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잎새 병상일지 32일 차

(한밤중 몰려든 진통에 눈물만...)

by Yong Ho Lee

제32일 차 : 2016년 10월 19일 (수요일)

자욱한 연무가 낀 이른 아침.

달님인지 해님인지?

마알갛게 떠오르는 햇살에 가슴 한켠이 싸~아 해진다.

이런 날 일출은 오히려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날보다 아름답다.


오늘은 초록잎새 몸을 찢고 들어가

뼈에 박혀 지지대 역할을 하던 의료기기를 제거하기로 한 날이다.

당장 시술을 받고 나면 일어서는 연습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했으니 오전에 일단 운동 먼저 하기로 했다.

지지대를 잡고 30분을 걸었다.

지금까지 최 장시간을 소화시킨 초록잎새가 갈증을 호소한다.

사과 한쪽과 요구르트 한 병으로 갈증이 해소된 초록잎새는

곧바로 침대에 쓰러져 길게 휴식에 들었다.


잠깐 쪽잠을 자고 일어난 초록잎새.

갑자기 사고 당일 배낭에 넣었던 고글을 챙겼나 묻는다.

필리핀 여행 중 아끼던 고글을 잃어버려 다시 3개월 할부로

구입했는데 잃어버린 것 같다며 안타까워한다.

ㅋㅋㅋ

저런 걱정을 하는 걸 보면 이젠 살 만 한가 보다.


오전 회진 때 찾아온 내과 전문의가

다음 주에 담낭절제 수술을 하란 말을 전한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던 중에 산이랑님과 맑은소리님이 찾아오셨다.

설악산 등반 중 발목 골절상을 입었던 산이랑 님이

오늘 이 병원에서 깁스를 풀었단다.

한결 좋아진 초록잎새 그리고 산이랑 님은 이제 한고비를 넘겼다.

지난날 힘겨울 때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와 안타까움에

중환자실 밖에서 눈물 흘려주던 깨끗한 영혼의 맑은소리님 같은

지인들의 염원이 있기에 지금의 초록잎새가 있다.

요즘 우리 부부는 매사 모든 일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새들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 지은 집은 약한 바람에도 허물어져 버린다.

시인 정호승 님의 말씀이다.

30년 결혼생활 중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우리 부부의 미래는 어떤 비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면역이

이번일로 생길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힘겨움을 함께 나누던 이웃과

지인들의 도움이 크다.

다시 한번 이 글을 빌어 감사함을 전한다...


외과 의사들이 바쁜가 보다.

늦은 밤이 되도록 소식이 없다

이러다 또 지난번 팔목 수술부위의 핀 박힌 걸 빼 줄 때처럼

새벽 두 시에 골반 지지대를 제거한다고 찾아오는 건 아닌지?


밤 열 시....

인턴이 소독 후 드레싱으로 끝냈다.

주치의가 골반 지지대를 제거해야 하는데 현재 학회 출장 중 이란다.

얼마 후.

저녁 진통제 처방을 받았음에도 지독한 통증에

초록잎새가 한순간 무너지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에 나의 애간장이 다 녹는다.

어쩌면 좋을지?

아~!!!!!

간호사에게 부탁하여 진통제 주사 처방을 받아

침대에 뉘었는데 어찌나 딱하고 불쌍하던지 마음을 잡을 수 없다.

정말로...

지옥이 따로 없는 밤이 지나고 있다.


병동에서 바라본 아침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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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을 돌며 걷기 연습 중인 초록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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