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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18. 2020

창설 7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해병대

향후 70년의 새로운 해병대 역사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와 시작

1. 들어가면서

2019년은 1949년 4월 15일에 태어난 대한민국 해병대가 70번째의 생일을 맞은 해이다. 해병대는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통하여 무적해병의 용맹성을 자랑하면서 많은 신화를 남겼다. 두 차례의 대규모 전쟁에 참전하면서 고정익을 보유한 해병대 자체 항공부대를 창설하였고, 고급장교 교육을 위한 해병대 지휘참모대학을 설립하는 등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약관(弱冠)을 넘어 이립(而立)의 나이에 채 이르기도 전에 “경제적이며 효율적인 군의 운영 관리”라는 명목 상의 이유로 해병대 사령부가 해체(1973)되었고, 그 이후 지휘부가 존재하지 않는 통한의 세월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병대는 불혹(不惑)에 즈음하여 굳건하게 다시 일어나 사령부를 재창설(1987)하였고, 연합 해병 작전능력을 통합·발전시키기 위하여 연합 해병사령부(CMFC; Combined Marine Component Force Command)도 창설(1992)하였다. 이어서 사령부 직할부대로서 해병대 자체의 군수 지원 기능을 수행하는 상륙지원단(1994), 연합 해병 능력의 통합성을 향상하기 위한 연합 해병 구성군 사령부(CMCC; Combined Marine Component Command, 2008), 한반도의 전략도서 방어를 위한 서북도서방위사령부(2011)와 제9해병여단(2015)을 창설하였다. 또한 해병대 항공병과를 다시 창설(2014)하였고, 상륙기동헬기를 도입(2018)하여 시험 운용하면서 “공지기동 해병대”를 위한 해병대 항공단 창설을 준비하여 왔다. 더불어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 다국적군이 참가하는 칸 퀘스트 훈련 등을 통해 “다목적 신속대응군”으로서의 역량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 70년 영욕의 세월을 견뎌 낸 해병대는, 바야흐로 “마음먹은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從心所欲 不踰矩)”는, 종심(從心)의 나이 칠순에 이르렀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의 실수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성공적인 오늘을 살아가면서 보다 발전적인 내일을 구상하기 위함이다. 저명한 역사학자 카(E. H. Carr)는 “역사는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였다. 우리는 지난 70년의 해병대 역사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과거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은 잘 계승하고, 버려야 할 것들은 과감하게 단절시켜야 한다. 그리고 현재 해병대 사령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목적 신속대응군”으로서의 “공지기동 해병대”처럼 21세기에 어울리는 해병대 고유의 개념·교리·체계를 부단히 연구 개발하여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오늘의 해병대” 구성원으로서, 곧 평화가 올 것 같지만 아직은 반목과 대립이 존재하는 한반도의 불확실한 안보 환경 하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2. 현대전에서 상륙작전의 유용성과 상륙 전력의 필요성

1) 현대전에서 상륙작전의 유용성과 해병대의 콘실리언스

고대로부터 20세기 말까지 수많은 전쟁사 연구 결과를 살펴볼 때, 상륙작전이 전쟁의 승리를 결정짓는 호기를 제공해 왔다는 것은 검증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르망디를 배경으로 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영화에 나오는 장면과 같은 전통적 개념의 상륙작전은 수많은 젊은이들의 희생을 수반한다는 이유로 인하여, 현대전에서 과연 상륙작전이 유용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이로 인하여 미국 해병대는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초수평선 상륙작전으로 그 운용 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초수평선 상륙작전은 적이 발견하기 어려운 수평선 너머의 해상에서 고속기동과 회 피기동 등을 통해 지상의 목표지역을 직접 공격함으로써 희생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작전개념이다. 미국과 같은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초수평선 상륙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상륙기동헬기를 확보하여 생존성과 기동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 해병대도 이와 유사한 노력을 통하여 “공지기동 해병대” 개념을 발전시켜서 다양한 기동수단 확보의 일환으로 상륙기동헬기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당대의 석학 이어령 교수는 콘실리언스(consilience)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해병대를 비유로 들었다. “육군과 해군을 그냥 모아놓은 게 아니라, 바다에서도 싸우고 육지에서도 싸울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에서 생겨난 군대인 해병대 같은 것, 즉 서로 다른 시스템이 하나로 이어져 함께 발전해 가는 것을 ‘콘실리언스’라고 한다”는 것이다. ‘콘실리언스’는 ‘통섭(通涉)’이라는 단어로 번역되고 있지만, 이어령 교수는 ‘함께’라는 의미의 ‘콘(con)’과 ‘뛰어오른다’는 의미의 ‘실리언스(silience)’가 결합되어 ‘함께 도약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였다. 2019년 창설 70주년을 맞이한 한국 해병대는, 콘실리언스의 영역을 바다와 육지로부터 공중으로 확장하기 위하여, 20세기 후반까지 해병대 항공단 재창설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고, 21세기에 들 어서는 해병대 고유의 항공 전문 인력과 헬기전력 확보를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 결과로 2014년 해병대 항공병과가 재창설되었고, 2018년 1월 10일 해병대 제1사단에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1호기와 2호기를 인수함으로써 한국 해병대는 독자적 항공 전력을 갖추게 되었다. 마린온의 시험 비행 중 부품 결함에 따른 추락사고로 5명의 해병 전우를 잃는 슬픔도 겪었지만, 유가족들은 “고인들의 희생이 더 안전한 해병대 항공기 확보와 항공단 창설에 초석이 되길 바란다”라고 하며 시민 조의금 전액을 해병대에 기부하고, 오히려 남겨진 해병 전우들을 위로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울림을 주기도 하였다. 일부 국민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해병대는 ‘단순 무식하고 용감한 군대’가 아니다. 원로 학자 이어령의 멋들어진 해석처럼, 우리 해병대의 전략 구상과 전력 기획의 배경에는 ‘콘실리언스’라는 인문학적 뉘앙스도 숨어 있다. 가까운 미래에 해병대 항공단이 재창설되면, 우리 해병대는 공지기동작전 능력을 완비함으로써 해상 기동수단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해군과 다시 한번 콘실리언스하게(함께 도약하게) 될 것이다.


2) 상륙 전력의 필요성과 주변국의 군사력 건설 동향

적국의 육군과 해군과 공군을 상대방으로 하여 군사력 건설 규모를 결정하는 여타 병종과는 달리 해병대는 적의 해병대(해군 보병 또는 상륙군)를 상대로 상륙 전력의 건설 규모를 결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해병대, 즉 상륙 전력의 존재 필요성이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해병대를 별도로 보유한 25개국을 포함하여 56개의 국가들이 해병대와 유사한 상륙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접국인 중국과 일본이 대주변국을 대상으로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상륙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최신 동향은 현대전에서도 여전히 바다와 접한 해양국가에는 상륙전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해병대 2사단과 서북 도서부 대가 북한군 전방 4개 군단의 무력 도발을 억제하고 있다는 것을 차치하고서도 말이다. 2017년 미 국방성 연례보고서에 의하면, 중국군은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현재 2개 여단 규모의 해 병대(PLANMC; People’s Liberation Army Navy Marine Corps)를 2022년까지 7개 여단으로 확대하여 한반도 위기 상황 발생 시,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 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대만의 독립 분쟁 시에 군사력 투사 수단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또한 2016년 일본 방위백서에 의하면, 일본 자위대는 상륙작전과 대상륙작전, 자국 국민 위협과 주변사태 시에 비전투원 호송 작전·피난민 구조·선박 수색 작전, 국제 평화 협력 등의 임무 수행을 위해 2021년까지 여단급 규모의 수륙기동단을 창설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일본 자위대는 이러한 임무 수행을 위하여 2020년까지 미 해병대의 수직이착륙 항공기인 MV-22 17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즉,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를 포함한 주변국 사태와 영유권 분쟁, 평화유지 활동 등을 위하여 상륙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해 나가고 있다. 우리 해병대의 임무에 중국과 일본처럼 주변국 사태와 영유권 분쟁 관련 분야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을지라도 현재 부여된 “다목적 신속 대응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미래의 위협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3. 오늘의 대한민국 해병대

70세를 맞은 오늘의 대한민국 해병대는 상륙작전, 지상작전, 특화거점방어, FEBA(Forward Edge of Battle Area) 방어, 서북도서를 포함한 전략도서 방어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미래 전장 환경에 적합한 “다목적 신속대응군”으로서 고강도 전면전으로부터 국제 군사 협력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무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투준비태세를 완비하고 있다. 그리고 장차 전 양상에 대비하여 해상과 공중을 통한 입체적 상륙돌격, 연안(沿岸) 도시지역 작전, 초수평선 입체 기동 상륙작전, 전략도서와 전략기지 방어 작전 등의 교리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해병대가 이와 같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 해병대 사령관 출신인 먼디(Carl E. Mundy) 장군이 설명한 것처럼, 다음과 같다. “상륙 전력은 전선(戰線)에 고정 배치되어 운용되는 군대가 아니며 독립 작전 수행을 위한 편성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외교적 문제의 초기로부터 전면전 수행에 이르기까지 외교적 분쟁 관련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력이다. 그 이유는 상륙 전력은 해상에 기지를 두고 있으므로 타국으로부터의 기지 사용 동의, 영공 사용 협조, 항공기 착륙 허가 없이 분쟁지역에 바로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기가 예상되는 지역에서 고도의 전투태세를 유지하면서 장기간 전개할 수 있는 상륙 전력은 상대국이 정치·군사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운용될 수 있다. 상륙 전력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전쟁을 예방하는 억제력이 되고 국가 간의 분쟁 해결에 기여하며, 전쟁 발생 시에는 이를 보유한 국가에 커다란 군사적 이점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우리 해병대는 “공지기동 해병대” 건설을 위하여 자체 군수지원을 제공하는 상륙지원단을 창설하여 해병대 군수지원단을 거쳐 해병대 군수단으로 개칭하였다. 또한 자체 항공병과를 창설하여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상륙 기동 헬기를 도입하기 시작함으로써 해병대 항공단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실제 전투 경험을 보유한 미국 해병대와 함께 소대급으로부터 대대급 규모의 지상 전술 훈련 및 제병 협동 훈련, 항공 전투 제대 훈련, 군수 전투 제대 훈련, 공지 기동 훈련, 정보·수색·포병·공병·헌병·의무 등의 병과별 연합 훈련, 설한지 훈련 등을 연례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실전적인 전술 전기를 연마하고 있다. 또한 이라크 자이툰 부대와 아덴만 청해부대에 소규모의 부대 단위 파병을 하여 독자적인 실전 경험도 부분적으로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중국·일본·몽골 등 다국적 군과 함께 “칸 퀘스트(Khaan Quest) 훈련”에 참가하여 유엔에서 지정한 소부대 전술훈련 과제를 숙달하고, 가상 국가의 분쟁과 재난·재해 상황 하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상황을 조치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호주 합동군이 주관하는 국 해병대와 프랑스 육군의 연합훈련인 “쿨릉동 훈련(Exercise Koolendong)"을 참관하였으며 2020년부터 이 훈련에 동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해병대는 전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기적인 타군과의 합동훈련을 포함하여, 상기한 바와 같이 국내외의 다양한 환경 하에서 여러 국가와 함께 하는 연합훈련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2018년 11월 해병대 사령부는 세미나를 통해서 상륙작전 환경에 특화된 상륙 드론 봇 전투체계를 갖춰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륙 작전은, 제한된 지휘 통신 및 화력 지원과 장애물 극복의 어려움으로, 대량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이를 극복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상륙작전 환경에 특화된 드론 봇 전투 체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의도라고 한다. 함정 또는 지상 플랫폼이 없는 지역에서도 운용할 수 있는 수직 이착륙형 드론, 수중 및 해상에서도 작전 능력을 갖춘 드론 봇은 상륙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전투체계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전략도서 방어를 위해 최적화된 무인 지능화 드론 봇 전투체계, 신속 기동 부대 임무에 최적화된 모듈화 드론 봇 전투체계도 발전시켜 나갈 구상을 하고 있다고도 하였다. 드론 봇 전투체계의 구상은 우리 해병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70년 전 상륙작전을 주 임무로 창설된 대한민국 해병대는 오늘에 이르러 “다목적 신속대응 군” 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공지기동 해병대”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닦기까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상륙 기동 헬기 도입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이 해병대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바로 알고 좌우로 치우치거나 편 가르기 하지 말고, 요동치는 국제 정세와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면서, 시대적 흐름에 따라 4차 산업 혁명에 순응하면서 내일을 향해 정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병대 70년 역사의 증인으로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노병들과 함께 “끊임없는 과거와 의 대화”를 나누어야 할 때이기도 하다. 두 차례의 전쟁에 참전하였거나, 해병대 사령부 해체 시기를 직접 경험한 원로들, 그리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해병대의 역사적 교훈들을 기억하고 있는 원로들이 모두 뒤안길로 사라지기 전에, 지난 70년의 세월 속에 묻혀 있는 진실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해병대 구성원들이 향후 70년의 새로운 해병대 역사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이며 그 시작이다.


 글은 해병대전략연구소에서 발간 [RIMS 소식지] 14(2019.01.) 해병대 창설 70주년 특집으로 '오늘의 해병대'라는 제목으로 게재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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