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 고정 철심에서 해방된 날)
제33일 차 : 2016년 10월 20일 (목요일)
고통스러운 지난밤을 보내고 맞이한 아침.
역시 식사량이 션찮다.
오전 진료.
소독하고 드레싱으로 끝.
잠시 후 간호사가 전해 준 말이 오늘이나 내일쯤
골반 지지대를 떼어 주겠다는 담당 주치의 일방적 통고를 전한다.
닝기리 로또 ~!!!!
그걸 믿으라고?
확실한 일정과 계획대로 해야 믿음이 가지 원~!
얼마 후...
내과 전문의가 다음 주 화요일에
담낭 절제 수술을 하는 게 어떻겠냐 묻는다.
별일이다.
이분은 친절하게도 우리의 의사를 물어본다.
이 병원 시스템의 문제는
전문의가 자기 분야에 대한 상담과 치료 과정만
관여하고 기타 다른 분야는 일체 관여를 안 한다.
주치의가 흉부외과에서 정형외과로 바뀐 이후 흉부외과는
아예 발을 끊었다.
밤새 시달리는 등 쪽의 진통이 흉부외과 소관 같은데
누구에게 상담받아야 할지?
환자에 대한 종합적인 컨트롤 타워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없다.
초록잎새는 현재 흉부외과 그리고 정형외과는 손목과 골반 따로
기타 담낭은 내과 그렇게 4파트의 전문의가 각자 따로 논다.
오후 점심식사.
초록잎새 식사량이 션찮다.
먹기 싫어도 회복을 위해선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데
고기는 한사코 고개를 저어대 내 마음을 애타게 만든다.
성질 같아선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꾹 참았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치료실로 호출이다.
주치의의 허락이 떨어져 인턴이 골반 고정철심 제거를 위해 올라왔다.
그런데...
부분 마취 없이 한다는 말에 초록잎새가 긴장한다.
간호사에게 진통제 주사 먼저 맞게 해 달란 나의 요청이 받아들여진다.
골반뼈에 깊숙하게 박힌 쇠꼬챙이 제거를 위해 지지대를 고정했던
볼트를 풀고 4개의 지주를 하나씩 빼는 동안 이를 악문
초록잎새가 고통을 힘겹게 견딘다.
지주가 빠진 부위로 피가 왈칵 솟는다.
이후...
소독 후 거즈로 막고 반창고를 붙이는 것으로 상황 끝.
그대로 일주일 뒤에 거즈만 제거하면 치료는 종료된다고...
정신적으로 피곤했던지
침대에 뉘우자 곤히 잠든 초록잎새를 여고 동창생
정미 씨가 군것질로 고구마 말린 것을 가지고 찾아왔다.
마침 재활 훈련시간.
친구도 찾아오고 온몸에 주렁주렁 달렸던
의료기기에서 정말 해방된 오늘을 기념하여 재활 훈련은
땡땡이치고 1층 커피숍을 찾아 그간 잘 참고 투병해 준 초록잎새에게
특별 상으로 맛난 커피를 사 주고 친구와 한동안 수다를 떨게 해 줬다.
친구를 보낸 후 되돌아온 병동에서
보조기구에 의지한 채 병동 한 바퀴를 걸어준 다음 입실하여
휴식 중에 초록잎새가 제일 좋아하는 상규 부부를 맞이한다.
그저 만나면 반갑고 유쾌한 상규는 피자 두 판과
귤 한 박스를 가져와 우리 병실엔 때 아닌 피자 파티를 벌렸다.
초록잎새에겐 세상에 둘도 없는 기쁨조 상규 부부 덕분에 엔도르핀과
도파민이 분비되어 그런지 행복한 밤을 맞이한 우리 부부는
또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상규 부부가 사 온 맛 좋은 피자.
피자 파티에 잠시 투병의 힘겨움을 잊고 밝게 웃음 짓는 초록잎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