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잎새 병상일지 5일 차

(폐에 관 하나를 더 삽입해야 했던 초록잎새)

by Yong Ho Lee

제5일 차 : 2016년 9월 22일 목요일

전날 수술이 아주 잘 되어

다 잘 될 거란 믿음이 생겨 모처럼 지난밤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이른 아침...

지금껏 수액으로만 영양을 투입하며

투병 중인 아내를 생각하면 밥을 먹는다는 게 죄를 짓는 기분이다.

그러나...

나만 의지하고 있을 아내를 위해

내가 기운을 차리지 않음 안되기에 포도 한 송이와 고구마 한 개로 아침 식사를 대신했다.

얼마 후....

중환자실 앞에서 초조하게 면회를 기다린다.

그런데...

흉부외과 전문의가 면회 시간 전 나를 찾았다.

뭐가 잘못된 건 아닌지?

겁이 더럭 난다.

역시.....

폐에 계속 혈액이 차 다른 쪽에도 관을 삽입해야 했단다.

순간...

기운이 쏙 빠지며 힘이 하나도 없다.

그런 내 얼굴 표정이 안 좋았던가?

의사가 그런다.

그렇다고 나쁜 건 아니고 호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치이며

내일은 일반 병실로 옮길 정도로 호전된 상태이니 그리 걱정할 것 없단다.

잠시 후 시작된 면회.....

아내에게 달려가니 역시 힘겨워한다.

그러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시트를 세워 비스듬히 앉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는 아내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자

한순간 울컥~!

그러나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억지로 감정을 추스른 후....

우리가 처음 사고를 당했을 때 걸을 수 있게만 해 달라고 애원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현재 부상 정도가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그러니 힘들어도

우리 함께 애들을 위해서라도 견디자는 말 외엔 달리 해줄 게 없었다.

아무 말 없이 눈만 감은채 고통에 시달리는 아내의

골반에 쇠꼬챙이를 박아 고정시킨 보형물은 쳐다만 봐도 나에겐 소름 끼치는 고통이다.

그런데...

오늘 보니 부상 중인 왼쪽 허벅지에서 발등까지

마치 고무풍선을 불어넣은 것처럼 퉁퉁 부어올랐다.

달리 해줄 게 없어 만지고 주물러 주자 어떤 부위에선 아프단다.

그러니 겁이 나 맘대로 해 줄 수도 없는 노릇....

어느새 면회 시간이 끝나간다.

이젠 나가라는 직원들의 성화...

내일 일반 병실로 가면 하루종일 볼 수 있으니 힘들고 외로워도

하룻밤만 더 견뎌 달라 부탁하며 나오다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지하 3층까지 내려가는 동안 누가 보면 쪽팔릴 것 같아 병원 복도 구석에서

잠시 감정을 추스른 후 마누라님이 없어 허전하고 쓸쓸하여 낯섦까지 느껴지는 집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안....

잡념을 없애려면 일이 최고다.

쓰레기를 모아 봉투에 담고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버린 후

재활용 분리수거를 한 뒤엔 처남댁이 세탁기를 돌려 널어놓았던 세탁물을 걷어 개어 놓았다.

그리고...

뭐 없나?

뒷 베란다의 들통을 열어보니 삶아야 하는 빨래거리가 담겼다.

일단 한번 삶아서 세탁기에 넣고 30여분을 씨름했다.

결론은?

사용방법을 몰라 다시 꺼낸 후 손세탁을 해야 했다.

ㅠ~ㅜ~

마지막으로 청소기 한번 돌리고 나자 핸드폰이 울린다.

만보형님과 대구의 박중규 님이 우리 집으로 가는 중이란다.

하아 ~!

참으로 여러 사람에게 걱정을 끼처 어찌해야 할지?

잠시 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일이 안 잡히더란

박중규 사장님과 만보님께 호전된 아내의 몸상태를 얘기 해주고

가까운 곳을 찾아 저녁식사를 했다.

그런 후...

함께 집으로 와 술 한잔을 하면서 내일 함께 아내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왁작지껄의 우리 집...

덕분에 쓸데없는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던 불면의 밤을 면한 날이 되었다.

형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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