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민정치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출근길 단상

by Kenny

사람에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보이는 것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인 반면 보이지 않는 것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어떤 차를 구매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유난히 그 종류의 차량이 눈에 많이 뜨인다. 명품 핸드백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거리에서 다른 이들이 들고 있는 핸드백의 브랜드가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일반적인 현상 이외의 새로운 사례를 발견했다. 물에 투영된 피사체의 모습이 보일 때와 보이지 않을 때의 차이다.



어제 출근길에 촬영한 사진이다. 연못에 투영된 건물의 모습이 잘 보이질 않았는데 사진에 담겨 있었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Chat GPT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카메라는 반사각, 노출, 필터링 없이 ‘있는 그대로’ 저장하고, 눈은 뇌와 함께 ‘필요한 것만’ 보려 하기 때문에 사진에서는 보이지만 눈으로는 잘 안 보이는 현상이 발생합니다.”라는 답을 얻었다. “눈은 뇌와 함께 필요한 것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란다.


관심 있는 것이 눈에 띄고 잘 보이는 줄 알았는데, 뇌가 필요한 것만 보라고 한다고! ‘확증편향’이 발생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태극기부대로 지칭되는 극우세력은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공산화된다”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선택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그들은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우려했었다. 물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일명 좌파라 불리는 이들이 제도권 내로 진입했고, 이젠 그들이 사상 최대 의석을 확보한 다수당이자 정권을 창출한 기득권 세력이 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보수 정파인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의 문제로 퇴임 후 옥고를 치르거나 탄핵되었다.


대선 이후, 어떤 이들은 이제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이미 공산화되었어야 할 대한민국은 아직도 건재하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과 좌파로 지칭되는 정치인들의 비상계엄을 중단시킨 행동이 외국의 롤모델이 될 모양새까지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했던 법의 칼날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해 방향을 전환한 듯하다. 이제 어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아뿔싸! 글을 쓰다 보니 두 정거장을 지나쳤다.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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