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가족이랑 인도에 가서 위탁판매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그건 자살행위야."
몇달전부터 나에게 부업으로 쏠쏠하게 돈벌 수 있다며 위탁판매를 권했던 동생이 경악하며 만류했다. 네가 돈된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더 격하게 말한다.
"그건 부업으로 할 때 얘기지. 부업으로 해도 2~3년 정도 시간은 투입해야 전업으로 할만큼 안정적인 수익이 생기는거야.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아닌가? 내가 잠시 미쳤던건가 싶어 알겠다고 하고 대화를 마쳤다. 돈버는 방법이 위탁판매 뿐이랴 라며 다른 수익원도 알아보자는 생각에 대학 선배 중 인도 주재원으로 7년간 근무하고 들어온 광희형을 찾아갔다. 인도에 일거리가 있나요? 묻자
"지금 네 상황에 주재원이나 현지 채용은 쉽지 않을거고, 현지에서 자영업하는 한국 가게를 노려보면 되지. 거긴 항상 일할 사람이 없거든. 근데 거기 일이 한국에서의 커리어랑은 무관하고 주로 몸쓰는 일인데 괜찮겠어? 그런 일은 아주 많아서 넉넉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생계는 유지할 수 있어."
필요하다면 몸쓰는 일도 마다하고 싶지 않았다. 커리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우려에 대해서는 내가 선택한 일들은 나중에 어떻게든 연결될 거라 봤다. 커넥팅닷이랄까? 일에 대한 기준을 내려 놓는다면 어떻게든 인도에 가서 기본 생계비는 벌 수 있겠다는 하방을 확인하니 선택이 명료해졌다. 이론상으론 인도에서도 넉넉한 수익을 낼 수 있어 보이는 온라인 위탁사업을 전업으로 1년간 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인도 현지에서 일거리를 찾아보자고 생각했다.
다시 동생에게 연락했다. 형이 인도가기 전에 먼저 한국에서 너한테 위탁판매를 배우면서 1년간 위탁 사업을 운영해 보겠다. 그리고 1년 뒤 성과에 맞춰서 어떻게 할지 결정할테니 네가 형에게 위탁판매 밀착코칭을 해주라 부탁했다. 내가 빈말로 던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던지 동생이 말했다.
"알았어. 내가 알려주면 어떻게든 1년 안에 월수익 300만원까지는 안정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어. 그 이상은 형의 몫이야. 그리고 이게 유통업이라서 결국 돈을 굴리는 거라 매출이 커질수록 현금 유동성 압박이 엄청날텐데 형이 이 스트레스 감당할 수 있겠어?"
이미 몇년전에 창업했던 법인의 서비스 종료와 법인파산까지 겪으며 현금 고갈에 시달려 봤던 내게 쇼핑몰의 현금 유동성에 대한 압박이 대충 가늠이 되었고,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인지 알기에 내가 감당할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니까 불안한거지 알면 그대로 받아 들이면 된다.
한편으론 동생도 했는데 나도 못하랴? 는 생각도 있었다. 원래 가족이 하는 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착시를 불러온다고 하지 않던가. 6살 차이나는 동생이기에 나에겐 애기같은 녀석도 위탁판매로 돈을 버는데 내가 못할까라는 손윗사람의 근거없는 자신감이랄까. 동생의 사업규모와 수익을 알기에 대략적인 기대 수익이 예측가능했고, 이 정도면 인도에서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은 없겠다 판단했다.
어느 정도의 계획이 서자 아내에게 다시 얘기했다. 우리 진짜 인도로 가서 살아보자. 넌 거기서 요가 공부 원없이 하고, 우리 딸은 세계를 경험하는 기회가 될거야. 돈버는 건 내가 생각해 둔 게 있어. 라며 온라인 위탁판매 도전과 플랜B로서 인도에서의 돈벌이에 대해 전했다. 아내는 그러자고 답했다. 본인의 요가 수행 때문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에 대한 동의였고, 이를 도전하는 나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이 맞았는지 나중에 아내에게 다시 물어봐야겠다)
그러면 인도의 어느 도시로 갈지 정해야 했다. 가장 큰 기준은 아내가 요가를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춘 곳이였기에 아내가 며칠간 찾아보고선 푸네(Pune)를 제안했다. 푸네 대학교에 요가 대학원이 있었고, 여기에 2년의 석사 과정이 있는데 커리큘럼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이 대학원의 석사 과정을 보니 매년 7월에 학기가 시작된다. 이걸 확인할 당시가 2025년 1월였으니 내가 한국에서 위탁판매를 연습하고 자리를 잡기 위한 1년여의 시간을 고려했을 때 2026년 7월에 입학하는 타임라인이 만들어졌다. 그럼 대략 2026년 6월에 인도에 이사가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1년 내에 위탁판매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면 부업이 아닌 전업으로 뛰어들어야 했다. 그래서 당시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마지막 출근날 퇴근길에 어머니 집에 들렀다. 전화로 전하기엔 큰 결정였기에 직접 뵙고 말씀을 드렸다. 내 말을 들으시곤 어머니는 아들놈이 지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냐는 표정을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처자식도 있는데 이젠 좀 안정적으로 살면 좋으련만" 라며 반대하셨다. 어머니가 나의 결정에 처음으로 반대하셨다. 나 뿐만 아니라 며느리와 손녀가 처할 불안정한 환경에 대한 우려였다. 좀더 고민을 해봐라 가더라도 회사는 천천히 그만두라는 첨언에 저 오늘 퇴사하고 왔어요. 라고 답하자 할 말을 잃으셨다.
같이 식사자리에 있던 동생이 내편을 들어줬다. 본인이 위탁판매를 가르쳐주면 될거다. 너무 걱정마시라. 두 아들이 같이 얘기하니 어머니는 내키지는 않으셨지만 열심히 배워봐라 말씀하셨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동생과 마주 앉아 온라인 위탁판매 첫번째 멘토링 세션을 시작했다.
"형, 앞으로 여러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내가 하라는대로만 해."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