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 면회가 허용되었다. 조건은 있다. 일주일에 한 번 2인 한정으로 미리 방문 예약을 해야 한다. 동생과 엄마가 첫 면회를 하고 오늘은 나와 엄마가 아버지를 만났다.
면회라는 게 투명 비닐을 마주하고 앉아 얼굴을 보고 얘기를 할 수 있을 뿐 만질 수도 없다. 더구나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라 눈만 보일뿐이다.
"마스크 때문에 아버지 얼굴이 안 보여." 했더니 아버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스크를 턱으로 내렸다. 마치'내 딸이 얼굴 보고 싶다는데 그까짓 거 못하겠나' 하듯이 말이다.
다행히 아버지 얼굴은 맑은 빛이 돈다. 햇볕을 못 봐서 그렇겠지. "아버지 얼른 마스크 써." 하고 말하면서도 빠르게 아버지 사진을 찍었다.
패딩점퍼에 도톰한 운동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은 아버지는 손이 시린 듯 양손을 자꾸 비빈다. "아버지 추워?"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면회 장소가 출입구 가까운 곳에 비닐로 막은 공간이라 침대 밖으로 나온 손이 서늘했던 것 같다. 옆에 서 있던 사회복지사가 얼른 무릎담요를 가져오더니 허리춤에 둘러준다.
한때 우뚝 솟은 높은 산처럼 보이던 아버지의 모습이 누구나 품을 수 있는 작은 모습이 되어 눈앞에 앉아있다. 무슨 말을 할까. 더 이상 집에 가자는 말을 하지 않는 아버지. 햇볕이 닿지 않은 아버지의 맑은 얼굴. 희망을 놓은 아버지의 무심한 눈빛이 비수가 되어 마음에 박힌다.
'화장실만 혼자 가실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매일 고니(강아지) 똥을 치우면서 아버지 똥은 못 치우는 못난 딸은 자꾸 핑계를 만든다. 아버지도 엄마도 나도 뭐 그리 신난다고 할 말이 많을까. 그저 아련하게 눈빛만 보낼 뿐이다.
"이거 아버지 간식으로 챙겨 왔어요." 챙겨 온 음식을 복지사에게 들려주곤 뒤도 안 보고 돌아서 나왔다. 예전에 남편도 이런 마음이었겠지. 남편은 입대하던 날 뒤도 안 보고 단숨에 연병장으로 뛰어들어갔다. 한참 후에 남편이 말했다. "돌아보면 눈물이 날 거 같아서.."
"아버지 얼굴 좋아 보이네."
가족 단톡 방에 아버지 사진을 올렸더니 오빠의 글이 올라왔다. 내 눈엔 희망을 잃은 아버지 눈빛이 보이는데 오빠 눈엔 아버지의 뽀얀 피부가 먼저 들어왔나 보다. 확실히 살짝 야윈 아버지의 얼굴은 좋아 보인다.
아버지의 사진을 보다 문득 세상의 모든 부모님은 자식을 위해 살아있어야 한다고,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