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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Apr 05. 2024

뉴질랜드 배낭여행 제6편

(마운트 쿡 케이 포인트 트래킹 & 헬기투어)

7일 차 : 2017년 3월 09일 (목요일)

 (마운트. 쿡 케아 포인트 & 헬기 빙하투어)

- 07:00 : 화이트 호스힐 캠핑장 주차장

- 07:30 ~07:40 :케아 포인트 전망대

- 08:00 : 화이트 호스힐 캠핑장 주차장

- 09:05 : 마운트 쿡 숙소 출발

- 09:15~11:42 : 헬기 빙하투어

- 19:15 : 테아나우 Birchwood Cottages 도착


새벽 6시....

아직 어둠이 깔린 마운트 쿡 숙소를 벗어나 화이트 호스힐 주차장을 향한다.

사실 내 욕심은 케아 포인트 전 구간을 홀로 걷고 싶었다.

전날 숙소에서 허미티지 호텔 옆으로 난 들머리도 미리 확인해 두었다.

구배 없는 평탄한 길이니 내 걸음으론 두 시간이면 떡을 치고도 남는 거리다.



그런데...

전날 구름님과 김성수 형님이 그곳에서 일출을 보겠다 하여 함께 하기로 했다.

코스는 안타깝지만 아주 짧게 후커밸리 트레일의 시. 종착점 화이트 호스힐 캠핑장이다.

그곳에선 왕복 1시간이면 된다.

초록잎새는 그냥 숙소에서 쉬겠단다.

차에 올라 조금 기다려 구름님의 옆지기 혜숙 씨까지 4명이 이동을 했다.



차를 주차시키고 시작된 걸음이 바쁘다.

혹여...

일출을 못 볼까 다들 조급증이 인다.



올라 선지 얼마 안돼

마운트. 쿡 빌리지에서 이어진 케아 포인트 종주코스  등로와 만났다.

이후 완만하게 고도를 높이던 등로가



드디어 케아 포인트에 이른다.



그곳엔 이미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케아 포인트의 전망대에선 2764m Footstool 봉오리부터

여린 아침 아기 햇살을 받기 시작한 설산이 우측 능선으로 그리고 동시에 아래로 번지며 붉게 변한다.



곧바로 구름님 부부가 케아 포인트 정상에 올라서자

설산은 아래로 아래로 범위를 넓히며 금빛으로 채색을 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케아 포인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뮐러 호수엔 설산의 금빛 모습이 투영된 얼마 후...



어둠을 완벽하게 몰아낸 햇살에 

그간 몸을 숨기고 있던 마운트. 쿡의 속살이 속속 드러난다.

참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신이다.



한동안...

아름다운 풍광에 젖어 있던 우리는

의례절차로 기념사진을 담은 후 아쉬운 발길을 돌려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돌아와 빈 공간을 찾아 겨우 주차를 시킬 동안

구름님은 케아 포인트에서 받은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던 듯 

거실의 베란다 뜰에서 마운트 쿡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거실창에 비친 마운트 쿡의 반영이 참 멋지다.

저분은 저 모습을 모르겠지?




이젠 마운트. 쿡을 작별해야 할 시간이다.

모든 짐을 차에 싣고 마운트. 쿡 빌리지를 등진 얼마 후

우린 마지막으로 일행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하던 빙하 헬기투어를 하기로 했다.

오늘은 헬기투어엔 적당한 날씨다.

도착하여 접수를 하고 나자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그 무료함을 우린 멋진 마운트. 쿡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비행장 주변을 거닐며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순서가 되자 바람에 날릴 수 있는 모자나 개인 물품을 

이곳에 보관시킨 투어 담당자가 간단한 주의 사항을 교육시킨 뒤 탑승을 허용한다.



우리 일행은 헬기의 좌석수에 맞추다 보니

외국인들과 김성수 형님 부부가 먼저 탑승을 하게 되었다.

30분 후에 돌아오면 바로 우리 순서....



30여분이 훨씬 지난 후...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의 

성수형님 부부가 내린 그 헬기에 이번엔 우리가 올랐다.



우리가 안전띠를 매고 이어폰을 끼고 나자 

가볍게 공중으로 떠 오른 헬기가 마운트 쿡을 향해 날아간다.



순간...

고소 공포증이 있다는 금숙이 언니가 긴장한다.

반면에 그 옆의 초록잎새는 평온한 표정이다.

나의 아내 초록잎새...

아마도 만감이 교차할 거라 생각된다.

마누라이나 나나 생전 처음 올라탄 헬기가 119 구조대의 헬기였다.

그때는 평생 불구로 살아야 될 것 같은 공포에 시달린 참담한 마음였는데

세월이 모든 걸 해결해 준 지금 우린 관광을 위한 헬기투어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불과 몇 분 만에 우리의 헬기는 마운트 쿡의 2012m 봉오리 

Wakefield의 설산이 길게 늘여놓은 능선 아래에 자리한 타즈만 호수 위를 날고 있다.



헬기가 빙하에 근접해 곡예를 부린다.

헬기가 빙하의 절벽과 부딪칠 듯 접근하다 공중으로 솟아 오른 순간

헬기의 기장은  엄지 손가락을 척~ 들어가며 여유롭게 함박웃음과 함께  굿~! 을 외친다.

그러나 이게 웬일~?

헬기 기장의 익살스러운 모습과 반대로 

헬기 안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여인들의 비명이 난무한다.

헐~!

이게 뭐가 무섭다고...

사실 난 너무너무 그 순간이 좋았다.

반면..

표정을 보아하니 아마도 금숙이 언니는 

공포에 질려 팬티에 오줌 한두 방울 정도는 찔끔 지렸을게 분명한 표정을 짓고 있다.

ㅋㅋㅋ

아님 말고...




헬기가 상공을 선회하다

어느 지점에 이르자 착륙을 시도한다.

 


그러더니 기장이 

우리 보고 빙하로 올라서서 걸어 보라며 손짓한다.



빙하에 올라선 우리들...

맑은 빙하의 물도 손으로 떠서 마셔보고 얼음도 깨서 맛을 본다.



그리고...

여기저기 위험하지 않을 곳만 골라 걸음을 옮기며

빙하 트래킹의 간접경험을 하며 기념사진을 담기 바쁘다.




마냥 머물고 싶은데....

연신 기장이 우리 보고 이젠 내려오라 손짓한다.

초대한 개겨보다 할 수 없이 내려서긴 하는데 우리에게 허용된 

짧은 시간이 참으로 야속하고 원망스럽다.



다시 돌아가는 항로에서

심술쟁이 기장이 또 한차레 여인들의 비명을 듣게 만든다.

그래~!

아주 잘하고 있어...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는데 내 맘처럼 그렇게 길게 곡예비행은 하지는 않았다.





기지로 돌아가는 헬기 안에서 

내려다 보이던 타즈만 호수는 아주 잔잔하고 평화롭다.

그런데...

타즈만 호수 곁엔 주차장에서 타즈만 빙하 록 아웃을 향해 

실금으로 이어진 트레일이 선명하게 내려다 보인다.

하아~!

순간 저곳마저 걷고 싶단 생각에 산찾사의 심장이 두근댄다.

그러나 어쩌랴~!

주어진 시간은 물론 계획엔 그곳 자체가 아예 없었다.



짜잔~!!!!

다들 100% 만족한 헬기투어를 끝냈다.

내 생전에 또 언제 경험할지 모를 투어였다.



다시 또 시작된 머나먼 이동....

그렇게 이동하다 배가 고파지면 풍광이 

아름다운 캠핑장을 골라 찾아들면 만사가 해결된다.

이동할 때만큼은 먹성 좋은 우리 팀에겐 메뉴가 따로 없다.

그냥 뭐든 익히고 끓여 내기만 하면 그게 국적불명의 음식이든 꿀꿀이 죽이던 다들 맛있어 죽는다.

국물까지 싹싹 비워내니 음식물 잔반 처리 걱정은 애초부터 아예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정말이지 우리는 배낭여행의 덕목을 고루 갖춘 환상적인 팀이다.



오늘 목적지는 테아나우...

당연 퀸스타운을 지나게 되는데 그냥 지날 칠 순 없다.



더구나 오늘은 우리 팀의 아름다운 여인 하정아 씨의 생일이다.

그래서 아주 푸짐하게 장을 보게 되었는데 

정아 씨는 본인 생일의 턱을 낸다며 아주 질이 좋은 고깃값을 죄다 지불하셨다.

꼬렉~!!!

그럼 더 왕창 집어 올걸...

ㅋㅋㅋ



어느덧 우리는 퀸스타운을 벗어나 테아나우를 향한다.

도심을 벗어나자마자 그림처럼 아름다운  와카티푸 (Lake Wakatipu) 호수를 만났다.

그 길엔 폐선 철도를 이용해 만든 세계 최초의 번지 점프대 (Kawarau Bridge)를 스쳐 지난다.

뒤늦게 그곳을 발견한 구름님이 저곳을 들리자는 요청은 그러나 

달리던 속도와 우리 차량 뒤를 바싹 붙은 뒤차로 인해 그냥 지나야 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우리 뒤를 따르던 운전자 때문에 나는 신경이 곧도 섰다.

이 자식이 박을 듯이 바싹 붙여오며 위협 운전을 한다.

그럼 추월하라고 속도를 늦춰 줘도 쌍라이트를 켜 대며 계속 그렇게 따라오더니

어느 순간 추월해 우리 차와 나란히 달리며 손가락질을 해대는 게 나에게 쌍욕을 하는 것 같다.

어디든 인간성 바닥인 쓰레기 같은 놈들은 있는가 보다.

그 순간부터 아름다운 와카티푸의 호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치미는 분노를 삭이느라 

나는 잠시나마  심적으로 힘이 들었다.

그래서 그랬나?

나는 내비가 가리키는 방향을 미처 못 듣고 테아나우로 향한 갈림길 로우더에서 직진을 했다.

다행히...

지도를 보며 행로를 유심히 살피던 김성수 형님이 잘 못 가고 있다고 알려줘 유턴을 했다.

나중에 보니 그냥 직진을 하더라도 림즈딘에서 진행방향 우측으로 틀면 되는 길였다.


(퀸즈타운에서 테아나우로 가는 도로지도)



테아나우를 얼마 앞두고

이런~!!!!

우리 차의 연료 게이지에 경고등이 점등된다.

아직 갈길은 멀다.

불이 들어와도 연료탱크의 유전량으로 

50킬로쯤은 무난히 갈 수 있다고는 하나 운전자는 불안하다.

아무도 오지 않는 평원의 도로 한가운데 차가 퍼질러 주저앉으면?

흐미~!

생각하기도 싫다.


순간...

구름님이  주위의 연료 보충 지를 검색하느라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는 손길이 바쁘다.

그래서 찾아든 이름 모를 소도시..

주유소는 찾았는데 셀프주유라 주유방식이 생소하다.

한참을 버벅댄다.

겨우 카드 승인이 떨어진 이후엔 가격을 묻는 건지 

주유량을 묻는 건지 몰라 헤매다가  일단 엔터 누르고 주유를 시작했다.

ㅋㅋㅋ

겨우 겨우 주유에 성공한 우린 참 힘겹게 테아나우에 입성했다.

그리고.... 

예약된 숙소에 짐을 푼다.

단독 주택인 우리의 숙소 Birchwood Cottages엔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일단 우린 세탁기를 돌려 그간 밀린 빨래를 해 건조기로 말린 후...

샤워실에서 때 빼고 광을 낸 뽀샤시 한 얼굴로 

테아나우 입성을 자축하며 아울러 하정아 님의 생일 축하연을 거하게 치르는 파티를 준비했다.



파티 준비엔 그간 20여 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구름님이 가장 중요한 고기 굽는 작업을 자진하여 맡았는데



우리 숙소에 갖춰진 훌륭한 바비큐 그릴을 이용하여

육즙이 그대로 살아 있는 풍미를 간직한 고기를 구워내는 동안 

구름님은 싱글벙글 혼자서 좋아 죽는다.

고기 굽는 게 저리도 재밌나?




훌륭하게 식탁이 차려졌다.

퀸즈타운에서 구입한 생일 케이크도 올렸다.

또한 갖가지 酒님도 모셨다.



그러고 보면 이번 여행은 먹방 여행이다.

지금껏 난 호화로운 저택에서 이만큼 잘 먹으며 여행한 게 머리털 나고 처음이다.

여행을 자주 다닌 혜숙 씨도 이런 경우는 없었던 듯...

가는 곳마다 숙소를 떠날 땐 푸념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아이씨~!"

"하루만 묵어가긴 너무 아깝다~!"


그런데...

그 말을 나는 뉴질랜드를 떠날 때까지 계속 들어야 했다.

행복한 혜숙 씨의 푸념을 듣게 된 이곳 테아나우의 밤도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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