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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Mar 19. 2024

아내와 봄비

출근하려고 신발을 신고 있었다.

아내가 “오늘 비 온다는 데!”

우산을 챙겨 가란 얘기다.

퉁명스럽게 “지금 안 오잖아!”

그냥 집을 나섰다.

역시 비는 안 왔다.

10여분을 걸어서 7호선을 탔다.

주로 이수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곤 했는데,

오늘은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1호선을 타고 싶었다.

이어폰을 꽂고 요즘 즐겨 듣는 BBC  News를 들었다.

왠지 한 정거장 미리 내려서 걷고 싶었다.

용산역에 내려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으로 나가는 부분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슬비 같은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이들이 횡단보도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가 이까짓 비에”라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20여분 거리를 비 맞고 걷기엔 무리였다.

마침 4호선 연결통로가 보였다.

당연히 환승이 되려니 하고 카드를 댔는데, “아뿔싸!”

1400원이 찍혔다. 한 정거장 지나서 내렸다.

마침 비는 그쳐 있었다.

연구소에 도착해서 겉옷을 벗었다.

비에 먼지가 섞였는지 코트에 빗자국이 묻어 있었다.

아내 말을 새겨듣지 않은 대가로 1400원과 코트에 묻은 먼지빗자국을 지불했다.

언젠가 지인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남자는 세 여자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했다.

골프장에선 캐디녀, 운전 시엔 네비녀, 집에선 아내다.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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