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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ther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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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용진 Oct 31. 2018

오늘 저녁만큼은 이 세상 최고의 아빠가 되겠다

다짐 또 다짐

오전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약간 실랑이가 있었다. 아빠에게서 안 떨어지려는 아이를 선생님께 맡기다시피 하여 급하게 어린이집을 나왔다. 무거운 마음.


오전에 아이에게 성숙하게 대하지 못했던 마음이 회사에서 보내는 일과 중에 한번씩 마음을 무겁게 한다.


퇴근을 앞두고 아이 하원을 위해 어린이집 가는 길. 오늘 저녁만큼은 세상 최고의 아빠가 되겠다. 괜히 마음을 거창하게 먹고, 스스로 나쁜 아빠가 되지 않겠다는 또는 않아 보이지 않겠다는 자기 쇠뇌를 한다.


역시 아이는 아빠를 반갑게 맞아준다. 이 세상 누가 저렇게 격렬하게 날 반겨줄까?


이번엔 아이에게 빨리 집에 가자고 재촉하지 않는다. 가만히 아이가 어린이집 안에서 다른 친구들과 노는 것을 바라본다. 아이는 한번씩 내 눈치를 보는 것 같다. 괜히 미안해진다.


또래 친구가 어린이집을 나가려 하자 우리 아이는 나보고 같이 가자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내려가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아이는 친구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한다. 친구가 좋아서 일부로 친구 말을 따라한다고 아이는 말한다.


집으로 돌아와 전날 쿠팡으로 사놓은 장난감이 도착했다. 아이는 요즘 부쩍 미용, 패션 관련 놀이에 관심이 많다. 이번에 산 장난감도 손톱 장난감에 매니큐어 같은 것을 바르는 놀이를 할 수 있다.


다행히 엄마가 출장 갔음에도 아이는 장난감에 열중하여 엄마를 찾지 않는다.


샤워를 하자고 말하지만, 아이는 “조금만 더 놀고”를 반복한다. 겨우 샤워실 문 앞에 좋아하는 장난감을 놓게 해주겠다고 설득하고 샤워를 시켰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샤워하고 나서 바로 좋아하는 장난감을 아이가 보고, 바로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겐 중요한 주제이다.


설거지 정리가 필요하여 아이 보고 잠깐만 혼자 놀도록 부탁하고, 클로바 스피커로 데이빗 보위의 벨벳 골드마인을 요청했다. 갑자기 이 노래가 듣고 싶었다. 내가 요청한 발화에 대해 클로바는 “벨벳 골드민을 들려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설거지 끝. “클로바 그만”이라고 외치고(사실상 소리 지르고) 거실 불끄고 안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아이는 클로바보고 자장가 틀어달라고 했다.


백설공주 놀이를 했다. 난 아이에게 백설공주는 똑똑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신경 쓰지 않고 백설공주 역할극 놀이를 하자고 한다. 잠들어 있는 백설공주 흉내를 내는 아이에게 왕자가 키스하지 않고 “의사 선생님 불렀습니다”라고 말하고, 목에 걸린 사과를 빼내는 흉내로 놀이를 마무리했다.


서서히 잠자야할 시간이 온다는 기운, 아빠가 억지로 만들어 내는 분위기,,, 가 느껴지자 아이는 엄마가 보고싶다고 크게 운다. 처음엔 가만히 눈감아 옆에 누워있다가... 토닥이다가... 아이를 안아서 재우기로 한다.


엄마를 덜 찾을까 기대하면서 켰던 전등도 끄고, 자장가를 부른다. 예전에 안아서 재울 때 부르던 자장가를 부른다. “우리 OO이~ 엄마아빠와 행복하게 살아요~” 이런 내용으로 내가 멜로디와 가사를 지어낸 자장가다. 시간이 지나자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가사의 노래를 부른다. 아이를 안는다고 온 몸에 힘을 줘서 그런지 목에 무리가 안가고 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노래 심취해서 자장가 부르다가 아이가 잠들려고 하는지 조용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가 평소 아빠노래라고 말했던 공항 가는 길 노래를 부르며 아이를 눕혔다.


엄마 보고싶다고 아이가 목에 걸어 놓은 엄마 머리 끈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 브루클린에서 라이브 방송 중인 애플 키노트를 보았다. 곧 지루해져 먼 훗날에 아이가 기억할 수 있도록 오늘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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