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잎새의 병상일지 3일차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에 버틸 수 있던 시간들)

by Yong Ho Lee

제3일 차 : 2016년 9월 20일 화요일.

악몽의 나날...

이제 겨우 삼일째인데 어찌 그 숱한 세월을 버틸지 걱정이다.

내가 이렇게 약한 놈인 줄 몰랐다.

큰처남이 누나 얼굴이라도 봐야겠다고 온단다.

방문 일지에 이름을 적고 기다리는 동안 또다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처남이 오 기기전 내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데 큰일이다.

면회시각이 임박하여 겨우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처제와 동서가 큰처남과 함께 온다.

중환자 면회는 메르스 사태 이후 엄격해졌다.

환자에겐 제일 치명적인 게 감염 문제라 당연한 일이다.

보호자들은 수긍해야 될 일이고...

할당된 면회 시간이 한 명씩 교대로 얼굴만 보고 올 정도의

시간이다 보니 내가 20분 나머지 둘은 5분씩만 보기로 했다.


잠시 후...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아내를 보자

그렇게 결심을 했는데 결국 난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그런 나를 보고 아내가 그런다.

"나 못 걷는 거지?"

"어제 어떤 간호사 그러던데 그래서 당신 그런 거지?"

순간...

화들짝 놀랐다.

어떤 미친년이 헛소릴 지껄였다며 절대 그런 거

아니란 걸 설명하던 중 회진하던 전문의가 다가와 환자의 몸상태와

추후 진행하게 될 치료과정을 함께 듣고 나자 아내가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지난밤 저 소리를 듣고 아내는 얼마나 심적 고통이 심했을지?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어제 면회를 할 때 발이 시리다 하여

오늘 양말을 가정 와 신겨 줄랫더니 괜찮단다.

담당 간호사를 불러 혹시 발이 시리다고 든 신겨 주라

양말을 건넨 후 처남과 처제에게 면회 교대를 하러 가는 나에게 아내가 그런다.

"허벅지 드레싱 할 때 너무 아파요~!"

"진통제 좀 더 놓아 달라고 해 주세요~!"

그 소리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또 헤집어 놓는다.

눈물이 보일까 봐 뒤도 못 돌아보고 나와 처제와 처남을 번갈아 들여보내 면회를 끝냈다.


이후...

흉부외과 전문의에게 전반적인 몸 상태는 들었지만

성형외과 전문의에게도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 면담신청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

기다림에 지쳐 핸드폰으로 중환자실의 간호사와 통화를 하니

외과 전문의가 수술일정에 쫓겨 시간을 낼 수 없단다.

이런~!!!!

오늘 회진하던 의사가 환자의 심폐기능이 호전되어

가능하면 오늘 중 늦게 까지라도 수술 일정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를 거란

언질을 들은 터라 일단 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집으로 향한 길...

형부가 분명 점심도 못 드실 것 같다며 처제가 따라와 점심을 차렸다.

오늘 아내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게 너무나 마음에 걸려 독한 맘을 먹기로 했다.

그래서...

억지로 점심 한 그릇을 말끔히 비워 냈다.

얼마 후 처제가 돌아가고 남은 빈집에서 병원에서 걸려올 전화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러다 지친 내가 먼저 내 아내의 수술 일정 어떻게 되어 가냐며 전화를 했다.

잠시 후....

간호사가 연결해 준 남자가(전문의인지 모름?) 그런다.

내일로 수술일정이 잡혔고 시간은 미정이란다.

하아~!

다행이다.

잘 되겠지~?

분명 잘 될 거야~!

지금껏 누구보다 성실하고 올바르게 그리고 착하게 살아온 내 아내인데....


한동안....

이곳저곳에서 어떻게들 알았는지 지인들의 전화가 폭주한다.

고맙기는 하나 한편은 솔직히 마음을 추슬리고 안정이 될 때까지 모른 척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일이 모든 지인들께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들려줘야 하는 진행 상황이 힘겹다.

걱정해서 전화해 준 사람에게 성의 없이 답변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싹수없다는 소릴 들을게 겁도 나고...

그러나..

무엇보다 그러한 설명 중에 갑자기 감정이 격해지며 눈물이 나는 나 자신이 정말 싫다.


시간이 빛처럼 빠르게 흐를 순 없는지?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기울자 오늘도 살기 위해 처남댁이 끓여 놓고 간

죽 한 그릇을 비워내고 오늘따라 유난히 발목까지 부어올라 버린 부상이 걱정되어 약을 먹었다.

이후....

밤 9:30에 정형외과 담당자의 전화를 받았다.

내일 오전 10시~11시 사이에 수술을 할 거라며 진행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모든 걸 긍정적으로 말해 주신다.

걱정해 주시는 지인들께 반가운 소식을 전한 후

서울 삼성병원에 근무하는 조카 혜원이와 장기간 통화를 했다.


혜원이가 그런다.

삼촌은 지금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누가 됏든 현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때론 남자란 생각을 버리고 울고 싶을 땐 맘껏 울어 버리란다.

죄책감. 후회. 자책 등등...

모든 걸 그렇게 날려 버려야 후유증이 없을 거란 사랑하는 내 조카의 신신당부가 이어진다.

현재 나는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없어

지금의 현실과 상황을 글로 풀어쓰는 방법을 택한 건 그런 면에서

아주 잘한 거란 생각이 든다.

누구도 볼 수 없는 현재 나만의 글이지만 훗날 생각이 바뀌고

혹여...

나와 똑같은 상황의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초록잎새의 병상일지를 공개하려 한다.

아자~!

아자~!

이 용호. 힘~!!!!


기타 사항.

1. 서울 만보형님이 서울 이대 목동병원 흉부외과 최대 권위자이신 한재진 교수님과

의료진의 수술과정 및 환자의 상태에 관한 상담내용을 담은 녹음파일을 보내왔는데

현재 내 아내의 상태로 볼 때 아주 긍정적인 말씀을 들을 수 있어 안심이 된다.

2. 초록잎새의 여고 동창생들 모임에 연락이 없어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와 현재 우리의 현실을 알게 됨.

3. 막내의 전화를 받았다.

아내가 막내에게 반찬등을 붙여 준다고 하던 게 생각나 이것저것

준비했던 것들을 대충 찾아 오늘 택배로 보낸며 문자로 네 엄마 핸드폰이

고장이라고 거짓말을 했더니 나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다.

현재 의뢰받은 세종시 문화 회관에서 열리게 되는 연극 무대 사극의 배경 장면은 다 그렸는데

새롭게 시작된 웹툰을 그리느라 몰두하다 보니 담에 걸려 한의원을 다녀왔는데도 아파서

작업하는데 애로가 많단다.

가뜩이나 빡빡한 일정이라 걱정이라는 막내인데 어찌 제 어미의 현 상태를 전해야 할지?

다음 주 일이 진척되면 2일간 내려와 쉴 예정이라니 그때까지 숨겨야 되겠다.

4. 막냇동생 성호에게 현 상황을 알림.

3일간 연차를 내고 내일 내려온다는 동생의 전화에 일반 병실로 옮긴 후

정말로 내가 힘들 때 찾아 달라 부탁.... 형에게도 똑같이 전하라 부탁함.

5. 당일 함께 산행했던 한송이 님께 현 상황을 전해 주자

통곡을 하며 자책하는 목소리를 듣자 마음이 몹시 아프다.

이 누님도 우리 부부 때문에 나 못지않을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아 걱정이다.

6. 우리 부부 헬스장 운동시기를 연기시켜 줄 것을 맑은 소리님께 부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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