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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의집 문지기 Jan 04. 2017

어떻게든, 얼마든

스스로 돈을 벌어 볼테다.

창업할 생각은 없다. 아직.

밖은 추우니까.


그렇다고 지금 하는 일로 평생을 먹고 살 수는 없다.

언젠가는 창업이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인 시점이 올거라 본다.


직장생활을 하며 배운 것들도 많지만, 타이틀을 떼고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면 뾰족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라는 류의 푸념도 몇년째. 자조섞인 한숨짓는 것도 이젠 지겹다.


더이상 이렇게 시간만 흘려 보내고 싶지 않았다. 생각만 하며 몇년을 흘려 보냈으니, 이젠 뭐라도 저질러 본 후에 생각하기로 했다. 단, 조건은 이렇다.



첫째. 수익모델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처음부터 현금 흐름이 확보되야 한다. 어떻게든 먼저 사람을 모은 후에 BM을 붙여 돈을 벌겠다는 여타 IT사업의 로드맵이 나에겐 사치다.


둘째. 회사는 다닌다. 주말에만 딴 짓을

현재의 현금 흐름까지 위태하게 만드는 리스크를 떠안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의 커리어에 대한 만족감과 비전은 확실하기 때문에 굳이 이를 걷어차거나, 소홀해 하면서까지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셋째. 무자본 아이템.

현재 내가 가진 유무형의 자산만으로 커버한다. 투자금 노노~ 대출은 더더욱 노노~



예전에는 뭘하더라도 내 회사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으나, 회사 울타리에서 해온 업무 중에 나 개인으로 할 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난 현재 카카오택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덩치가 커도 너무 큰 사업이다. 현재 업무과 무관해도 나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일단 시작해 볼 심산이다.


회사라는 울타리를 거둬내고 오롯이 내가 가진 유무형의 자산들을 수첩에 끄적이기 시작했다. 결과는 참으로 처참했다. 나 하나만으로 경쟁력을 갖출 만한 건 없었다. 게다가 이젠 젊음이란 자산도 색을 바래고 있는 나이.

 


이런 고민으로 맞이한 2016년 마지막날. 동거남 은재형과 간만에 동네 마실을 나섰다. "형~ 나 내년엔 작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뭔가를 해볼라요. 근데 뭘할지 모르겠다오." 라는 동생의 푸념에 "넌 할 수 있어! 형이랑도 같이 재밌게 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찾아보자!" 며 은재형이 으샤으샤 모드로 받아줬다.


근처 케잌집에 들어섰다. 차고지를 카페로 개조한 이 곳엔 트랜드를 쫒아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공간도 비좁아서 4팀이 오면 꽉찰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샤방샤방한 내부 인테리어와 있는 힘껏 끼부린 푸드 스타일링에 매료된 이들은 '이게 연희동이구나' 싶은 표정을 지으며 만족해 한다.


이를 보고 있자니 괜한 자신감이 생겼다. 편하지도 않고, 그렇게 맛난 것도 아님에도 연희동이라는 장소 프리미엄과 썸띵 스페셜 (이 카페로 치면 푸드 스타일링)만 있어도 사람들은 좋아하는구나. 형이랑 내가 살고 있는 연희동 집도 어떤 식으로든 상업적(?)으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형~우리 집을 카페든 술집이든 컨셉잡아서 주말에만 장사를 하면 어떨까요?" 라고 운을 띄웠으나 은재형은 시큰둥했다. "형도 그런 생각을 안한건 아닌데, 우리집은 내부는 몰라도 외부가 너무 안예쁘고 꾸졌어."   


별론가? 그럼 뭘 해보지?

그렇게 미결의 숙제를 안고, 2017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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