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카카오택시의 고객은 두 그룹으로 나뉜다. 택시 기사와 승객. 이중 택시 기사 사이드의 업무를 맡고 있어 나의 업무 파트너는 다수의 택시 기사, 운수사다. 그분들과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내가 택시를 10여년간 해봐서 아는데~불라불라" 그 말의 저의는 '너희는 택시를 안몰아봐서 모르잖아.' 그러면 난 응당 데이터로 대거리를 해왔다. 이 말의 저의는 '기사님들의 의견에는 객관적 근거가 없습니다. 보세요. 저희는 숫자로 나와요'
허나 잘 안먹힌다. 내가 아무리 정교한 수식으로 정리한 데이터를 들이민다한들 그분들에겐 현장의 경험이 자산이요, 무기며, 언어다. 그렇다고 전국의 24만명 기사님들, 그것도 대부분 환갑에 가까운 아버지뻘의 그분들께 IT의 언어를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럴수록 그분들의 언어에 대한 갈증이 생겼고, 그러기 위해선 나도 택시를 몰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공감하는 바였다. 그러던 중 얼마전 팀빌딩을 위해 진행되었던 워크샵에서 다들 의기투합하여 결심했다. 택시 자격증을 따서 택시를 몰아보자고. 특히 파트장님께서 강한 의지를 불태우시며 천명했다. 올해 안에 파트원 전원이 택시 자격증을 따야하며 떨어지는 파트원은 전원에게 점심을 쏘는 걸로.
그간의 갈증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파트원 중에 가장 먼저 자격증 원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받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게다가 진짜로 택시 운행을 할 생각을 하니 그간의 호기심은 걷히고 온갖 상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기사님의 뒷모습에서 '내가 저자리에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창밖에 보이는 행인들을 보며 '저들을 태운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라는 막연한 불안함 등등.
이런 잡념들을 떨치고 택시 운전이라는 프로젝트를 은근과 끈기로 이어 나가기 위한 장치로 글을 끄적이기로 했다. 다이어트를 하건 금연을 하건 가장 효과적으로 이어나가는 방법은 주변에 알리는 거라 카더라. 주변에 내 프로젝트를 알려 조기 중단을 막아볼 요량이다. 앞으로의 기록들은 택시 기사가 되어 택시의 언어를 체화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이다. 혹여나 중간에 중단되면 콕콕 찔러들 주시오.
편의상 본 프로젝트명을 '용기사'라 정했다.
카카오에서는 나를' Yong'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