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잎새 병상일지 31일 차

(3번째 머리를 감긴 날)

by Yong Ho Lee

제31일 차 : 2016년 10월 18일 (화요일)

또 하루가 밝았다.

오전 회진 의사가 내일 골반을 고정시킨

쇠꼬챙이를 제거시켜 줄 건데 고정된 지지 기반이 없어

당분간 오히려 걷는데 불편함은 물론 통증도 있을 거란 말씀이 있었다.

그런데 초록잎새는 당장 걱정이 지지대를 제거하는 과정이

공포스럽나 보다.

간단한 거라 큰 걱정 마라는 전문의 말을 믿지 못한다.

어찌할 거나~!

감수해야 하는 과정이면 또 견뎌야지.


오늘도 90-60으로 저혈압이다.

그래 그런지 팔목 부위 X레이 촬영을 위해 1층 영상실을

다녀왔을 뿐인데 빈혈 증세를 호소하여 얼른 침대에 뉘었다.

한송이 누님이 아내의 근황이 궁금해 전화를 했는데 받지 못한다.

환자의 몸상태가 시시각각 한순간에 천당과 지옥을 오갈 때마다

보호자의 마음도 따라 움직이는 게 인지상정 인지라

축 늘어져 있는 초록잎새를 보니 내 마음도 심연 속으로 한없이

가라앉고 있다.


점심 식사 시간.

아래층 아줌마 변함없이 찾아오셨다.

오늘은 본인도 아파 진료 예약을 해 놓아 잠깐 들렀단다.

다들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식사 후엔 처제가 와서 머리를 감겼다.

역시 미용 전문가라 다르다.

간편하고 깔끔하게는 기본에 환자에겐 더없이

편안하게 머리를 감겨 말리는 사이 난 집으로 뛰었다.

오늘부로 식수가 떨어졌고 기타 필요한 물품을 챙기러 가야 하기에.


집에 도착하여

그라비올라와 이번엔 칡까지 두 종류의

약초를 우려내는 동안 빨래를 해서 널고 화분에 물도 주고..

하여간에 바쁘다 바빠...

하여...

여기저기 쌍방울을 울리며 사 오라는 사과를 사러 나가는데

이번엔 매콤한 걸 먹고 싶다고 쫄면과 청양고추가 들어간

김밥까지 사 오란 폰을 받았다.

모든 준비 완료.

병실에 도착하자 땀이 줄줄 흐른다.

내가 집에 다녀온 사이 처제와 재활센터를 다녀온

초록잎새가 모처럼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서 저녁은 아주 조금만 섭취.


한밤중.

오늘은 주주클럽 정기훈련인 화요정달.

카이스트 운동장을 향하던 겨우달려와 행복쟁이가 찾아왔다.

잠깐 얼굴만이라도 보고 가려는 이쁜 부부다.

반가움에 초록잎새 얼굴이 밝아진다.

행복쟁이는 언니 따라서 비박 다니려고

72리터짜리 배낭을 구입했으니 언니 얼른 일어 나란다.

암만~!

얼른 쾌차하여 대자연의 품속에 안겨

별도 보고 달도 보며 밤을 지새울 그날이 벌써 기다려진다.

장기간 병상생활의 지루함과 고단함을 달래주며 활력과 기쁨을 주고 간

겨우달려 부부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또 하루를 정리한다.


(추신)

한밤중에 대구 박중규 님의 전화를 받았다.

설악산에 갔다 왔는데 우리 부부 생각이 제일 많이 나더란다.

얼큰한 술 한잔에 용기를 얻어 전화를 한 중규 씨는

힘들 땐 전화받는 것도 귀찮을 것 같아 못하고 가슴만 태웠노라며

많이 좋아진 초록잎새 소식에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해하니

그 마음만으로도 힘이 솟는다.

정말 우리 부부는 인복이 참 많은 것 같다.

감사합니다...


(15층 병동에서 바라본 정부청사 방면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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