오겠다며 급히 나섰다. 후배가 이미 주문한 칼국수를 받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왜 늦었는지 상황 설명을 했다. 얘길 하다 보니 칼국수가 다 식었다. 하지만 맛있었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후배를 만나서 담소를 나누었다. 30여분의 짧은 미팅이었지만 청춘을 함께 했던 후배였기에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스마트폰 없이 살 순 없을까? 점심시간 한 시간 동안 스마트폰이 없다고 이렇게 복잡한 상황이 발생하다니, 나의 삶이 스마트폰에 너무 의존하며 사는 인생 같단 생각이 들었다. 꼭 필요한 건 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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