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잎새 병상일지 4일 차

(수술대에 들어간 초록잎새)

by Yong Ho Lee

제4일 차 : 2016년 9월 21일 수요일

이른 아침...

포도 한 송이와 배 한쪽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찾아든

을지병원 4층의 중환자실 앞에서 하염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그러는 사이...

큰처남과 작은 처남댁 그리고 동서가 찾아온 얼마 후 천안에서 동생부부가 내려와 내 곁을 지킨다.

어느새 그들이 약속한 수술시간을 넘긴다.

앞선 수술자가 딜레이 되는 만큼 늦어진다는 의료진의 통보에

힘든 시간들을 가족의 힘으로 버티다 보니 일단 면회 먼저 하라 하여 아내를 만났다.

나를 보자마자...

아내가 등짝 아래에 내 손바닥을 넣어 달란다.

?

하루종일 옴짝달싹 못 하니 너무 답답해서 그런단다.

가슴 한편이 아리고 쓰리다.

기다릴 땐 그렇게 지루하던 시간들이 면회 시간엔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지났다.


그렇게 또다시 생 이별을 한 우리에게

의료진이 수술 들어간다며 가족들을 오라더니 또 지체....

히유~!!!

기다림으로 온갖 진을 다 빼고 난 후에야 아내를 데리고

나타난 의료진은 그러나 감염 때문에 그런지 쨉 싸게 수술실로 이동하며 살짝 얼굴만 보여준다.

나는 뒤에서 아내에게 겁내지 말고 힘내라 소리를 질렀는데 듣기나 했는지?

오늘은 그래도 면역이 되었나?

다행히 아내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12시가 다 되어 시작된 아내의 수술이 길어진다.

비울 수 없는 자리라 또다시 이어지는 기나긴 기다림의 연속...

오후 2시를 넘겨 아내가 수술실을 나왔다.

팔목은 보철을 넣어 고정하고 골반 뼈는 잘 붙을 수 있게 보형물로 고정시켰단다.

의료진으로부터 다 잘 되었다는 말을 직접 듣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히유~!

하나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후...

중환실로 이동했다가 다시 수술부위의 CT촬영 후

마지막 면회를 허락받고 아내의 얼굴을 한번 더 본 후 우린 중환자실을 나왔다.


동생부부를 마지막으로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오니 이제 마음이 놓여 그런가 부상당한 종아리가 당기며 아프다.

쳐다보니 어제보다 더 많이 부어올랐다.

가까운 한셈 정형외과에 들려 봐야 할 것 같아 집을 나섰는데

나를 찾아오던 에게해님을 길에서 만났다.

에게해님이 그런다.

구름님이 나를 만나기 위해 오고 있는 중인데 도착 시간이 다 되어 간단다.

에게해님께 양해를 구하고 정형외과에 들려 상처부위를 소독 후 드레싱으로 치료를 끝냈다.


얼마 후..

우리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구름님....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만나든 일단 반가운 양반이다.

구름님은 우리 부부의 소식을 듣고 예전엔 연고고 뭐고 아무 관계도 없던

대전 사람 때문에 내가 이렇게 놀라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줄은 꿈에도 몰랐단다.

사람의 인연이란 게 이런 거다.

그의 부인이신 혜숙 씨는 친정엄마 병간호로 못 오시고 안타까움에

속만 끓이고 계시다니 죄송하기도 하지만 한편 그 마음씨가 너무나 고맙다.

쾌유를 비는 봉투까지 건네주는 구름님이 저녁 식사까지 부담하셨다.

산찾사 힘내려면 장어를 먹어야 한다며 들린 음식점에서 아침도 드는 둥 마는 둥이고

점심까지 굶은 난데 웬일로 그 많던 식탐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직까지 배 고픈 줄을 몰랐다면?

나를 알고 있는 산우들은 쌩~ 구라를 친다고 할 거다.

정다운 산우와 함께라면 없던 입맛도 돌아오나 보다.

다행히 며칠 만에 정말로 나는 맘 놓고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에게해님과 구름님이 떠나고 난 빈자리...

이젠 그분들이 있어 쓸쓸함을 덜을 수 있어 든든하다.

내 곁에 이런 좋은 분들이 존재하는 그 자체가 내게는 크나큰 복이다.

다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위로를 해 주시니 너무나 힘이 되고 감사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한송이 누님께 폰을 했다.

안다.

누구보다 속을 끓이고 있다는 걸...

수술결과를 말해주고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여 주고 나자

이번엔 혜원이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가 삼촌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며...

이런~!

바로 전화를 해 안심시켜 드렸다.

조카 혜원이가 엄마의 심리 상태 때문에 이번 주말엔 내려갈 거라고 한다.

그렇잖아도 바쁜 조카인데 이걸 어쩔지?

그래...

가족이란 이런 거다.

정보다 더 뜨거운 그 무엇이 서로를 당기는 그런 거....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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