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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ug 27. 2023

빨라쪼 멜라니와 메로나 아이스크림

8월 초, 주한 스위스 대사의 초청으로 파주에 위치한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중립국감독위원회 상설 전시장 오프닝 세리머니였다. 행사가 시작되고 참석한 VIP를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주한 외국대사들, 국회의원, 파주시장을 소개했다. 설마 하고 있는데, 사회자가 내 이름을 호명하며 부부가 함께 참석했다고 얘기했다. 얼떨결에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대사에게 초청을 받아서 VIP 명단에 오른 모양이다. 오찬 자리도 VIP석에 명패와 함께 마련되어 있었다. 아내에게 어깨뽕이 올라갔다.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당신 남편이 이런 사람이야!” 오찬을 마치고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의 연주,미 8군 군악대원들의 멋진 무대가 이어졌다.


모든 순서를 마칠 즈음에 행사 진행을 맡았던 이태리 군인이 말했다. “이태리 장군님께서 내빈 여러분께 후식으로 이태리 빨라쪼를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맛있는 빨라쪼를 이탈리아로부터 공수하려고 계획했었습니다. 그런데 빨라쪼와 똑같은 아이스크림을 한국에서 찾아냈습니다. 바로 메로나입니다.

내빈 여러분께 후식으로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한 개씩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중립국감독위원회와 유엔군사령부 소속으로 보이는 외국 군인들이 모든 내빈에게 메로나를 나눠주었다. 맛있었다.


NNSC Permanent Exhibition Opening Ceremony@Kenny


지난 토요일, 오전에 연구소에 나가 논문을 수정하고 있는데, 동료에게 출근했냐는 문의전화가 왔다. 연구실에 있다고 했더니 함께 점심식사를 하자고 했다. 동료와 함께 일본식 냉우동을 먹었다. 식감이 좋았다. 식대를 동료가 계산해서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제안했다. 마침 주변에 빨라쪼 카페가 있었다. 여러 종류 중에 멜라니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캠프 그리브스 행사가 생각났고, 이태리 군인이 나눠준 메로나가 떠올랐다. 주인장 추천 빨라쪼와 멜라니를 달라고 했다. 멜라니를 먹으면서 깜짝 놀랐다. 이건 메로나 맛, 게다가 거의 유사한 식감까지. 이태리 군인의 조크가 사실이었다. 근데 궁금한 게 있다. 메로나가 원조인가? 멜라니가 원조인가?


빨라쪼(좌) 메로나(우)@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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