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 백>, <중경삼림>
2024년 어쨌든 네이버 블로그에 영화 관련해서 뭔가 썼던 글 백업입니다.
시간이 많으신 분들만 읽어 주세요.
안냥하세요?
이번 주부터 스폐셜 블챌로 영화 관련 글을 쓸겁니긔.(사유: 소재 고갈)
어쨌거나 영화는 매주 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수틀리면 다시 씹덕 글 쓰면 되고?
암튼
시작합니더~~~^^
<룩백>을 봤다. 오랜만에 인생작이라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소중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것도 극장에서 말이다!) 보면서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 마냥 눈물이 줄줄 나왔다.
그래… 나도 후지노이고, 쿄모토였던 시절이 있었지. 해마 어딘가에 처박아둔 소중한 기억을 <룩백>은 내밀어 주었다. 그림을 그려본 사람이라면 벅차오를 수밖에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쿄모토는 묻는다. “후지노는 왜 만화를 그려?” 그러게. 나는 왜 그림을 그릴까? 계속 그림을 그려봤다면 몇 번이라도 부딪혀 왔을 질문이지. 그리고 이 영화는 아주 간단하게 그 해답을 보여준다.
바로 쿄모토의 표정으로. 나는 절대 잊지 못할 거야. 쿄모토의 표정을… 후지노는 쿄모토처럼 바라봐 주는 이가 있기에 일단. “그린다 “. 그리고 ”더 잘 그리고 싶어! “라고 욕심을 내본다. 이 마음으로 우리는 그림을 그려나갔던 거야. 이 소중한 마음. 나는 왜 잊고 있었지?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이 영화가 소중한 이유는 분명 이 현실에 ‘후지노 쿄‘ 콤비는 실존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의 인생에 분기점이 되어줄 영화라고 느꼈다. <룩백>을 보며 많은 만화 소녀들이 꿈을 무럭무럭 키우기를.
결국 2회차를 찍었다. 사실 오리지널 티켓 A 타입을 갖고 싶어서 본 건데… 내가 갔을 때 하필 그것만 소진되어 있었다. ㅜ.ㅜ
그래도 후회는 없다! 온몸의 수분을 탈탈 털고 나왔다!
이번에는 쿄모토의 “후지노 선생님, 왜 만화를 그만뒀나요?”라는 대사가 가슴에 콕 박혔다. 사실 나도 그림을 관둘 생각이었기 때문에. (정확히는 작가의 길을 포기하려는 작정이었다.) 나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당기면 뿌리가 뽑히는 연약한 사람이다. 점점 9시에 일어나 6시에 퇴근하며 정기적인 수입이 나오는 직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프리랜서인 작가가 된다면 반드시 고독사하게 될 거란 불길한 예감은 스멀스멀 자리를 잡았다. 그래, 일단 취업을 하자. 그림은 취미로. 대신 좋아하는 오타쿠 그림을 잔뜩 그리자고 생각했다. 음. 적고 나니 작가를 지망하든 말든 일단 제대로 완성한 작품 하나는 있어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닥치고 그려! 바보야!”
또 CGV에서 왕가위 전을 하길래 <중경삼림>을 보러 감.
나는… 결국 왕가위의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군아…. 왕가위는 고등학교 시절 나를 씨네필 꿈나무 예술충으로 만들어 준 감독인데, 아직까지도 설레게 만든다. 근데 보면서 이런 장면이 있었다고??? 싶은 장면이 너무 많았음. (California Dreaming이 이렇게 많이 나오던가? 거의 쓰르라미 울적에에서 You 나오는 정돈데?) 아무래도 기억의 유통기한은 만년이 아닌가 보다.
그때는 모르고 지금은 알게 된 것:
금성무가 일본어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고자극 ㄹㅈㄷ였심. 아 맞아… 이 사람 카네시로 타케시였지. 왕가위가 금성무를 어린아이 같은 배우라 평했던 기억이 있는데, 과연 소년미가 충만하다. 눈썹과 골격이 굵은 미남은 호감이다.
임청하를 보면서 역시 버버리 코트에 힐을 신은 여자는 지존 뽀대 난다고 생각했다. <플루토에서 아침을>을 봤을 때부터 해오던 오래된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곧 버버리 코트를 입을 수 있는 눈 깜짝할 새의 가을이군아. 지갑이 파업한 사정으로 코트를 살 계획은 없다.
청소년기에 왜 많고 많은 감독들 중에 왜 하필 왕가위에 이끌렸을까 생각해 봤는데, 그가 쓰는 언어 덕분인 것 같다. 물론 크리스토퍼 도일과 함께 보여주는 미장센… 음잘알 아조씨의 기깔나는 선곡… 당대 최고 톱스타들이 나오는 낭만 가득 90년대 홍콩의 일상… 등등도 있지만. 왕가위의 대사들은 묵직하면서도 감성적이다.
그리고 그때는 모르고 지금은 알게 된 것 2: 독백이 줘~~~~~~~~어언나 많이 나오는데(왜 의식하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생각이 줘~~~~~~~~~~언나 많은 내가 알게 모르게 동질감 비슷한 거를 느끼지 않았을쥐.
내년, 안되면 내후년, 언제가 되더라도 꼭 홍콩에 가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