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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ug 26. 2023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유명 맛집, 꼭 가야 할까?

주말 단상

어느 주말 오후였다.

아내, 시집간 딸과 함께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고

외식을 하게 되었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던 중 딸이 한 곳을 추천했다.

대학로 주변의 유명한 맛집인데,

대기 순번이 58번이라고 했다.

이른 시간이기에 58번째 대기를 걸어놓고

수십 년 전부터 문인들이 찾는 다방이었다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1인 1잔에 추가해서

아이스크림인지 주스인지 모를 뭔가를 시켜서

먹고 마시며 앉아 있었다.

1시간쯤 지났을까,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서 추웠다.

카페에서 기다리겠다는 아내와 딸을 남겨두고

밖으로 나와 그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30분쯤 지날 무렵,

딸에게 어디냐고 묻는 전화가 왔다.

이제 순번이 많이 당겨졌으니

천천히 식당으로 움직이자고 했다.

그야말로 유유자적하며 예약한 곳에 도착했다.

여전히 십 수명쯤 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와 딸과 함께 인생 네 컷 사진관에 들러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관에 비치된 머리띠, 선글라스 등을 착용하고 이런저런 포즈를 취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속의 QR코드를 인식하면

사진 촬영 전에 움직였던 모습이

동영상으로 나타났다.

사진 기술이 흑백에서 칼라로,

다시 동영상으로 발전했다.

번호가 거의 다 돼서 식당으로 향했다.

우리의 대기 번호를 불렀다.

종업원의 말이 세 자리가 비었는 데,

뭐라 뭐라 추가 설명을 했다.

딸이 그 자리는 앉을 수 없다고 했더니,

다음 손님을 먼저 받았다.

곧 사위가 합류할 예정인데, 먼저 안내받은 자리는

네 명이 앉을 수 없는 자리라고 딸이 설명해 주었다.

무슨 말인지 알 순 없었지만 조금 더 기다렸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각자 취향대로 음식을 주문했고,

난 맛있게 보이는 꼬막비빔밥을 시켰다.

막상 꼬막비빔밥이 나오자 너무 매워서

유명 맛집의 음식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이후로

1년이 훌쩍 넘도록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 맛집에 58번째 차례를 기다려서

 두어 시간이 지난 후에 겨우 들어갔는데,

음식 맛을 가름할 수 없다니 이 무슨 낭패인가?

아내와 딸은 맵다며 꼬막비빔밥을 끼적대는

나의 눈치를 살피고,

난 나대로 어떻게든 먹어보려는데

혀가 너무 아려서 먹을 수가 없고.

결국 내 입장에선 유명 맛집 탐방이 실패로 끝났다.

식사를 마치고 합류한 사위가 가져온

차가운 음료로 아픈 혀를 달랬다.

다음에도 유명 맛집을 찾아가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정말 고민스럽다.

성경에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고 했는데,

무엇을 먹을까 너무 고르다가

결국은 잘못 고른 메뉴 때문에

오랜만의 외식 분위기만 이상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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