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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용진 Jun 06. 2018

아이와 함께 지내며 배운 노래

우리 아이와 내가 좋아하는 노래

우리 아이는 태어난 지 세 돌이 되지 않았는데 말을 빨리 배우는 편이다. 아이는 노래 부르는 걸 특히 좋아하는데 그때 느끼는 마음을 뮤지컬 가수처럼 노래를 부르곤 한다. 엄마가 오랫동안 해외출장을 가있으면 밤에 울면서 "엄마가 없는데 엄마가 보고 싶은데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노래를 부른다.


아내가 출장 갔을 때 아내 대신 아이 등원을 내가 담당했다. 차에 탈 때마다 아이는 "엄마 노래 틀어줘"라고 자주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엄마 노래는 여자친구의 '밤'이다. 우연히 아내가 아이를 태우고 운전할 때 "이번에 엄마 듣고 싶은 노래 들을게" 하면서 최신곡을 틀었는데 가장 첫 번째로 나온 곳이 이 노래였다. 그때부터 '밤'이란 노래는 엄마 노래가 되었다.


아이는 엄마 노래라는 사연이 있어 그런지 열심히 따라 불렀다. 세 돌이 되지 않은 아이가 가사를 재잘재잘 따라 하는 모습이 귀엽고 놀랍기도 했다. '밤'이란 노래 가사가 예쁘고 서정적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불을 켜줘 심장이 깜깜해 오늘도 기분은 시무룩해"라고 가수 목소리 흉내 내어 속삭이듯 말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우리 아이는 영어로 나온 노래, 애니메이션을 싫어했다. 하지만 요즘엔 영어로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싫어하지만 영어로 들려지는 노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하루는 음악 앱에 플레이리스트 만들고 여기에 어떤 노래를 담으면 좋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이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디즈니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We Love Disney'라는 앨범이 있었다. Josh Groban, Whitney Houston, Madonna, Michael Jackson을 프로듀서 한 David Foster가 담당한 앨범이다. 참여한 아티스트도 Jessie J, Neyo, Ariana Grande, Fall Out Boy를 비롯해 쟁쟁한 팀이 모였다.


여기서 아이가 좋아하는 곳은 'It's a small world'란 곡이다. 유튜브에서 찾으면 알 수 있듯이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다 같이 모여 부른 노래다. 우리 아이는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 보다 멜로디가 마음에 들었는지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후렴 곡에 에너지가 넘치는 노래인데 우리 아이도 이 부분이 되면 목청을 높여 "It's a small world after all" 가사를 따라 부른다. 사실 노래를 부른다기보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것에 가깝긴 하다. 노래를 자주 듣다 보니 아티스트들이 표현하는 미세한 부분도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Jessie J가 바이브레이션 같이 부르는 소절 같은 것을 흉내 내기도 한다:)


공룡에 관심이 많은 우리 아이는 공룡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육식 공룡, 초식 공룡 구분을 할 줄 알고 특이한 공룡 이름도 곧 잘 외운다. 안킬로사우루스, 파라사우롤로푸스, 스테고사우루스, 디플로도쿠스...... 아이 덕분에 알게 된 공룡들이다.


공룡을 좋아하다 보니 아이는 우연히 보게 된 아기공룡 둘리에 빠져들었다. 내가 어렸을 때 보던 KBS 아기공룡 둘리가 아닌 2009년에 새로 제작한 작품이었다. 에피소드 중에 희동이가 둘리와 함께 장난감 가게에 가서 구한(정확히 산 것이 아닌) 유니콘 인형과 얽힌 이야기가 있다. 인형 유니콘은 밤이 되면 진짜 유니콘으로 변신하고, 희동이와 둘리 친구들을 희동이 엄마가 있는 영국까지 날아간다. 우리 아이는 유니콘이 마음에 들었는지 집중하며 TV를 보았다. 그러더니 유니콘이 희동이와 둘리 친구를 태우고 나오는 배경음악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등원을 해야 했기 때문에 유니콘 에피소드는 두 편이었지만 한 편만 보고 아이를 가까스로 설득하여 등원을 했다. 아이는 차에 타자마자 유니콘 음악을 틀어달라 했다. 틀어주지 않으면 울 것 같은 기세여서 부랴부랴 음악 앱에서 '둘리 유니콘' 검색하니 다행히 그 노래가 있었다. 아티스트 이름은 박경미, 곡명은 유니콘이다.


운전하면서 듣는데 가사가 내가 들어도 좋은 것이었다. 아이는 가만히 앉아 노래를 듣고 있었다. 나도 노래 가사를 계속 듣다 보니 그 내용이 엄마를 그리워하는 노래였다. 이때도 아내가 미국으로 출장가서 집에 없었다. 그래선지 조용히 음악을 듣는 아이 모습이 짠하기도 했다. 우리아이는 정말 가사 뜻을 알고 노래를 듣고 있었던 것일까?


하늘을 봐 유니콘이 날고 있어
꿈을 잃지 않았다면 하얀 구름 사이로 날고 있는 유니콘을 봐

초록향기 그윽한 미루나무 숲을 지나
은빛비늘 반짝이는 은어들의 강물 위로 빨간 다리 위로

... ...

그리움이 쌓이면 꿈이 이뤄질까 정처 없이 날고 있어
낯선 하늘 위 그리운 엄마를 찾아

그 어디에 계시나요 보고 싶은 엄마 내가 그립지도 않나요 엄마는
 시간은 흘러 집으로 가야 하는데 엄마는 왜 아무런 대답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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