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소소한 하루
아침에 눈을 뜨니 7시 10분을 향해가고 있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각이지만 나에게 남은 시간은 20분이 채 남지 않았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 아침, 부산의 예상 일출시간은 7시 29분.
찰나의 순간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그래도 나의 선택은 해돋이였다.
조금 빨리 걸으면 어둠을 뚫고 수평선 너머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그렇게 서둘러 옷을 갈이 입고 집을 나섰다.
10여분을 걸어 광안리 해변에 다가서자 조금씩 붉게 물든 바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젊음과 흥이 넘치던 곳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순간 모두가 숨 죽여 고요의 찰나에 빠진다.
길을 가던 사람들도 고개를 들어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경건해지고, 이미 모래사장에서 태양을 기다리던 연인들은 손을 잡고 서로의 작은 소망을 담아 기도한다.
나 역시 단출하지만 많은 의미를 담아 간절히 기도해 본다.
짧은 기도와 사진을 찍다 보니 태양이 금세 바다 위로 솟아 올라섰다. 그리고 어둠을 물리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는지 어제의 태양처럼 하늘에 그저 둥실둥실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매해 새해가 되면 수많은 인파 속에 파묻혀 해돋이를 즐겼다. 그리고 다 같이 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마 한 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다 보니 내 소원은 매년 누락된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남들보다 일주일 빠른 해돋이와 소원을 빌어보는 전략을 시도했다.
더군다나 로또 1등 당첨 같은 허무한 소망도 아니고 기도하던 사람들도 적으니 올해는 충분히 들어주실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니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왠지 가볍다.
그리고 2023년에는 정말 좋은 일이 가득할 것 같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