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찰튼~부에노아이레스)
제15일 차
여행일 : 2023년 3월 19일 일요일
여행지 : 엘찰튼~엘칼라파테~부에노 아이레스
누구랑 : 산찾사 & 오석민
로
호텔조식 07:00
최초 이주자 박물관
엘찰튼 시내 맞은편 무명봉 산책
엘찰튼 버스 정류장 12:30
엘칼라파테 공항 15:35~16:35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 19:30
부에노스 아이레스 호텔 20:00
산행거리 : 6.5Km 산행시간 : 02:30 (오룩스 맵에 기록된 산행정보로 표기)
이젠 모든 트래킹 일정을 끝냈고
머나먼 귀향의 그 힘겨움을 달래주기 위한 껴 넣기 관광만 남았다.
오늘은 로칼버스와 항공편을 연결시키다 보니 엘찰튼에선 오전시간이 남아돈다.
엘찰튼의 대표적인 트레일은 아래의 지도에서 보 듯 3군데가 있으나 완주하기엔
여유가 없어 우린 엘찰튼에 최초로 이주해 3대가 살았다는 박물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엘찰튼 관광지도)
가성비 갑인 호텔 조식은 먹거리가 풍부하고 맛도 훌륭했다.
오전 7시에 배를 든든하게 채운 우린 짐을 패킹해 호텔 프런트에 맡기고 산책을 나섰다.
엘찰튼 시내 맞은편의 강을 건너 위쪽으로 거슬러 오르자
최초 이주자가 살았다는 박물관이 굳게 잠겨 있다.
아직 이른 시각이라 그런가?
마땅히 할 일이 없던 우린 박물관을 스쳐 지나
걸을 수 있는 곳까지 걸어 보기로 했는데 석민 씨의 오룩스맵엔 이곳이 공동묘지라 했고
구굴 번역기를 돌려 그 앞에 건식 된 이정목의 글씨를 해석하면 대충 뭐 들어가지 마란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그 이정목 우측엔 암릉으로 된
앞쪽의 산을 향해 확연하게 드러난 등로가 보였다.
우린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등로는 뚜렷했고 경사의 가파름을 누그려 트린 꼬부랑길은 암릉으로 된 산을 향한다.
그곳 오름길에서 뒤돌아 본 풍경이 황홀하다.
엘찰튼 시내가 발아래 드리웠고
디카로 힘차게 당겨온 설산에선 피츠로이가 한 폭의 그림이다.
와우~!!!
우린 한동안 오름질에 열중했다.
드디어 능선에 안착한 우린
암릉에 걸터앉아 한동안 눈앞에 펼쳐진 피츠로이 연봉을 감상하다
로칼버스 시간에 늦지 않을 만큼 더 걸어 보기로 했다.
암릉의 능선길은 길게 이어지고 있었고 그곳에선 어디든 풍광이 좋았다.
우연히 올라선 이 등로가 정말 마음에 쏙 든다.
이렇게 훌륭한 등로가 지도엔 이름도 없고 표시도 없다니?
혹시 엘찰튼을 방문하시는 트래커가 계시면 이곳을 꼭 들려 보시라 권한다.
로칼버스로 엘찰튼에 도착한 당일이나 떠나는 날엔 반드시 자투리 시간이 반나절에 이른다.
그 시간을 이용하면 시간은 충분히 남아돈다.
사전에 이런 트레일이 있는 걸 알았다면 우린 좀 더 서둘러 올라 더 걸었을 텐데
되돌아가야 할 시간을 감안해 우린 뚜렷하게 이어진 능선길에서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걷다 보면 암릉으로 된 능선길 바로 아래엔 분지형태의 아주 넓은 습지가 있다.
이곳에서 아쉬운 발길을 돌린 우린
왔던 길을 그대로 내려선 후
다시 박물관 입구에 찾아들었는데
그곳 입구의 안내문을 참조하고 인터넷으로
관람방식을 알아본 결과 여긴 사전 예약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아쉽지만 어쩌겠나?
그곳을 되돌아 나와 호텔로 향하다 보니
마침 휴일을 맞은 이곳 주민들이 강가에 나와 낚시를 즐기고 있다.
이곳에선 무슨 고기가 낚일까?
한참을 바라보았지만 그들은 계속 허탕...
호텔로 향한 우린 배낭을 찾아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다
엘찰튼 도심 한가운데 있던 멋진 조형물에서 추억에 남을 사진 한 장을 남긴 후
아~!
이 사진을 보니 그간 동고동락 했던
석민 씨가 마치 애틋한 연인처럼 무지하게 그리워진다.
ㅋㅋㅋ
마침 문을 열고 영업을 하던 식당을 만나 좀 이른 점심 식사를 했다.
식당 앞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즐기는 노년의 여행자 모습이 참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인다.
내가 지금은 다소 힘겨워도 이렇게 걸을 수는 있겠지만 10년 뒤엔?
힘들 것 같다.
저들이 내 10년 후의 모습 같아 짠~ 해진다.
아직 난 가보고 싶고 걸어보고 싶은 세계의 오지는 많고 많은 뎅~
식당 메뉴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택했다.
그런데 샌드위치가 의외로 양이 많아 다 먹을 수 없었던 우린
남긴 음식을 포장을 했는데 마땅한 시간과 장소도 없었던 최종 목적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호텔에 도착 후 우리에겐 훌륭한 한 끼의 식사가 되었다.
배도 채웠으니 이제부턴 또 길고 긴 이동이다.
우린 로칼버스로 12:30에 마침내 1박 2일의 짧은 여정이 아쉽기만 한 엘찰튼을 떠났다.
버스는 도중에 휴게소를 들린다.
이곳 휴게소에서 우린 몸 물을 쏟았는데
그곳에 적힌 스페인어로 된 안내문엔 이곳에서 기념품이나
음식을 구입하지 않은 사람들은 양심껏 그들이 제시한 이용료를 내라 적혀 있었다.
그걸 보면 가는 곳마다 깔끔한 무료 화장실 천지에
와이파이 공짜로 팡팡 터지는 대한민국은 참 좋은 나라다.
ㅋㅋㅋ
우린 아주 양심 바른 한국인이라 그냥 가긴 찝찝했다.
그래서 썩~ 내키진 않았지만 쿠키를 구입해 버스가 떠나길 기다리며
매점 밖 벤치에 앉아 간식을 즐겼다.
다시 또 힘을 내 달리기 시작한 버스는
엘 칼라파테 공항에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게(15:35)
연착시킬 동안 더 늦으면 안 될 텐데 조바심을 내던 내게 버스기사가
우리보다 비행시간을 더 잘 알고 있을 거라며 안심시킨다.
버스가 도착한 시간에서 우리가 구입한 부에노스 아이레스행 항공편
출발시각은 딱 1시간 전이라 우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급하게 탑승 수속을 서둘렀다.
엘 칼라파테 공항 16:35발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 19:30착.
공항을 나서자 석민 씨나 나나 피로가 몰려들어 무작정 택시에 올라탔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까진 택시로 50분이 걸린 긴 거리다.
불빛 휘황찬란한 도심 속의 호텔로 향하던 석민 씨가 택시에서 내게 속삭인다.
"이형~!"
"우리 둘 드디어 문명세계로 귀환했네요"
그랬다.
그간 핸드폰마저 불통지역인 수 만년 동안
바람이 만들어 놓은 태고의 산자락을 헤매고 다닌 우리가 아녔던가?
머리에 닿을 듯한 하늘, 한 손에 움켜쥘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흰구름과
때론 황량 그 자체였던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의 땅...
습기 머금은 태평양의 구름이 차마 넘지 못하고 안데스 산맥에
부딪히며 쌓아 놓은 막대한 눈이 쌓여 이루어진 빙하를 하루종일 바라보며 걸었을 땐
60 중년 두 사내의 육신은 비록 힘들고 지쳤으나 영혼만큼은 맑았기에 우린 행복이 새록새록 솟았었다.
그랬던 우리가 다시 귀환한 문명세계의 삶은 또 어찌 될지?
그래도 당분간은 파타고니아 트레일을 걸었던 그 여운으로 버틸 수는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드디어 택시는 밤늦게 예약된 호텔에 우린 내려놓았다.
석민 씨가 예약한 문명세계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숙소는 큰 도심 속 호텔답게 크고 깔끔하다.
덕분에 피로를 온몸에 덕지덕지 붙이고 들어선 늙은 여행자의 여독을 문명세계의 호텔이 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