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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의집 문지기 Feb 15. 2017

멘토가 필요한 이유

두번째 멘토링은 대학생 대상으로 진행했다. 모집 공고에는 취업 준비에 대한 도움을 주겠노라 기재했고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미리 보내주면 첨삭지도까지 해주기로 했다. 공고를 올리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신청한 두 명의 학생들이 연희동 브라더스를 찾았다.


본격적인 멘토링에 앞서 식사부터 준비했다. 오늘의 메뉴는 김성용표 파스타와 이은재표 김치볶음밥. 둘이 한번에 요리를 하게 되면 손님들이 방치되니 내가 파스타를 만드는 동안에는 은재형이 멘토링을. 이어서 형이 김치볶음밥을 하는 동안에는 내가 멘토링을 했다. 환상적인 호흡이라고나ㅎ



얘기를 나눠보니 한명은 서류전형을 준비하고 면접도 보며 이른바 취준에 한창였고, 다른 한명은 현재 인턴을 하며 본격적인 취준에 뛰어들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전자에겐 취업을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가 필요했고, 후자는 취업준비 전의 대학생활에 대한 방향성을 찾고 있었다.


자소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그들이 미리 보내준 자소서를 보니 한결같이 인사담당자의 출제의도가 간과된 채 본인들이 하고싶은 이야기로만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뭐라도 하나만 걸려라는 심정으로 멋지고 소중한 이력들을 최대한 많이 전달하고 싶을테지만 지원 회사/업무와 무관한 이야기는 지양해야 한다. 1차로 자소서를 검토하는 사람은 오너가 아닌 직원이기 때문이다. 즉, 담당자에게 자소서 검토는 빨리 해치우고 싶은 일일 따름이다. 때문에 듣고 싶은 말을 빨리 해주는 자소서를 원한다. 그들의 구미에 당기는 내용을 앞세워서 주목을 받아야 자소서는 살아남는다.


회사는 신입에게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관심과 애정만 보여줘도 충분하다.

면접에 대한 이야기다. 뻔한 이야기같지만 의외로 지원한 회사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면접자가 많지 않다. 사명을 틀리게 말한다거나 (아직도 '카카오'를 '다음카카오'로 지칭하는 지원자가 있다.) 지원한 분야의 서비스 혹은 재화를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다고 당당히 얘기하거나. 이런 지원자들의 특징은 '난 이래이래 잘났어. 요런저런 이력들과 경험도 많지.'를 내세운다. 근데 회사는 생각한다. 저들은 입사하는 순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애기들이라고. 이렇게 리셋된 상황에서는 관심을 갖는 지원자에게 끌릴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면접장에서 나의 잘남을 얘기하는 것보다 얼마나 이 회사/분야에 관심이 있는지를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뜸해 주었다.


물론 이는 나의 의견일 뿐 정답은 아니다. 자소서와 면접에 대해서 직장 동료들과 자주 얘기하곤 하는데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본인의 고군분투 입사 이야기나 면접관으로 들어가서 겪은 황당한 에피소드에 곁들인 각자의 면접 스킬은 회식자리에서 좋은 안주거리다. 그래서 멘토링에 참석한 이들에게 건넨 종류의 이야기는 나에겐 항상 접하는 이야기에 다름 아녔다. 근데 듣고 있는 멘티들의 초롱초롱한 눈과 굳게 다문 입술을 보니 이들에겐 아녔나 보다.


이걸 정말 몰랐나?


어찌보면 이것 역시 정보 비대칭이다. 직장인들에게 흔한 그 몇가지 정보만 취업준비생들이 알면 굳이 범하지 않아도 되는 우를 피할 수 있을텐데. 안타깝다. 취업에 대한 가이드를 간절히 원하는 수요자와 이를 어렵지 않게 줄 수 있는 공급자를 매칭해 주면 취업난으로 답답해 하는 청춘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여질 수 있을까?


직장인 대상으로 첫번째 멘토링을 했을 때는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 보다는 같이 공감해 주는 데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그들과 똑같은 직장인이기 때문에. 한데 대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니 그들이 모르고 답답해 하는 것에 답해주고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 있었다. 멘토 노릇이 가능한거다.


그런데 나나 은재형이 해준 얘기는 다른 직장인들도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들이 학교 선배만 찾아가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얘기들. 왜 그 선배들은 학교 후배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지? 생각이 들다가 '그럼 나는?' 이라는 질문에서 막혔다. 나 역시 졸업 후 시간이 흐를수록 학교 후배들과의 접점이 희미해지며 이런 류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학과 선후배의 관계가 느슨해진 대학문화에 맞물려 취업란으로 각자 앞가림하기에 바쁜 대학생들은 쉽게 손내밀 선배들 찾기가 쉽지 않은걸까? 1~2년 터울의 선후배야 만나기 쉽겠지만 실제적으로 도움줄 연륜있는 선배들과의 네트워크는 만들기 어렵겠지. 그렇다면 남의집 멘토링이 그런 부족함을 채워주면 유의미해지는걸까?



취업이라는 주제가 멘토링이 줄 수 있는 가치를 더 명확하게 만들었다. 멘티가 원하는 것은 취업이고 멘토는 이미 취업을 한 사람들이니, 주고받는 것이 확실한 거다. 더불어 저들이 희망하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멘토가 얘기를 해주면 더 힘이 실릴 거라 생각했다. 서비스 기획업무와 영업 관리에 관심있는 두 멘티에게 형과 내가 현장감있는 몇마디를 더해줄 수 없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아는 기획자와 전화연결이라도 시켜주고 싶을 정도로.


대학생 대상의 멘토링은 다른 방식을 찾아서라도 발전시켜볼까 한다. 나와 은재형은 뒤로 빠지고 분야별 종사자를 섭외해 관련 분야에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이어주어 멘토링. 그럼 돈은 어떻게 버나? 싶었으나 일단 의미있는 자리부터 만들고 거기에 따른 수익화를 고민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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