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단상
도쿄 출장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다.
새벽 두 시 반경 호텔 객실 스피커에서 큰 소리가 났다.
급히 구글 번역앱을 작동시켰다.
삼층에서 화재 발생,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대피하시오. 삼층에서 화재 발생... 계속 방송이 나왔다.
통로에 나오니 투숙객들 모두가 어리둥절한 상태다.
대부분 외국인인데 일본어 경고방송만 했기 때문이리라.
안내데스크에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작동되지 않았다.
비상계단으로 나갔다.
위층에서 내려오던 외국인이 물었다.
여기가 몇 층인가요? 무슨 일인가요?
그녀에게 답했다.
여긴 칠층이고 삼층에서 불이 났다고.
그녀를 따라 내려갔다.
인내 데스크에 도착했다.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누군가가 말했다.
화재경보기를 누군가가 잘못 누른 것이라고.
누구냐고 물었더니 투숙객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호텔 관계자만 찾았다.
경고방송과 관련해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답변이 필요했다.
호텔 관계자가 나타났다.
일본어와 영어로 상황을 설명했다.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했으니 객실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한국인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일행도 모두 다섯 명이고, 호텔을 드나들 때 제법 많은 이들이 한국말을 했었는데.
오전 일정을 위해 일행들과 만나서 새벽에 있었던 얘길 했다.
모두가 일성으로 말했다. 경고방송이 나오다가 꺼져서 오작동으로 생각했다고.
아직 젊기 때문일까?
한국인의 안전불감증 때문일까?
물론 연기나 그을음도 없었고 냄새도 없었다.
히지만 경고방송이 나왔으면 대피를 하고 상황을 확인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대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