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귀뒤미디 전망대에서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프랑스 여행을 했다. 파리에서 며칠 지내고 렌터카로 남부지역의 니스 일대로 가서 고대 로마의 유적지를 둘러보고 다시 파리를 경유해서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파리에서 남부까지 가고 오는 길에 샤모니몽블랑에서 만년설과 노천욕을 즐기고 와이너리 탐방 일정을 계획했다.
샤모니몽블랑에서 에귀뒤미디 전망대에 오르기 전, 인천공항에서 구매한 고산병 약을 먹었다. 우리 일행은 60세 전후이기 때문에 개인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며 보는 만년설의 장관은 압권이었다. 케이블카의 중간 정착지에서 환승해서 최종 기착지인 에귀뒤미디 전망대에 도착했다.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파리에 도착해서 심한 기침감기에 걸렸던 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약간의 어지럼증도 느껴졌다. 저혈압이 심한 아내는 더욱 심각했다. 호흡 곤란을 느낀다며 잠시 쉬자고 했다. 옆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건장한 외국인 청년이 갑자기 뒤로 넘어졌다. Are you okay? 하며 청년이 메고 있던 큰 배낭을 벗기려고 했다. 그 청년이 괜찮다며 벌떡 일어났다. 다시 아내의 손을 잡고 함께 심호흡을 했다. 아내는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나중에 얘기했다. 몽블랑의 장관을 보며 마지막을 상상하는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연약함이 대비되었다. 멀리서 설산에 오르는 산악인들의 행렬이 보였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그들이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반장 출신인 친구 덕에 에귀디미디 전망대 중간 기착지에서 인생샷도 한장 건졌다. 대문에 걸어 놓은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