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붕지함(天崩地陷)과 소천(召天)

by Kenny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향년 87세 되는 생년 생월에 눈을 감으셨다

예로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천붕이라고 했다


내 나이 60세, 이미 손녀가 셋인 할아버지다

아버지는 미국으로 가신 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아버지를 직접 뵌 지 10년도 넘은 듯하다

난 개신교 장로다

개신교에선 죽음을 소천이라 부르며 천국 소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붕지함의 서글픔이 문득문득 솟구친다

천국에서 다시 만난다는 소망이 있더라도

이 세상에서는 다시 뵐 수 없기 때문이리라


내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없는

만리 타향에 계신 구순을 바라보는 노구였건만

육신의 아버지가 생존해 계시다는 이유만으로도

내편이 있다는 든든함이었으리라


이미 의식을 잃으셨던 아버지가 읽지 못하셨을

생전의 마지막 생신 축하 메시지를 옮겨본다


아버지, 한국시간으로 오늘이 아버지 생신이네요

축하드리고 감사드려요

아버지로 인해서

저와 명진이, 하영이,

그리고 명진이(연화) 딸인 율이, 온이,

하영이(지원) 딸인 이레까지

4대를 잇고 있어요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이 메시지가 선친 생전에 보내는 마지막 인사가 될 줄 몰랐다

귀가 어두워진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못한 지도 오래되었고

문자로만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눈을 감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장례식이라도 참석하기 위해 출국할 채비를 갖추었다

항공편을 알아보고, 미국 입국 절차를 검색하고...

그런데 출국할 이유가 없어졌다

고인의 유지에 따른 시신기증으로 인해 장례절차가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 내 방식으로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Beloved Father!

Rest in peace with Heavenly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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