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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의집 문지기 Jan 24. 2017

첫손님

영화로 치면 개봉일이요, 서비스로 치면 런칭일이다. 오늘은 남의 집 프로젝트로 찾아오는 첫손님을 맞이하는 날.


원래는 일주일 전에 취업 멘토링으로 첫손님을 받았어야 했다. 한데 예정일 이틀전에 급변수가 생겼다. 귀농하신 은재형 부모님께서 급상경하셔서 우리와 며칠을 지내시게 되었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계신 공간에서 자유롭게 얘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부득이 일정을 미루었다. "이런 변수가 남의 집에서 하는 묘미 아니겠습니까? 하하" 너스레로 신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설연휴 마지막날에 만나기로 일정을 조정했다. 이런 연유로 예정보다 일주일 늦은 2017년 1월 22일. 직장인 멘토링으로 첫손님을 맞았다. 


하루전 신나게 장봐온 식재료로 카레 돈까스 덮밥을 준비했다. 은재형은 카레를 메인으로 준비하고, 나는 그외의 밥, 샐러드, 돈까스를 맡았다. JTBC의 썰전을 틀어놓고 각자의 역할에 맞춰 뚝딱뚝딱 요리를 해치웠다. 요렇게 말이다. 



요리 준비를 마치니 1층 마당의 몽글이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왔나?" 하니 '띵동~~' 초인종이 울린다. 인터폰을 들고 우렁차게 외쳤다.

연희동 브라더스입니다.


은재형은 그렇게 얘기하니 웃기단다. 옛날 드라마에서 큰 저택에 사는 사모님들이 전화를 받을 때 으레 하는 그 말. "느에~ 평창동입니다~" 의 쉐어하우스 버전이랄까? 


여자 손님 두분이 먼저 오셨다. 대학생 때 영삼성 캠퍼스 리포터 활동을 같이 해서 아는 사이였는데 둘다 남의 집 프로젝트가 궁금해서 신청하셨단다. '뭐하는 남자들인가' 싶었나 보다. 


초면의 뻘쭘함을 없애려 우선 은재형과 나의 신원을 공개했다. 사회생활을 어떻게 시작했고, 어찌하다가 지금의 업으로 먹고 사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를 했다. 호스트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손님도 부담없이 본인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 놓을거라 생각했다.


연희동 브라더스의 자기소개가 끝날 즈음 세번째 손님이 도착했다. 일요일임에도 사무실에서 열일하다가 막 퇴근하고 오는 길이라는 남자분였다. 일하다 이 시간에 왔으니 얼마나 배고플까? 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첫손님이 찍어준 음식 사진. 이렇게 어여삐 봐주었다니 뿌듯하다. 

카레 돈까스 덮밥을 그릇에 담고보니 예뻤다. 다행히 손님들도 만족해 하는 분위기였다. 이마트에서 공수해 온 가성비의 최고봉, 마르텐 맥주도 곁들이며 본격적인 멘토링을 시작. 하려했으나 무언가 어색했다. 처음 만나 식사를 곁들이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1시간도 채되지 않아 "그래, 당신의 고민이 무언가요?" 라고 묻자니 무릎팍 무릎팍팍 강호동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래도 '멘토링'이라는 타이틀로 모집한 자리이니만큼 평소 후배들이랑 밥먹고 술먹듯이 진행할 수는 없었다. 억지스럽더라도 한사람씩 돌아가며 본인의 고민에 대해 들어봤다.


세 분의 직업은 모두 달랐다. 마케터, PR, AI 개발자. 연차는 3~5년. 그런데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장인으로서 현재 잘하고 있는지 확인을 받고싶고, 앞으로의 불확실성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궁금하고 답답한 심정. 여기에 대한 우리의 답변은.


우리도 그게 고민이다. 

뭥미 싶었겠지만,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연장선상에 남의 집 프로젝트가 있다고 했다. 물론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직장 생활 이후를 준비하면서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나 처세 등에 대한 의견도 최대한 전하려 노력했다. 특히 은재형은 조직 리더를 맡고 있다보니 리더가 팀원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청산유수로 전했다. 나도 잠시 호스트임을 잊고 게스트 입장에서 은재형 얘기를 듣고 있을 정도로 유용했다. 



한데 이상하게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했다. 이분들의 고민에 내가 과연 멘토로서 유용한 답변을 주고 있는걸까? 평소 술자리에서 선배랍시고 후배들 붙잡고 얘기하는 거랑 뭐가 다르지? 등등의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내 성에 안차는거다. 


이 거실에서 우리의 멘토링이 사업 아이템으로 가능할까? 싶은 마음에 진행하는 CBT였기에 지금 손님과 호스트간에 오가는 대화를 유료화하는 것에 너무 신경을 쓰고 있었던거다. 지금 우리가 던지는 조언, 제언들을 멘토링 상품성으로 따지니 만족스럽지 않았고 차별성도 없어 보여 얘기를 나누는 내내 이를 만회할 한방을 노리게 되었다. 근데 그 한방이 없으니 불안하고 앞에 앉아있는 손님들께 미안한 마음이 드는거다. 그래서 계속 이렇게 물었다.

더 궁금한 거나 물어볼 거 없어요?


3시간여 얘기를 나누고 마무리를 지을 때 즈음, 손님들께 후기 작성을 부탁드렸다. 남의 집 프로젝트의 첫인상, 멘토링 만족도, 그리고 유료전환에 대해 묻는 질문으로 구성된 후기를 건넸다. "저희는 남의 집 프로젝트를 통해서 작게나마 돈을 버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거라서요. 이 멘토링을 유료화하는 것에 대한 의견도 여쭐게요." 라고 덧붙였다. 나중에 은재형이 얘기해 줬는데 내가 그렇게 얘기했을 때 손님들의 동공이 살짝 흔들리는 게 보였다고 한다. 상업성에 대한 반감였을까? 아니면 우리의 멘토링에 대한 아쉬움 때문였을까?


세분 모두 정성스럽게 후기를 작성해 주셨다. 너무 고맙다.


손님들을 배웅한 후, 은재형과 각자 느낀 점을 공유했다.


"있잖아. 보니까 일단 이분들은 멘토링에는 큰 기대감이 없이 왔던 거야. 남의 집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대한 호기심이 제일 큰 거지. 그러니까 선물까지 준비해서 왔지."


감사히도 세분 모두 선물을 사오셨다. 케잌이며 박카스랑 비티민 등등.


"긍게요. 선물을 사올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그러고 보면 진짜 멘토링을 받아야지! 하는 마음보단 선배집에 놀러간다는 마음였겠네요."


"우리가 무슨 전문 멘토 타이틀이 있는 것도 아니니. 왜 전에 네가 보여준 그 멘토 전문학원 강사들 있잖아. 그런 느낌으로 포장되야 하는 것 같아."


"생각해 보면 우리 둘의 상담을 멘토링으로 포장해서 돈을 받아보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전문 멘토로 어필하는 분들도 고객 유치가 쉽지 않을텐데 우리라고 무슨 수로..."


"첨에 우리가 멘토링을 유료화하는 게 가능하겠다고 생각한 건 이 공간이 주는 메리트에서 시작된거잖아. 근데 오늘 해보니 공간은 부수적인거고 실제로 제공하는 콘텐츠가 수익모델로 이어지는 것 같아."


이렇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 아까 느낀 초조함의 정체가 드러났다. 우리는 전문 멘토가 아니였던거다. 멘토링을 위해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심지어 경험도 전무하다. 그런 사람들이 멘토랍시고 썰을 풀고 있으니 스스로도 불편했던게다. 


물론 멘토링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의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다. 멘토링이 꼭 전문가로 교육받은 사람이 일정 커리큘럼에 따라 진행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했던 상담도 멘토링일 수 있다. 근데 유료화 관점에서 멘토링은 어느 정도 짜여진 커리큘럼과 전문적인 코칭 교육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상담은 멘토링으로 보기엔 부족한거다. 멘토링으로 수익을 내려면 전문 멘토를 섭외해서 이 공간에서 독특한 경험으로 멘토링을 할 수 있게끔 판을 기획해야 하는 거였다.


남의 집 프로젝트를 통해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 연희동 브라더스라는 공간은 플랫폼 역할에 충실해야겠다는 레슨을 얻었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누군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기획해서 그걸 이 공간에 펼친 후에 사용자를 모아서 수익을 내는거다. 우리는 기획하고 중개만 할 뿐이다. 


아직 한번의 멘토링 CBT가 남았다. 지금와서 부라부랴 판을 다시 짜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일단 현재 기획된 버전으로 한번더 진행할까 한다. 오늘의 경험으로 일반화하기보단 한번더 해보고 멘토링 사업에 대해 결론을 내는 것으로!


첫 손님의 선물. 대박이 아닐지라도 좋다. 경험이라는 자산이 쌓이니 뭐라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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