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특별기고(2023.4.25.)
윤석열 대통령이 24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것은 12년 만이다. 이번 국빈 방미의 핵심은 역시 ‘한미동맹’이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위협 대응책을 깊이 있게 논의하는 등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동안 굳건했던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고, 향후 70년의 청사진을 함께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방미 중 미 상·하원 합동의회에서 ‘한미동맹 70년의 역사’를 키워드로 연설하는 것도 이러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미동맹 체결의 결정적 계기는 1950년 6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한이 기습 남침을 개시하자 미국은 유엔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청했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미국 등 16개 참전국을 비롯한 63개 지원국의 도움으로 공산군의 침략을 격퇴하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이를 계기로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 양국의 군사동맹 관계가 시작됐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강력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이 탄생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1960년대 말까지 한미동맹 관계는 지원-피지원 관계였다. 한국은 토지와 시설을 주한미군에 제공하고, 미국은 한국에 군사·경제 지원을 하면서 주한미군이 한국 방위를 주도했다. 하지만 미국 요청에 따른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파병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상호보완적 동맹으로 발전했다. 1969년 7월 25일 발표된 닉슨 독트린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을 계기로 한국은 자주국방을 추진하게 됐고, 미국은 이를 옆에서 적극적으로 도왔다. 무엇보다 한미 연합훈련을 강화했으며, 1978년 11월에는 한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까지 창설하면서 양국 군사동맹 관계를 튼튼하게 다졌다.
1981년 미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미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대표적인 예가 1988년 6월 체결한 한미 상호군수지원협정이다. 이를 통해 한미는 군수지원체계를 정립하고, 한국은 전쟁지속능력을 미국으로부터 보장받게 됐다. 1990년 11월 제2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최초 합의가 이뤄지면서 한미 군사 관계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1994년 12월 1일 평시(정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으로 한국군은 독자적 작전지휘체계를 확립하게 됐고, 전시 대비 연합방위체제도 강화됐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새로운 위협으로 대두된 핵·대량살상무기(WMD)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을 재배치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군의 역할 확대와 연합사의 능력 및 연합방위태세 내실화로 이어졌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와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2001년 이후 한미 양국은 북핵 위협에 맞서 안보협의체 운영, 연합사 능력과 확장억제 강화 등을 공조해 왔다. 2014년 10월 23일 한미 양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합의했고, 2020년 11월 미래 한미동맹 국방 비전을 발표했다.
이처럼 한미동맹은 지난 70년 동안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와 역내 평화·안정·번영의 핵심축으로 기능했고 그 기저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탄탄한 토대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급변하는 전략환경과 점증하는 글로벌 안보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공동 비전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한미동맹의 공간적 범위를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하고, 전통적 군사안보뿐만 아니라 우주·사이버, 국방과학기술·방위산업 분야까지 협력 수준을 심화시켰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미 국방부도 두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5·7월 두 차례의 국방장관회담에서 동맹협력 강화의 모멘텀을 조성했다. 같은 해 11월 개최된 SCM에서 한반도 안전보장을 위한 미국의 확고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연합방위태세 강화방안을 협의했다. 여기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 억제·대응을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정책의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은 항공모함·핵잠수함·전략폭격기 등의 전개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켜 확장억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와 그 인근으로 전개할 경우 한미 양국은 적절한 시기에 조율된 방식을 추진하기로 합의했고, 북한 위협을 고려한 새로운 조치를 추가 식별하고 이를 확대함으로써 동맹의 억제·대응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미 국방장관은 올해 1월 회담에서 한미동맹 70주년이 되는 2023년 새해를 함께 맞이하며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무인기 침투 등 연이은 도발 속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구체화하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또 한미동맹 70주년과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양국 장관은 한미동맹을 지속 강화하면서 지역·세계 안보에 기여하기 위한 공조를 심화하고, 한반도 안보 증진을 위해 한미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유엔군사령부 회원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대통령실에서 밝힌 이번 방미의 의의는 한미연합방위 태세 공고화 및 확장억제 강화, 경제안보 협력 구체화, 양국 미래 세대 교류 지원, 글로벌 이슈 공조 강화다. 결국 이번 회담은 70년 동맹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우리의 모든 현재의 모습이 한미동맹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나아가 한미동맹의 범위가 과거 안보에서 현재 경제, 사회, 문화, 글로벌 이슈까지 확장됐듯 한미 정상은 그동안 축적해온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인 한미동맹의 내용과 폭을 더욱 확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미 정상이 동맹의 공조·강화·발전을 위해 어떠한 진전된 협력 방안을 내놓을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 국방일보 측 요청으로 2023년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춰서 [한미동맹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제목의 칼럼을 급하게 작성해서 투고했다. 000기자가 원고를 부분 수정해서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미를 계기로 본 한미동맹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제목으로 2023년 4월 25일자 4면(종합)에 게재했다. 위의 글은 국방일보에 실린 기사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