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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의집 문지기 Dec 17. 2016

택시 자격증 따기1

정밀 적성검사

택시를 운전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하고, 자격증을 따려면 두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정밀 적성검사와 필기 시험.


웬 적성검사? 싶었다가도 누군가의 생명 담보의 업을 행하는데 이정도 장치는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적성검사는 택시운행 뿐만 아니라 버스, 화물차 등의 여객운수 종사자의 자격을 얻기 위해서 모두가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용기사 프로젝트의 첫걸음인 정밀 적성시험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 상암 운동장 근처에 위치한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 입구에는 각종 운수사에서 리크루팅(?) 나오신 관리부장님들이 미래의 택시기사 선점을 위해 촉을 세우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계셨다.

내심 '나한테 말걸고 그러면 귀찮은데...' 싶었으나 나에게 접근하는 관리부장님은 단 한분도 안계셨다. 그래서 좀더 근처를 서성여 봤으나 눈길 한번 안준다. 내가 택시할 상이 아닌가?;; 



시험장 대기실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많은 응시생들이 있었다. 풋풋한 20대부터 할아버지 연배의 어르신들까지 나이대가 다양했다. 시험을 치르는 동기야 다양하겠지만, 나를 포함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께 첫 관문인 시험이기에 대기장 분위기는 사뭇 엄숙했다. 



시험장 내 좌석마다 아케이드 게임기같은 게 놓여 있다. 이걸로 적성 검사를? 싶어 어리둥절 앉아 있으니 시험 감독관으로 추정되는 분이 들어와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본 시험은 교통안전공단에서 주관하는 적성검사로서 불라불라......."

요는 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본인이 얘기하는 대로하면 붙을 거라는 거. 하지만 꼭 탈락자는 생기니 긴장하라는. 그외에 최대한 많은 응시자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미리 줄 수 있는 팁은 시험 전에 전부 전수해 준다. 아마 운수 종사자 (특히 택시)의 숫자가 매해 급감하는 상황이라 공단차원에서 최대한 많은 이들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게 배려(?), 조치(?)를 취하는 것 같았다.


시험은 크게 적성검사와 인성검사로 나뉘었다. 

적성검사는 운전자로서의 최소한의 인지/반응 능력을 검사하는 시험으로 입사시 접할 법한 공간지각력 시험 (도형 상하좌우 돌리기 등등) 부터 신호 정지선에 맞춰 브레이크를 밟는 것 등등 아주 다채로웠다. 시험을 본다는 느낌보다 오락하는 느낌이랄까? 근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인성검사는 '인생의 낙오자라고 생각하는가?' , ' 가끔 살인 충동을 느끼는가?' 류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무난히 통과할 그런 시험이다.


전체 시험을 치르는데 대략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길다 싶겠지만 막상 시험을 치르면 시간이 휘리릭간다. 나이가 지긋하신 응시자분들이 시험 중간중간에 오작동을 해서 사이렌이 울리는 진풍경도 펼쳐지고, 어떤 이들은 시험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이유는 몰겄다..) 


시험을 다치르고 나오면 대기장소에서 바로 결과지를 받게 된다. 결과지를 받으려 줄을 섰는데 앞에 선 응시자가 상담창구 직원과 티격태격 중이다. 불합격 통보를 받았는데 본인은 수긍할 수 없다며 바로 재응시하겠다 하고, 직원은 재시험은 2주 후에나 가능하다며 돌려보내는 상황였다. 재응시를 요구하는 응시자는 최대한 빨리 취업원서를 내야한다며 재응시를 위한 선처를 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응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난감해 하는 그분의 표정에서 이 시험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다행히 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앞선 응시자의 절박함을 본 탓인지 야호!! 하는 생각보다는 이 시험, 그리고 택시 운행에 대한 내 마음가짐을 다잡게 되었다. 업무을 위해 참고차 택시 자격증을 따고, 택시 운행을 하려 하는 나와 다르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 자격증, 그리고 택시 운행이 그들의 생계라는 거.


적성검사를 통과했으니 이젠 필기 시험을 준비할 차례다.

용기사 프로젝트 1단계 미션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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