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버지의 편지, 그는 슈퍼맨이 아니었다.

오늘도 내 감정은 근무 중

by onseol

아들아 고맙다.

세상에 많은 풍파가 우리를 힘들게 했어도 너와 나는 함께 35년 동거 동락하며 마음으로 생각하고 인내하며 오늘 여기까지 왔다. 이제 영원한 동반자와 행복의 문을 열고 네가 있을 자리로 간다.

인생은 행복을 추구하며 개척해 나가는 정신이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서로 사랑해라.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는 것이다.

내가 병들기 전에 아프지 말고 내가 죽기 전에 내 곁을 떠나지 마라. 또한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을 버리지 말아라. 영육 간에 강건하고 삶이 풍요롭고 행복하길 날마다 기도할 것이다.

사랑한다 아들아!


2012. 4월의 어느 날



집을 정리하며 봉투에 담긴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결혼식 날 아버지가 나에게 쓴 편지였다. 언제 받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던 편지.

한 자 한 자 자신감 넘치는 강한 필체지만 한 줄 한 줄 지날수록 흔들리는 글씨를 통해 그 순간 심정이 느껴졌다.

천천히 읽어나가는 나의 눈엔 어느새 슬픈 감정이 밀려왔다.

그날 나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남자였다. 자신감이 넘치는 초원의 야수처럼 레드 카펫을 행진했었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 한 남자의 슬픔을…

집안을 이끌어 나가는 가장인 그가, 사랑하는 아들을 보내며 행복 가득한 웃음을 보인 그가, 쓸쓸히 혼자 남은 방구석에서 눈물을 추스르며 슬퍼했다는 사실을...

신혼여행에서 돌아오기까지 몇 날 며칠을 슬픔에 빠져 있었다. 며느리와 아들에게 환한 웃음을 보이며 반겨주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은 우울증이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나는 전혀 몰랐다. 밤마다 슬퍼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나의 기억 속에 그는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으니…


어쩌면 아버지는 내심 알아주길 원하셨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떨어져 있어도 조금은 더 관심을 가져 줄지도 모르니…

아니면 끝까지 모르길 바랐을 수도 있다. 언제나 한 집안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강한 가장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 여린 아버지니까…


어른이 되고서야 알게 된 사실 하나. 아버지는 결코 슈퍼맨처럼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저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기에 그런 척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아버지여.

당신은 슈퍼맨처럼 강하고 싶겠지만, 당신도 그저 나약한 인간임을 잊지 마시길...

그러니 기쁘고 즐거울 땐 마음껏 웃고, 슬프고 힘들면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지구인이 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