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산업재해와 공공성

산재방지에 공공성의 옷을 입히자

by 원용진

산재 왕국이라는 오명


산업재해 사망률 최상위권. 대한한국이 떠안은 잘 알려지지 않은 오명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828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424명이 건설 현장에서 숨졌다. 하루 평균 약 1.5명이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산업재해는 언제 어디나 널려 있다

건설업이 산업재해 왕국이란 오명의 한복판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도면 산업재해를 막는 일은 건설 산업이 절체절명의 과제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개인의 실수나 불운이 그 원인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제도적 실패와 구조적 문제로 제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의제를 마주한 지는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럴 때마다 사업주와 현장 책임자들은 비용 탓을 댔다. 딴소리를 널어놓기 일쑤였다. 추락 방지망, 안전 난간, 보호구 지급, 안전 담당자 확충 등의 모범 답안을 받아 들고도 재정 부담을 키운다며 미적댔다. 특히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큰 변명거리였다. 비용을 줄여 낮은 낙찰가에 맞추려다 보니 안전을 늘 뒷자리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 같은 태도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여러 사례나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안전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여기는 인식 전환이 오히려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실례가 늘고 있다. 안전 투자가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신뢰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결론은 상식화되고 있다. 인식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여러 사례가 전해주고 있다.

산재는 공공성으로 풀어야


사업주와 현장 책임자의 인식 전환이 성사되기 위해선 해결되어야 할 전제가 있다. 생명 보호를 위한 재해 방지의 근본 성격을 꼼꼼히 따지는 일이다. 책임과 관련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산업재해 방지는 단순히 기업의 책임으로만 마무리되어선 안 되는 사안이다. 그야말로 공공적 성격을 담고 있는 온 사회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산재와 관련해서는 기업만큼이나 국가도 그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순 없다. 공공성과 연결하는 인식 전환이 급선무라는 뜻이다.


산재방지는 온 사회의 과제다

그 같은 공공성 전제 아래 이미 여러 선진 사회에서는 산재 방지를 위한 공적 지원과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 왔다. 일본은 국가와 기업이 ‘무재해 운동’을 공동으로 펴 산재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었다. 독일은 업종별 <산업안전보험조합(BG)>을 통해 데이터 공유와 비용 공동 부담이라는 구조를 만들었다. 영국은 <산업안전보건청>에서 산업 재해에 대한 연구, 조사, 교육을 실시해 예방 조처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 사회는 산업재해가 온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며 공공성을 높여 왔다.


우리도 유사한 제도가 없진 않다. 하지만 제도의 밑바닥에 깔린 제도 철학에선 차이를 보인다. 산업재해를 공적인 문제로 파악하는 인식은 여전히 미미하다. 제도의 성패 여부를 기업에 몰아버림으로써 그 의제를 사사화하고 있다. 국가나 공적 제도는 명령 내리고 기업은 명령의 객체로만 존재하며 오롯이 그 책임을 다 껴안는 행태가 반복된다.


함께 감당해야 할 과제


산업재해 방지를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건설 기업이 함께 감당해야 할 공적 영역임을 인식해야 한다. 산업재해는 대통령 개인의 의제이거나 산업만의 의제임을 넘어 우리 모두의 의제라는 굳건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구체적인 공적 지원과 제도적 장치의 강화가 가능해진다.


우리 모두의 의제로 만드는 인식 전환이 있어야만 이미 제시된 모범 답안을 실행해 나갈 수 있다. 소규모 업체나 하도급업체의 안전설비 교체와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비용을 국비·지방비로 부분 보조하는 일. IoT 센서, 드론 점검 등 첨단 안전기술을 정부 차원에서 개발·보급하여 업체의 부담을 줄이는 일. 산재보험료 차등제로 안전관리 우수 기업에 편의를 제공하는 일. 국가와 지자체 발주 공사에 ‘안전 최우선’ 기준을 적용하는 일. 이 뻔한 과제들의 출발점은 산재 방지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어야 한다.

employment-health-and-safety-update.jpg?rmode=pad&width=1170&v=1dae40daa6b08a0 산재방지, 다 같이 풀어나갈 문제다

정부도 그동안 공공성 제고에 관심을 보이긴 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2023년 국토교통부의 <건설안전혁신대책> 등이 그 증거다. 아쉽게도 여전히 처벌에 더 방점이 찍혀 있고 기업 책임에 무게가 쏠려 있다. 산재 방지를 공공화하는 데까진 이르지 않고 있다.


거듭 말하자면 안전은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다. 안전한 현장은 효율이 높고 숙련 인력이 더 머물게 하고 국제 발주에서 경쟁력을 갖게 하는 자산이다. 그 자산 관리는 당연히 국가의 지도력과 협력을 바탕 삼아 개인 기업과 근로자가 실행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곧 산업재해관리의 공공성의 핵심이다.


비용 대 안전이라는 낡은 구도 탈피할 때


“비용 대 안전”이라는 낡은 구도를 끝낼 때가 지났다.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국력과 문명의 척도다. 아울러 한국 산업 특히 건설업이 세계적으로 신뢰받게 만들 중요 자산이다. 모처럼 사회적 의제로 등장한 산업재해 논의가 일방적인 국가 지시 하달의 사건으로 마감되어선 안 된다.


모처럼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산재 방지에 공공성의 옷을 더 두텁게 입힐 필요가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생명 우선 경제’로 전환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건설업이 모범적 공공성 챙겨내고 그를 온 사회에 전파할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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