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홍수가 잦고 그 피해도 점차 커지고 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를 폭우 이래 작년에 강남이 난장판이 되었고, 이번에 중소 도시에 참사라 부를 만한 일들이 비로 인해 발생했다. 호화스러운 도심이 물에 잠기고 자동차는 헤엄을 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최첨단 교통 시설과 장비가 먹통이 되는 순간을 대하면서 시민들은 스스로 무력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디어는 허둥대는 시민을 화면에 잡고 피해당한 이들을 인터뷰하느라 바빴다,
뉴스는 무력감과 놀란 표정, 한숨을 담기에 바빴다. 하지만 왜 다시 10여 년 만에 이 난리인지 세심히 따지지는 않았다. 강남 스타일로 전 세계에 최첨단 도심임을 자랑한 그곳이 왜 큰 비 앞에선 난장판이 되는 이유 설명은 아꼈다. 대통령과 행정력이 잘 대응했는지 아닌지 따지기는 했으나 왜 다시 홍수로 난리인지는 묻지 않았다.
썩 만족스럽지 않은 홍수 보도로 넘쳤지만 일부 보도는 민첩함이나 영리함으로 눈길을 끌었다. 유격분리터널을 설치했음에도 여전히 배수 시설이 부족했다는 설명을 내놓은 보도도 있었다. 강남 지역이 저지대라 상습적으로 침수될 조건에 놓여 있다는 해석 보도도 나왔다. 도심 지하에 빗물을 통과시킬 시설이 최대량에 미치지 못하게 설계된 탓이라는 지적도 했다. 재난을 대하는 일은 이렇게라도 조금씩 나아지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잘 만들어진 재난보도는 사회로선 큰 자산이다. 재난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역할은 물론이고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언론사는 재난 보도준칙을 만들고 신중하게 보도하려 한다. 하지만 사회나 시민에 도움이 될만한 보도를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홍수와 같은 자연재난은 복잡성을 그 주요 특성으로 할 만큼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이다.
도시가 겪는 재난을 잘 보도하기 위해서는 중요 전제가 필요하다. 도시가 어떻게 건설되어 있는가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도심 아래에 깔린 유격분리터널, 배수시설, 공동구, 하수관, 배수암거, 우수배수펌프시설 등에 대한 충분한 지식 없이는 폭우 피해 등을 제대로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 도시를 지탱하는 기간 시설을 숙지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설명이 불가능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도시를 지탱하는 기둥인 그 시설을 잘 파악해야 재난도 설명이 가능해진다.
도시를 지탱하는 기간 시설 등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도시 문해력(Literacy)’이라 부를 수 있다.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문해력이라 한다면 도시 문해력은 도시를 지탱하는 기간 시설을 잘 읽어내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능력이라 규정할 수 있다. 도시 문해력이 바탕이 되지 않는 도시 재난 보도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가 어떻게 유지되고, 도심의 지하에는 무엇이 깔려 있고, 배수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며, 도시 재난 대응을 위한 시민의 활동지침은 무엇인지 등을 담은 도시 문해력을 갖추어야 제대로 된 재난보도가 가능해진다.
도시 문해력은 도시 재난보도 담당자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보도의 이용자도 갖추어야 할 능력이다. 높은 도시 문해력을 갖춘 이용자가 전제되면 재난 보도의 수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시민의 도시 문해력이 도시 재난보도의 질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도시 문해력의 소중함은 재난 보도 수준에만 그치지 않는다. 도시 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평가 등과 같은 높은 경지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도시 문해력은 도시민들이 살아갈 생활 방식까지 변경시킬 힘을 갖기도 한다.
매일 도시의 땅을 밟고 지나면서도 그 발아래 무엇이 있는지, 머리 위에는 뭐가 설치되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사는 것 자체가 재난이다. 도시에 대한 무지를 깨고 도시 문해력을 바탕으로 도시에서의 삶을 더 윤택하게 사는 일, 그건 시민의 의무이며 권리다. 도시와 관련된 건설, 건축, 행정, 계획 모든 영역에서 도시 문해력을 대중에게 펼치는 노력을 경주하길 기대한다. 도심 홍수로 인한 난장판 속에서 도시 문해력의 소중함이라도 하나 건져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