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광고 스타 마켓팅의 폐해
배우 김수현이 최고급 아파트라는 하이엔드 아파트를 세 채나 샀다는 기사가 떴다. 그 기사 시작 글 다음에 그 아파트가 자리 잡은 동네가 ‘투자 성지’라며 이어간다. 아이돌 그룹의 아무개도 이미 거주하고 있고, 특정 엔터사 소속의 누구도 곧 입주한다는 스토리가 광고가 아니라 버젓이 기사 형식으로 떠 돈다.
국민 MC라는 한 개그맨의 하이엔드 아파트 이사 소식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언론의 역할을 배신하며 그 아파트 소개에 열심이다. 광고를 능가할 정도로 기사는 노골적으로 아파트 내부를 칭송하고 그 편의성을 추앙하고 있다.
사업을 벌이는 측에서는 누구든 스타를 활용하는 이른바 스타 마케팅의 유혹에 휘둘린다. 건설업도 예외는 아니다. 더구나 건설 불황이라는 악재를 만난 시점에서 뭐든 다 해볼 참에 그 유혹을 쉽게 떨치지 못한다. 스타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는 단순한 비즈니스 기법을 뛰어넘어 스타와 사업, 정보를 한데 버무리는 첨단 수법에 선선히 손을 내민다.
스타 마케팅은 사업자로 봐서는 당장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사업 수단이다. 스타는 일정 인구층을 몰고 다니는 현대적 의미의 토템이다. 숭배까지엔 이르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팬층을 끌고 다니는 존재다. 특정 사업에 세상의 눈길이 쏠리게 하는데 그 만한 기법이 흔치 않다.
만약 스타가 인간적인 신뢰까지 담고 있는 존재라면 그 마케팅은 십중팔구 성공의 반열에 들어선다. 사업자와 메시지 생산자는 손 놓고 지불할 돈을 들고 기다릴 뿐이니 떠 받들만한 기법으로 보인다.
세상엔 좋기만 한 약은 없다. 약과 독은 어원적으로 보더라도 상통한다. 스타 마케팅이 고비용의 기법이라는 점 말고도 위험 요소는 차고 넘친다.
첫째 리스크는 정직성과 관련되어 있다. 스타가 하이엔드 아파트 이야기에 동원되는 순간 ‘뒷 광고’에 대한 의심은 곧바로 이어진다. 멋진 곳을 구매하여 그 안에서 편의를 누리는 스타에 대한 동경과 함께 뒷거래에 대한 의구심은 동시에 출렁인다. 약과 독의 관계처럼 성공하는 비중만큼 의심 정도가 커지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건축업은 늘 구리다는 믿음은 그래서 놀랄 만큼 견고하고 지속된다. 스타 마케팅은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두 번째는 연예인 자체가 갖는 리스크와 연관되어 있다. 연예인도 생활인인 만큼 온 세상의 눈초리 안에 갇혀 있다. 늘 좋은 일로만 세상을 살아가진 않는다. 다투기도 하고, 룰을 위한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좋은 일이 있다가도 또 쓸데없는 일에 휘둘리기도 한다.
세상 사는 모든 생활인이라면 시한폭탄 같은 삶을 피할 순 없다. 힘들게 연예인의 좋은 이미지와 멋지게 스토리로 연결해 둔 건축 상품이 동반 낙마할 가능성은 늘 열려 있는 셈이다. 그래서 스타 마케팅은 위태위태함을 따르는 조바심의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세 번째 리스트는 스타 마케팅의 편리함과 관련되어 있다.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이 고비용이지만 손쉬운 프로젝트다. 그런 탓에 건축업의 자기 성장을 가로막을 위험성을 안고 있다. 건축만이 갖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개발에 손을 놓게 될 위험성이 크다는 말이다.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가 스타에 지배당하면 자연스레 건축물 자체에 대한 언급을 준다. 당연히 건축을 이야기하는 방식의 개발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건축물에 붙는 멋진 스토리 텔링은 주로 개인 주택이나 소형 건물과 어우러지고 있다. 하이엔트 아파트나 거대 건물을 재미나게 이야기하는 예를 찾기란 힘들다. 그를 이야기하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거나 제대로 시도하지 않는 탓이다. 스타에 기대는 만큼 모험적인 스토리텔링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괜한 기우는 아니다.
하이엔드 아파트와 같은 고급 상품을 내놓는 측이 스타에 기댄 빈약한 건축 담론을 내놓는 일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누군가는 건축 담론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바 선도할 자산을 가진 쪽이 먼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이미 작은 건축물에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줄을 잇고, 그를 반기며 섬기기까지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그런 덕에 여기저기에 의미 있는 건축 시도가 이뤄지기도 한다. 반면 이미 한국인의 일상 안에서 빼려야 뺄 수 없는 거대 아파트, 재건축,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하이엔드 아파트에 관련된 이야기가 공들여 만들어진 흔적은 없다. 지금껏 스타 마케팅에 의존해 온 그러나 비교적 큰 손인 쪽에서 새로운 노고를 펼칠 것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