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CTO Adam D'angelo, 그리고 Quora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그 사실 코딩 잘 못해
얼마전 내 SNS 타임라인에서 많이 공유된 기사 제목이다. 기사 내용을 자세히 보면 우리가 항상 천재라고 이야기 하는 주커버그 개발 실력은 실제로는 3등급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유치하지만 누가 1등급 개발자인가?
주커버그의 코딩 실력은 한 QnA 사이트에서 그가 어떻게 코딩 천재가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서 밝혀졌다. 이 사이트는 주커버그의 코딩 능력을 3등급인 “그린” 레벨로 표시하고, 페이스북의 전 CTO인 Adam D'Angelo은 가장 높은 등급인 “레드”를 받았다.
이 어마어마한 천재들의 실력을 평가한 사이트는 Topcoder이다. Topcoder는 일종의 개발능력을 테스트하는 사이트인데, 테스트 참여자는 알고리즘 관련 문제를 빠른 시간안에 풀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기사에 소개된 페이스북 전 CTO Adam D'Angelo(탑코더 ID: dangelo)는 가장 높은 Red 등급인데 현재 평점은 2351점이다. (가장 높을 때는 2448점이었다고 한다) 자세히 모르겠지만 이정도면 개발실력이 엄청 뛰어난 클래스라고 한다.
Adam D'Angelo는 마크 저커버그 고등학생 동문으로, 그는 학창시절에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Synapse Media Player을 개발하였다. Synapse Media Player는 마크 저커버그가 기존 뮤직 플레이어에서 본인이 느꼈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기존 윈엠프와 같은 뮤직 플레이어는 사용자가 직접 플레이 리스트를 선택해야 했지만, 마크 저커버그는 이에 불편함을 느끼고, 사용자 평소 패턴에 맞게 플레이어가 알아서 곡을 추천해주는 플레이어를 바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이미 마크 저커버그는 사업가다운 기질을 보였던 것 같다.
이때 Adam D'Angelo도 같이 Synapse Media Player를 만들었다고 한다. 마크 저커버그와 Adam D'Angelo 기여도가 각각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일종의 머신 러닝과 같은 고급 알고리즘은 Adam D'Angelo가 맡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Synapse Media Player는 그 후 마이크로소프트, AOL과 같은 당시 테크 자이언트로부터 인수 제안이 올 정도로 인정을 받았는데, 인수 조건 중에는 인수회사에 2년 재직하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마크 저커버그와 Adam D'Angelo는 인수 보다는 대학진학을 선택했다.
이후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대학 심리학과에, Adam D'Angelo는 칼텍에 입학했다. 칼텍 진학 후, Adam D'Angelo는 International Topcoder Collegiate Challenge 파이널 리스트에 올라가 경쟁을 할 정도로 프로그래머로서 두각을 나타났다.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 포브스에서 만든 어떤 리스트에도 선정될 정도로 그는 전도유망한 개발자로 성장하고 있었다.
칼텍 재학시절인 2004년, 그는 마크 저커버그의 호출로 페이스북 초창기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페이스북에서 마크 저커버그와 재결합한 Adam D'Angelo는 플랫폼, 데이터팀, 프로덕트 디자인, 아키텍처, 그리고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였고, 2006년에는 페이스북 CTO가 된다.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페이스북의 고속 성장을 이끌어 온 Adam D'Angelo는 2008년, 페이스북 퇴사를 결심한다. 페이스북에서 본인이 책임지어야 했던 다양한 업무 스펙트럼에 지쳤던 것도 퇴사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페이스북이 플랫폼 수준에서 어느 정도 안정화를 이룬 상황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더 높은 동기를 추구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2010년 Adam D'angelo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퇴사 이유를 직접 밝혔다.
당시 페이스북은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회사였기 때문에 자신이 더 이상 없어도 될 것이라고 판단했고, CTO로서 페이스북 플랫폼을 최적화 하기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었다.
Adam D'angelo가 퇴사한 뒤 당시 페이스북은 한동안 CTO 포지션은 없애고, Adam D'angelo가 맡았던 업무를 분배했다고 한다. (마크 저커버그의 친구를 향한 respect 표현? 믿거나 말거나).
Adam D'angelo는 2009년에 페이스북 초창기 멤버였던 Charlie Cheever(구 페이스북 플랫폼, 페이스북 커넥트 멤버)와 함께 QnA 서비스 Quora를 런칭했다. Quora는 시작부터 달랐다. 창업 초기부터 IT업계 유력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흥행했다. 마크 저커버그, 마크 앤드리센, 프레드 윌슨, 영화배우이자 스타트업 엔젤투자에 관심이 많은 에시튼 쿠처가 Quroa의 초반 흥행을 이끌었던 주요 인물들이다. 심지어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어떤 스타트업을 인수하면 좋은지를 Quroa를 통해 질문했으며, 실제로 답변 중에 나온 스타트업 Nextstop을 인수했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이다. 어쨌든 Quora 성장 스토리를 논할 때 초기 IT셀렙의 참여는 빼놓을 수 없다.
알다시피 기존 QnA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답변의 퀄리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네이버 지식iN에 올라온 대부분의 답변 마지막 줄에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링크 (십중팔구 홍보 링크다.)를 클릭하라고 적혀있거나, 단답형 또는 외부에서 복사해서 붙여놓은 답변의 비중이 매우 높다. 이는 QnA 서비스 유저의 다수가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주는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답변을 달면 서비스로부터 부여 받는 포인트(나중에 현금 혹은 상품으로 교환 가능한)를 얻기 위해 활동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외국 상황이 크게 나은 건 아니다. 유명 QnA 서비스인 Yahoo! Answers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바 없이 단답형 답변과 각종 홍보 URL이 난무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Quroa 목표는 간단하다. 양질의 질문과 답변을 보유한 '지식(knowledge)' 그리고 '정보(inforamtion)'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Quroa는 IT서비스를 많이 이용해본 사람에게 익숙한 소셜 북마킹 서비스 reddit이나 Cha Cha 같은 서비스를 섞어 놓은 느낌이다. Quroa는 질문과 답변 기능이 있고, 좋은 답변을 가리기 위한 투표 기능이 있다. 특이한 점은 답변 못지 않게 좋은 질문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데, 질문이 가능하면 정형화된 형태가 될 수 있도록 질문 작성시 아래와 같은 가이드 라인을 제공한다. Quora에 대한 자세한 사용법은 오래된 영상이지만 mashable이 초창기에 만든 가이드 영상(링크)을 참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Quora를 처음 사용했을 때 충격 받았던 점은 topic을 follow한다는 개념이었다. 요즘이야 해시태그까지 follow하는 시대라 이런 기능 및 개념이 생소하지 않지만, 2010년 당시만 해도 topic과 같은 관심사(interest)를 follow한다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고, Quora가 처음으로 이를 서비스답게 구현했었다.
Quora의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사람들이 '명성'(reputation)에 갈구하고 있다는 점을 정확히 간파한 서비스라는 것이다. Quroa는 사람들이 특별한 보상이 없어도 명성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예상했고, 이는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이미 Quroa처럼 '명성'이란 요소를 잘 활용해 성공한 서비스가 있다. stackoverflow가 그 주인공이며, 개발자 커뮤니티의 대표적 QnA 및 정보 공유 서비스가 잘 알려져 있다. stackoverflow는 명성에 따라 가입자에게 기능에 대한 권한(ex: 댓글 권한, 투표 권한, 광고 노출 빈도 감소, 다른 가입자 콘텐츠 편집)을 부여했다. stackoverflow 사용자들은 투표를 많이 받고, 높은 권한을 획득하기 위해 양질의 답변을 달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GitHub와 함께 stackoverflow 프로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이력서 및 포트폴리오를 대체할 정도로 stackoverflow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인정받는 플랫폼으로 안착을 했다.
stackoverflow가 IT개발이라는 버티컬 영역에서 사람들의 '명성'을 자극했다면 Quora는 보다 넓은 관심사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명성을 관리하기 위해 답변을 달기를 유도했다. Adam D'angelo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명성을 위해 또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많은 동기를 얻는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어떤 Quora 유저는 특정 토픽에서 열심히 활동한 덕분에 링크드인 및 메일을 통해 팬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전문가로 인정 받고 싶은 니즈가 있었지만 페이스북, 트위터, 기타 QnA 서비스에서 이와 같은 니즈를 해소하기에 부족함을 느꼈던 것 같다. 다음은 Quora에 올라온 "What are the benefits of establishing a good reputation on Quora?"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왠지 그럴싸하다.
Reputation is the currency of the Internet.
Quora에는 스타트업 진영 가입자가 많아 해당 분야 중심의 콘텐츠만 있을 것 같지만, Quora측 이야기에 따르면 실제 서비스 내에서 논의되는 토픽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아래는 Quroa에서 100개 이상의 좋은 질문이 나온 토픽을 기간별 그래프로 표시한 것이다. 2011년 중반과 비교했을 때 2013년 말 토픽 숫자가 네 배 이상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아래는 2013년 기준으로 Quora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주제와 주제간 상관도를 나타낸 그림이다. 예상대로 스타트업, 투자, 구글, 페이스북 같은 IT 관련 토픽이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육아, 교육, 건강, 여행, 역사, 경제, 음악과 같은 주제들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음악에 관련된 많은 QnA가 흥미로웠었다.
Quora는 이렇게 사람들이 특정 토픽에서 자신의 명성을 알리기 위해 정성껏 작성한 하이 퀄리티 '지식'과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Quroa는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어떤 콘텐츠가 가치가 높은지 판단하고, 어떤 사람이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인지 매핑하고, 그리고 어떤 콘텐츠가 discovery 관점에서 누군가에게 연관성이 높은지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Quora를 사용해보면 답변 퀄리티나 추천이 지상계 최강임을 느낄 수 있다. 꼭 직접 경험해보시기를!
Quora 성장은 초기 Adam D'Angelo의 인맥이 그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초반에 그가 초대한 사용자가 워낙 IT거물이었고, 이들이 다시 초대한 사람 역시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였기 때문에 크게 입 소문이 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2010년 정식 오픈 할 때 테크크런치 기사를 통해 처음 Quora를 접했는데, 워낙 해외 IT언론에서 대서특필(?)하길래, 이거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 지인들과 함께 Quroa를 사용해보고, 테스트하고, 버그도 재현하면서 나름 즐거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어쨌든 Quroa는 IT셀렙(?) 중심으로 시작하여 빠르게 얼리어답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Quora는 2013년 1월에 블로깅 플랫폼을 발표한다. Quora 블로깅 플랫폼은 마치 세미나보다 강의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능인데, Adam D'Angelo는 블로깅 플랫폼 기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금 Quroa는 많은 질문과 답변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질문-답변 구조가 지식(knowledge)를 위한 완벽한 포맷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Quora는 정보 및 지식을 위한 최종 종착지가 되고 싶다. 그런 면에서 Quora는 자신들의 유저베이스를 넓히기 위해 필요한 어떠한 기능도 만들 준비가 되어 있다" Quora는 성장 관점에서 새로운 유저 베이스를 확보하기 위해 블로깅 플랫폼을 런칭한 것이다.
Quora 성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인도이다. 실제로 Quora는 인도 사용자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2013년 5월 기준으로 Quroa 인도 사용자 비율은 약 40%라고 밝혔다. 그럼 Quroa는 인도에서 왜 인기가 있는 것일까?
유추해보기로 초기 IIT와 같은 공대 얼리어답터 중심으로 확산이 되었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그리고 인도 사람들은 토론을 좋아하는데, Quora는 인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테크, 비즈니스, 헬스와 같은 토픽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인도는 아이폰 보다 안드로이드 보급율이 높은데 Quora가 안드로이드앱을 제공하는 점도 인도 유저베이스 확대에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이밖에 어떤 인도 사용자는 Quora가 페이스북 계정 통합 기능을 보이면서 자기 주변에 Quora를 쓰는 사람이 늘었다고 밝힌 사람도 있다. Quora가 인도에서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한 질문도 아래 Quora에 논의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확인해보시길!
Why is Quora so popular in India?
마크 저커버그는 코딩을 못해라는 낚시 기사에 낚여 쓴 글이 쓸 때 없이 길어졌다. Quroa가 런칭했던 2010년 대에 소셜 열풍(특히 트위터)과 함께 엄청나게 많은 QnA 서비스가 쏟아졌다.
QAhub, QAhub, Blurtit, Quetter, Formspring, Arigato, chacha, Fluther, Hunch, Formspring, PeerPong...
여전히 잘 운영하거나 인수돼서 잘 풀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종료하거나 근근히 유지되는 서비스가 많다. 올해 7년차인 Quora는 좋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결국 이렇게 이끈 창업자 Adam D'Angelo 칭찬으로 귀결되는데, 세상엔 마크 저커버그 못지 않은 '난' 사람들이 많다는 결론으로 급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